|
이 소설은 한 번역가가 화산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 머물며, 독일 작가 안네 두덴의 『알파벳의 상처』를 모국어로 옮기는 치열한 과정을 다룬다. 이것은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대치하는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다. 텍스트를 옮기는 그 위태로운 과정 속에서 번역가 자신의 마음과 신체가 낯선 언어에 잠식되며 서서히 변해가는 '전이'의 기록에 가깝다.
소설의 서사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이야기들처럼 매끄럽게 흐르지 않는다. 앞뒤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대신 의도적으로 뚝뚝 끊기고 요동치는 서사는 읽는 이를 끊임없이 당혹스럽게 만든다.
글자를 옮기는 행위가 지닌 육체적이고 거친 질감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단어들은 마치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게 파편화된다. 번역이라는 좁고 위험한 길을 통과하며, 글자들은 원래 알고 있던 익숙한 모양을 잃고 전혀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한다. 책을 읽다 보면 여기저기 흩뿌려진 낯선 글자들 탓에 독자는 쉽게 길을 잃는다. 하지만 그 막막한 당혹감이 바로 주인공이 언어 사이의 틈새에서 헤매며 느끼는 진짜 감정이다. 문장이 사정없이 부서진 만큼, 주인공의 자아 역시 똑같이 깨지고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는 화자의 말처럼, 언어의 해체는 곧 존재의 공포로 이어진다.
특히 대화나 회상이 끝날 때마다 출몰하는 ‘미완의 번역체’는 이 소설의 백미다. 작가는 문장에 쉼표를 연신 찍어내며 독자의 호흡을 조각조각 분절시킨다. 마치 숨이 넘어갈 듯 파열된 이 문장들은 독자가 의미를 완성하는 것을 가로막으며 텍스트에 머물게 한다. 문법에 어긋난 엉망인 문장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지점이 이 소설의 가장 뜨거운 핵심이다. 매끄럽게 잘 닦인 문장보다 이렇게 부서진 비문들이 화자의 깊은 심연을 훨씬 더 정직하게 전하기 때문이다.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일렁이는 주인공의 눈동자와, 그 서툰 문장들 사이에서 맥동하는 복잡한 분노는 읽는 이의 가슴에 서늘한 흔적으로 박힌다. 다와다 요코의 독특한 문체는 독자를 끊임없이 곤혹스럽게 만들면서도, 끝내 그 언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기묘한 마력을 지녔다. 결코 매듭지어지지 못한 진심과 정처 없이 흔들리는 시선, 그리고 온갖 색채가 뒤섞여 형언조차 할 수 없는 그 무지갯빛 분노는, 문장 속 수많은 쉼표가 만들어낸 짧은 단절의 여백마다 아주 깊고도 아득한 무늬로 새겨져 있다. #글자를옮기는사람 #다와다요코 #제안들 |
|
다와다 요코의 <글자를 옮기는 사람> 입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한 섬에서 ‘성 게오르크 전설’이라는 기독교 설화를 번역합니다. 번역이라는 어려운 작업 뿐 아니라 외부적인 부침까지 더해져 곤란하지만 소설 속 ‘나’가 지키려 하는 번역관이 있습니다. 워크룸의 제안들에서 선보이는 얇은 책들은 그 자체로 일상을 가름하는 책갈피가 됩니다. |
| 다와다 요코의 글자를 옮기는 사람은 말 그대로 번역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언어에서 저 언어로 글을 옮기는 주인공의 심정이 초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집에서 우체국까지 가는 여정에 나도 함께 하는 것만 같다 워크룸프레스의 제안들은 항상 신선한 자극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