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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필경사 바틀비-선언함으로 멸망 또는 구원에 닿기
"[서평] 필경사 바틀비-선언함으로 멸망 또는 구원에 닿기" 내용보기
『필경사 바틀비 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 Wall-Street(공진호 옮김/문학동네)』 는 『모비 딕』, 『선원, 빌리 버드』와 함께 허먼 멜빌(1819~1891)의 3대 걸작 중 하나다. 멜빌은 1920년대에 이르러 재평가 받으며 에드러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과 함께 대표적인 암흑낭만주의 작가로 꼽히며 미국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경사 바틀비』는 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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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 Wall-Street(공진호 옮김/문학동네)』 는 『모비 딕』, 『선원, 빌리 버드』와 함께 허먼 멜빌(1819~1891)의 3대 걸작 중 하나다. 멜빌은 1920년대에 이르러 재평가 받으며 에드러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과 함께 대표적인 암흑낭만주의 작가로 꼽히며 미국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경사 바틀비』는 호손에게 보내는 편지에 “사악한 책을 하나 썼습니다”라고 보냈던 『모비 딕』의 실패 이후 경제적, 심리적 압박 가운데 발표한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캐릭터 기념관이라는 게 있다면 누가 특실에 전시될지(신형철의 문학 사용법,한겨레21,2011) 꼽았었는데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바틀비가 이름을 올렸다. 이 특별한 인물을 만나기 위해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문학동네)도 궁금했지만 영한대역 특별판을 선택했다. 언어실험을 한 작가였고(p.186) 하이픈 등 문장부호에도 극도로 신경을 쓴 작가였다(p.177)는 점이 원문을 소장하고 천천히 아껴가며 읽고 싶다는 마음을 부추긴다.

 

이제 초로에 접어든 화자는 수많은 필경사들을 접해왔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던 바틀비를 회상한다. 평탄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확신을 가졌으며 자신의 강점이 “신중함”과 “체계성”이라는 평가에 동의하는 그는 바틀비 “도래”(p.15) 이전에 두 명의 필사원과 한 명의 사환을 고용했었다. 늘 “삼가는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만”(p.23)으로 말문을 여는 터키, 성마름과 신경과민을 내어 보이는 니퍼스, 사환 소년 진저 너트다. 업무가 늘어난 변호사는 추가 인력을 위해 광고를 내고 어느 날 바틀비를 만나게 된다. 그의 첫인상은 기존의 필사원단의 허물을 충분히 상쇄하리라 기대케 했다. 하지만 바틀비는 자신의 인장과도 같은 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p.43)를 내뱉기 시작한다. “충격받은 감각기관들을 추스르며”(p.45) 진정해야 하는 것도, 대응을 미루거나 소금 기둥이 되거나,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분노하고, 분노하는 자신을 제 3자의 시선으로 객관화하는 것 이 모두는 변호사의 몫이었다. 그에게 바틀비는 “그 불가사의한 필경사”(p.115)에서 “내 사무실의 유령”으로, 또 “이 견딜 수 없는 악령”(p.129)까지 이미지를 바꿔가고 그럼에도 바틀비를 결코 내칠 수 없었기에 자신이 그를 피해 거처를 옮긴다. 바틀비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범위를 힘껏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틀비의 선택은 한결같이 비 선택에 머문다. 언제까지? 호흡을 초월하는 순간까지. “세상 임금들과 모사들과 함께.”(욥3:14)

 

