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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턱대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가끔 텔레비전이나 광고에서 그런 장면들이 곧잘 연출되곤 하는데 상당히 거북한 감정이 들곤 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주문하게 되었다. 나의 평소 견해와 비슷한 것 같아서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이있게 그 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나는 저자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는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모호했던 양가적 감정이 비로소 정립되고 중심을 잡는 것을 느꼈기때문이다. 일단 나는 저 제목 자체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책을 열린 마음으로 읽으려고 상당히 노력했지만, 국뽕이 싫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이 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이것은 그저 습관적 생각의 대물림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일본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고 바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것이 있고 없고는 그것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가 혹은 유일무이한 특성인가 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나는 한평생 수없이 느껴왔다. 가령 한국인을 백의민족이라고 해서 한국인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흰색옷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다른 어떤 나라에서 우리나라만큼이나 흰색옷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흰색옷에 대해 가지는 정서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특별히 다른 색깔보다 흰색을 즐기며 숭상했던 고유성이 있다. 나는 평소에 흰색옷을 잘 안입는다. 때가 잘 타서 부담스러워서다. 그러나 흰옷이 내 일상에서는 등장하는 일이 잘 없지만 나의 정서와 정신 속에서는 언제나 흰색을 숭상했고 거기에는 흰 옷을 좋아하고 우리의 역사를 읊었던 내 아버지, 그리고 나의 조상들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가 내 정신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와 같은 논리로 모든 것을 기원으로 따져본다면 우리나라 문화가 중국문화에 귀결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4대문명으로 환원될 것이고 지구상의 모든 나라의 정체성도 아예 지구를 넘어서서 우주의 초신성에 그 기원이 있을 터이니 세상 모든 것이 정체성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생존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에 탄생한 최초의 생명체를 공통조상으로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원숭이나 멍게와 같다고 볼 수 없듯이, 저자가 주장한 한우가 오키나와 물소와 교배를 해서 탄생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나라 소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우는 단순히 교배의 문제가 아니다. 개의 조상이 늑대라고 해서 개의 정체성이나 특성이 없는가? 그리고 한국적인 것을 말하고자 하려면 적어도 상당한 역사기반을 가져야 하기에 꽤 오랜 시간의 역사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오늘날 한국인들의 대다수가 아파트 생활을 한다고 해서 아파트가 한옥보다 더 한국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고 얕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파트가 우리 나라에 대중화된 것은 고작 몇십년밖에 안되었다. 물론 그것이 대세이니 오늘날의 한국의 현시대상을 고찰하는데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이겠으나 그것을 한국적인 것으로 규정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현재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발견해내고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미래에 살아남을 한국적인 것 또한 달라질수 있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