소설은 1850년경, 도처에 벽이 세워진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가 배경이다. 전직, 사서(死書) 우편물계 직원이었고 이어 필경사였던 바틀비 생의 일정 기간을 담는다. “생”의 일정 기간임에도 죽음이 내제하고, 죽음과 동거하는 듯 보이는 바틀비, 전심으로 “안 하는 편 택하기”를 끈기 있게 “선택”한 채 타협도 유예도 거부했던 바틀비는 소설 구성의 3요소 균형 따위는 무색하게 오롯이 인물이 소설 전체를 장악하게 한다. 화자의 시선에서 바틀비 따라잡기는 1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독자를 참여시킨다. 변호사가 필사원들과 화자에게 “내가 옳지 않은가?”라고 동의를 구하는 장면은 옳고 그름의 기준을 흔드는 바틀비를 향한 불편하고 당혹스런 마음을 드러낸다. 법과 틀, 구조화되고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모든 얽매임으로부터의 이탈 선언은 견고하게 반복되어 바틀비 편에서는 어쩌면 완벽한 끝점이자 완성, 다른 편에서 볼 때 허무이자 무익한 고집의 당연귀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화자의 회상을 기술한다. 화자 역시 자신의 안전지대를 고수하는 인물이지만 바틀비로부터 예기치 못했던 하나의 초상을 발견하고 자신과 그를 “아담의 아들들”로 인식한다. 변호사가 피고용인인 필사원을 향해 가능한 범주 내에서 최대한 애를 쓴 흔적들을 기록하지만 그것은 진심과 위선의 경계에 머문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명료하면서도 모호하다는 야릇한 조화를 완성하는 『필경사 바틀비』는 풍성한 메타포와 이미지를 통해 이면에 숨은 의도를 숙고하게 만든다. 『모비 딕』이라는 걸작을 세상에 내보였건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채 소각되는 불운까지 겪은 이후 쓴 작가의 단편은 압축의 절정을 선보인다. 치열함 끝에 마지막 문장이 주는 울림이 사라지지 않을 『필경사 바틀비』를 몇 번쯤 읽으면 충분할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재독을 위한 준비로써 완독하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러니 바틀비가 그의 은둔처에서 나오지 않은 채,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당황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나는 충격받은 감각기관을 추스르며 잠시 완벽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p.45)


 

 

 

 

 

 

k*******n 2022.05.17. 신고 공감 13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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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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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왜 바틀비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고용주가 바틀비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던 것인지도 궁금했다.   소설의 내용은 무척 짧다.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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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왜 바틀비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고용주가 바틀비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던 것인지도 궁금했다.

 

소설의 내용은 무척 짧다.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가 추가 인력이 필요해 광고를 냈다. 그때 들어온 필경사가 바틀비였다. 바틀비는 일처리가 깔끔하고 놀라우리만치 많은 분량을 필사했다. 필경사들의 작업은 검증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불러주고 다른 사람들이 검증하는 방법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바틀비가 작업한 필사본을 검증하고자 하자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 문장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고용주의 명령을 어기는 것인데, 모든 것을 자기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그 말이 한 번뿐일 거라 여겼지만, 그때부터 바틀비는 모든 것에 대해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도 직장의 상사나 고용주가 무언가를 하라고 지시했을 때,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하면 해고 사유가 될 것이다. 물론 소설 속 변호사도 그 이후로 필사도 하지 않고 모든 것에 대하여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하자 해고를 생각한다. 바틀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거하고 있었고, 퇴거를 명 해도 나가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급기야 변호사의 집에 가자고 권해도 듣지 않는다. 일에서도 손을 떼고, 급료에 약간의 돈을 얹어 해고를 해도, 그는 나가지 않았다.

 

바틀비는 우편물 취급소에서 배달되지 못한 우편물을 담당했다. 즉 사서(死書)를 취급하고 분리하는 일을 했다. 과거의 직업이 그를 절망으로 이끌었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의 화자가 변호사인데, 글을 읽다 보면 그가 바틀비와 필경사들을 배려하고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방식대로 직원들을 이용했다. 필사하는 글자당 급료를 주었으며, 성격이 다른 필경사들에게 일을 시킬 때도 교묘히 이용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고용주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가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는 바틀비를 두고 변호사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사무실을 이전한 것이다. 그러면 그가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 사무실의 변호사가 나가지 않는 바틀비를 만나보라고 찾아왔다. 결국 거리의 부랑자가 되어 바틀비는 교도소에 수감 된다. 교도소에 찾아가 바틀비를 만나 여러 가지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바틀비는 먹는 것조차 거부한다. 먹지 않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이다.

 

바틀비에게는 처절한 저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 않을 권리를 갖겠다는 것. 지시나 명령에 거부하는 것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방식으로는 어느 곳에도 고용되지 못할 거라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그의 권리를 인정하지만, 사용자 측에서는 업무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때 해고할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왜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책이 이 책이 꼭 들어가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재독, 삼독을 권할 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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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1.07.22. 신고 공감 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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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바틀비는...
"뭘까? 바틀비는..." 내용보기
일러스트가 있는 버전으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왜 이책을 빌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비 딕을 보려다 포기하고 읽었던 기억이난다.다 읽고 나서 가장 중요한 문장의 번역이 여러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바틀비의 목소리가 들려 이 번역을 택했다.일러스트 버전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보관하기 쉽지 않아 보였고,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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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가 있는 버전으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왜 이책을 빌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비 딕을 보려다 포기하고 읽었던 기억이난다.
다 읽고 나서 가장 중요한 문장의 번역이 여러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바틀비의 목소리가 들려 이 번역을 택했다.
일러스트 버전은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보관하기 쉽지 않아 보였고, 
예스24버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로 주문했다.
책은 재미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평범하게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YES마니아 : 골드 m******n 2024.12.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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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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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를 구매한 이유는 사실 커버가 예뻐서이다. 책의 내용은 어떨지 잘 모르고 구매했다.난 사실 책을 안 가리고 잘 읽어서 괜찮다.커버가 예쁘면 책장에 놓았을때 기분도 좋으니까 예스리커버를 계속 구매하게 되는 거 같다.바틀비의 직업은 필경사이다.사실 필경사에 대해서 난 처음 들어봤다. 당시 변호사의 일을 돕는 직업이었다. 변호사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서류작업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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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를 구매한 이유는 사실 커버가 예뻐서이다. 책의 내용은 어떨지 잘 모르고 구매했다.

난 사실 책을 안 가리고 잘 읽어서 괜찮다.

커버가 예쁘면 책장에 놓았을때 기분도 좋으니까 예스리커버를 계속 구매하게 되는 거 같다.

바틀비의 직업은 필경사이다.

사실 필경사에 대해서 난 처음 들어봤다. 당시 변호사의 일을 돕는 직업이었다. 변호사가 처리해야 할 수많은 서류작업이나 심부름을 하는 일을 한다. 필기 노동자 같은 ? 느낌

문학성과 사회성, 철학성이 담긴 작품인 거 같다.

바틀비의 하지 않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n 2025.07.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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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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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허하고 쓸쓸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 멜빌의 외롭고 떄론 따분했던 삶의 궤적을 엿보게 하는 바틀비란 인물 설정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방관하고 종종 무시하는  주변인들의 시선. 백년도 더 지난 이 이야기가 왜 오늘날에도 울림을 주는 것인지. 참 외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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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허하고 쓸쓸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 멜빌의 외롭고 떄론 따분했던 삶의 궤적을 엿보게 하는 바틀비란 인물 설정과,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방관하고 종종 무시하는  주변인들의 시선. 백년도 더 지난 이 이야기가 왜 오늘날에도 울림을 주는 것인지. 참 외로운 이야기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r 2025.04.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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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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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한 줄,"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때문에 궁금해진 책!딱히 영문판을 읽을 일은 없겠지만예스24 리커버 중에서도 특히 맘에 드는 장정이다. 양장본이기도 하고..허먼 멜빌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심지어 <모비 딕>조차- 이 책을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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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한 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
때문에 궁금해진 책!
딱히 영문판을 읽을 일은 없겠지만
예스24 리커버 중에서도 특히 맘에 드는 장정이다. 양장본이기도 하고..

허먼 멜빌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심지어 <모비 딕>조차- 이 책을 시작으로~
l***o 2025.0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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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원서와 함께 본 필경사 바틀비, 그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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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영미 단편소설 / p.196     상사가 시키는 일에 대해, 그것도 자신의 일의 연장선인 문서 검증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 바틀비.     그는 왜 안 하는 편을 택했을까?     필경사로서 취직을 한 그였지만 자신이 쓴 필사본을 검토하는 것을 거부하던 그가 나중엔 필경사로서도 일을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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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영미 단편소설 / p.196

 

 

상사가 시키는 일에 대해, 그것도 자신의 일의 연장선인 문서 검증을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 바틀비.

 

 

그는 왜 안 하는 편을 택했을까?

 

 

필경사로서 취직을 한 그였지만 자신이 쓴 필사본을 검토하는 것을 거부하던 그가 나중엔 필경사로서도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것도 매우 상냥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I would prefer not to)”라고 말이다.

 

 

도대체 왜??!

 

 


자신의 사무실이 아님에도 나가지도 않아 결국 변호사가 사무실을 이전해야 했고, 일요일에 사무실에 들린 변호사가 셔츠 말고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바틀비를 마주쳤을 때의 당황스러움까지.

 

 

직장을 다니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바틀비의 태도였기에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원인과 그가 살아왔던 삶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궁금해져만 갔다. 정말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고 수수께끼 그 자체였던 바틀비였고, 결국 완독 후 무엇인가 놓친 기분에 책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눈에 들어온 부제목 ‘A Story of Wall-Street’.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윌가 그리고 그곳에 위치하고 있는 법률 사무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던 이야기. 어떠한 풍경도 보이지 않는 다른 건물의 벽으로 모든 것이 가로막힌 사무실 창문과 사무소 안 공간의 나뉨 그리고 전산화되지 않은 그 당시 변호사의 수많은 서류와 심부름을 대신해 주었던 필기 노동자 필경사가 의미하는 바를 바틀비의 삶을 통해 보여주던 이야기.

 

 

그리고 바틀비 이외 변호사가 고용했던 세 명의 필경사가 본명이 아닌 니퍼(Nipper), 터키(Turkey), 진저 너트(Ginger Nut)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유까지.

 

 

짧은 이야기 안에 담고 있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았고, 해석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이야기에 읽고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워싱턴의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에서 정부 관직으로 일했던 바틀비의 과거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절망하며 죽은 자들에게 용서를,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죽은 자들에게 희망을, 구제 없는 재난에 질식해 죽은 자들에게 희소식을 전하는 편지가 나오기도 한다. 생명의 심부름을 하는 그 편지들은 급히 죽음으로 치닫는다.

아, 바틀비여! 아, 인류여!

p.167

 

 

ps. 「필경사 바틀비」는 20세기 중반에 들어 미국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과연 고등학생이 본 바틀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 중학생인 둥이들이 보기엔 어떨지도 궁금해진다.

 

 

ps. 이 책은 베님과 온달님을 통해 알게 된 책으로, 때마침 예스리커버로 허먼 멜빌이 직접 퇴고한 원서와 함께 구성된 책이 있어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어원서 읽기 도서로 추천해 함께 읽으려고 했던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먼저 읽고 보니 영어로 읽어보겠다고 너무 겁 없이 달려들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쉽지 않네 내용이. ㅎㅎㅎ

 

 

 

■ 한 젊은이가 어느 날 아침 사무실 문턱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여름이라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 그 모습이! 그가 바틀비였다. p.37

 

 

■ 그의 안정성, 어떤 유흥도 즐기지 않는 점, 부단한 근면, 놀라운 침묵, 어떤 경우에도 변함없는 몸가짐 때문에 그는 내가 획득한 귀중한 인물이었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그가 항상 그곳에 있었다는 것. 아침에 제일 먼저 와 있고, 하루종일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밤에도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p.69

 

 

바틀비의 묘사 그리고 이런 바틀비의 모습에 대한 남다른 신뢰를 보이던 변호사. 기묘하다 기묘해.

 

 

a******2 2022.06.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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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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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바틀비는역대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등장이지 않을까 싶다. 화자인 변호사는 판결문을 배껴쓰는 직원을 새로 구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 바틀비가 들어오게 된다. 바틀비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만, 변호사가 추가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일절 응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사가 시키는대도 말이다. 변호사를 포함해 사무소 직원들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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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바틀비는역대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등장이지 않을까 싶다. 화자인 변호사는 판결문을 배껴쓰는 직원을 새로 구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 바틀비가 들어오게 된다. 바틀비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만, 변호사가 추가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은 일절 응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사가 시키는대도 말이다. 변호사를 포함해 사무소 직원들은 다들 바틀비의 말투가 스며들기도 한다. 참다못한 화자가 바틀비를 해고하려고 하지만, 바틀비는 그래도 계속 사무실에 출근한다. 도대체 앞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의 등장에, 읽으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가 거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k*********7 2021.06.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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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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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읽을때는 바틀비 너무 짜증나서 견딜 수 없었는데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여전히 짜증나긴 함. 주인공에 완전 이입돼서 바틀비 너무 싫고... 아직도 바틀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그치만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이유와 가치는 이해가 가긴 한다. I would pre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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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읽을때는 바틀비 너무 짜증나서 견딜 수 없었는데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여전히 짜증나긴 함. 주인공에 완전 이입돼서 바틀비 너무 싫고... 아직도 바틀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그치만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이유와 가치는 이해가 가긴 한다. I would prefer not to... 되게 심오하긴 한데 아직 식견이 짧은 나로써는 다 이해할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

s*******4 2021.07.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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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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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는 <모비 딕>, <선원 빌리 버드>와 함께 허먼 멜빌의 3대 걸작이다. 전작의 실패로 궁지에 몰려 <필경사 바틀리> 집필에 매달려야 했던 1853년 가을. <모비 딕>의 실패와 후속 작의 혹평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할 때, “외 얽고 회 반죽 친 벽” 안에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창 밖을 응시하며 ‘책상에 꼼짝없이 붙들려` 헐값에 글을 써야 했던 멜빌의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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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는 <모비 딕>, <선원 빌리 버드>와 함께 허먼 멜빌의 3대 걸작이다.

전작의 실패로 궁지에 몰려 <필경사 바틀리> 집필에 매달려야 했던 1853년 가을. <모비 딕>의 실패와 후속 작의 혹평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할 때, “외 얽고 회 반죽 친 벽” 안에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창 밖을 응시하며 ‘책상에 꼼짝없이 붙들려` 헐값에 글을 써야 했던 멜빌의 펜 끝에서 <필경사 바틀비>가 태어난 것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바틀비의 말 ‘안 하는 편을 선택하겠다’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어떤 행위를 부정한다기보다, 그 행위가 기정사실화된 현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또한 이것을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즉 ‘하지 않음’의 가능성과 이에 대한 선택, 이 두 가지를 긍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말에는 ‘否定의 선택’ 그리고 `선택`할 권리의 주장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필경사 바틀비>에는 전체적으로 죽음이 배경음처럼 깔려 있다. 성벽처럼 월 스트리트에 실제로 높이 세워졌던 벽, 사무실의 벽, 고층 건물의 외벽, 구치소의 벽, 이 모든 벽들로 둘러싸인 곳의 바틀비는 유령과 시체처럼 묘사된다. 그는 “묵묵히, 창백하게, 기계적으로”으로 필사한다. 유령처럼 “건물 여기저기에 출몰”한다. “주검같이 맥없고 침울한 그의 대답”은 “안 하는 편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바틀비의 말은 죽음의 잠재성과 생명의 잠재성에 동시에 접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멜빌은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표현들로 바틀비를 묘사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k****6 2021.05.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