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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터뷰에는 특별함이 있다.
"그의 인터뷰에는 특별함이 있다." 내용보기
평소 꼬리를 무는 독서를 좋아하는 나는 손석희의 ‘장면들’을 읽고 잠깐 언급된 책을 찾게 되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그의 인터뷰를 조금 전문적(?)으로 알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봤을 때는 왜 이걸 읽으려고 했나 약간의 후회도 밀려 왔지만 분량이 짧아서 견디기로 했다. 일상에 전혀 쓰일 것 같지 않은 인터뷰 분석을 대출해왔
"그의 인터뷰에는 특별함이 있다." 내용보기

평소 꼬리를 무는 독서를 좋아하는 나는 손석희의 ‘장면들’을 읽고 잠깐 언급된 책을 찾게 되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그의 인터뷰를 조금 전문적(?)으로 알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봤을 때는 왜 이걸 읽으려고 했나 약간의 후회도 밀려 왔지만 분량이 짧아서 견디기로 했다. 일상에 전혀 쓰일 것 같지 않은 인터뷰 분석을 대출해왔다는 부채감으로 읽는다.

 

 

저자 이요안은 서강대 영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대화 분석과 영어교육으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화 분석 분야의 논문을 꾸준하게 발표했다. 2019년부터는 3년간 한국연구재단의 융합 연구를 수주해 인간과 기계와의 실시간 대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JTBC 뉴스룸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실시간 대화 분석을 다루고 있다. 사후에 이루어지는 대화 분석이 아니라 실시간 이루어지는 인터뷰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실시간 대화를 분석한다. 대화는 단순히 말뿐만 아니라 침묵이나 손짓, 눈짓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실시간 말 겹침이나 말의 높낮이, 침묵 시간까지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손석희의 뉴스룸 인터뷰로 범위를 제한하여 실시간 인터뷰의 특징과 대화 분석의 접근 방식, 조사 대상과 이후 구성에 대해 쓰고 있다. 2장은 언어 사용과 대화 분석의 원리, 미디어 인터뷰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3장에서는 실제적인 손석희의 뉴스룸 인터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마지막 4장에서는 총론에 해당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생소하고 낯선 용어들과 대화 분석이라는 세계 안으로 논문을 읽는 심정으로 책을 읽는다.

 

 

대신 연구의 주안점을 대화 자체가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에 집중하여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문답에서 보여주는 순간적인 선택의 내용과 방법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P25)

이 부분은 저자가 이 실시간 인터뷰를 분석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말이라는 것은 시간을 갖기 때문에 사후 녹음을 통한 분석은 그 당시의 생생한 느낌과 분위기를 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저자는 처음으로 실시간 대화 분석을 통해 손석희의 인터뷰를 분석하고 있다. 상당히 학문적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서술 및 책을 시작하는 1장에서 연구의 필요성과 문장 부호들을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실시간 대화 분석이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꼼꼼하게 하나하나를 익힌다는 생각보다는 큰 흐름을 익힌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었다. 그리고 생소한 실시간 대화 분석이 재미도 있었다. 대화가 겹칠 때는 짙은 괄호를 표시하고, 중간에 침묵은 시간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분석들과 함께 인터뷰를 읽으니까 저자가 말한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펼치는 문답에서 순간적인 선택의 내용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질문에 다른 선택을 하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실시간 대화의 특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상의 대화들도 모두 자의든 타의든 선택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오늘 나에게 선택된 말들은 어떤 모습일까?

 

 

손석희의 질문은 백화점식 정보 수집이 아니라 중요한 한두 가지 사안으로 논의를 집중하며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한 방법으로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시청자들에게 쟁점이 되는 사항을 먼저 알리기도 한다. 출연자의 논리를 쟁점화 시키는 후속 질문의 빈도와 강도에 있어서는 손석희의 인터뷰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p68)

손석희의 인터뷰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백화점식의 많은 질문보다는 질문을 집중하고 후속 질문을 통해 답변자의 보다 깊이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래서 손석희의 인터뷰의 장점이 가장 크게 드러났던 대선 후보들과의 인터뷰가 분석되어 있다. 그 인터뷰를 통해 손석희는 논리를 쟁점화는 기술이 뛰어나며, 특히 논리를 계속 이어가는 힘을 보여준다고 한다. 한 질문으로 그 답변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질문을 통해 그 논리를 계속 끌고 간다는 것이다. 분석으로 보면 그렇구나 하게 되지만 실제로 그가 진행했던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떻게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질문하지 않는 생각도 자주 했었다. 진짜 고수는 그 기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말처럼 그는 언어를 다루고 전달하는 고수로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할 때 그는 상대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모습이 상대를 존중하는 느낌이 들게 하여 상대로 하여금 더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지도 모르겠다.

질문하는 것이 아직도 낯설고, 간혹 뉴스의 기자들의 질문이 거슬린다. 그런 사회에서 이렇게 품격 있는 인터뷰 진행자를 만나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로 인해 그이 말이 갖는 무게는 더 커지고, 그이 책임감도 더 크겠지만 시청자들은 그로 인해 대리 만족을 느낀다.

질보다는 양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라고 본다. 인터뷰의 질문도 백화점식 양보다는 집중하고 후속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답을 이끌어 내는 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럼 손석희는 최적화된 인터뷰어가 아닐까?

 

다시 말해서 후속 질문이 출연자의 답변을 쟁점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쟁점화된 논리를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기 때문에 출연자는 더욱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출연자가 자신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손석희 인터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이런 손석희의 인터뷰 특징으로 인해 정치인들의 인터뷰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정치인들은 논리의 해결을 위해 깊이 있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정치 철학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정치 철학이 없거나 약한 사람들은 대중들에게 온전히 그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출연자가 자신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출연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답들만을 선택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해서 입장을 드러나게 한다는 것. 그것이 그의 인터뷰어로서의 탁월한 능력이다.

모두가 인터뷰어가 될 필요도 없고, 모두가 탁월할 필요도 없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인터뷰어를 통해서 정치인들의 정치 신념이나 철학을 알게 되면 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검증단이 될 필요도 없고. 언론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약점이자 에너지 낭비다. 뛰어난 한 사람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무리가 있다.

 

 

손석희의 인터뷰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계속한다”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비슷한 질문이란 기계적 반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장에서 기술했다시피 손석희는 출연자의 답변이 충분히 개진되도록 말이 차례를 구성하고 후속 질문도 출연자의 답변에서 도출한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지 않은 때도 있고 또 사안이 복잡하여 시청자들에게 풀어서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만큼 그의 인터뷰에서는 상황 설명 같은 부분이 길게 자주 이어진다. 이 부분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출연자의 답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단순한 기계적 반복이라면 시청자들에게 그렇게 사랑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출연자와 시청자를 모두 배려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이어 말차례 구성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이런 부분까지도 계산하나 싶어서 조금 생경했다. 낯선 세계를 살짝 엿본 느낌이랄까.

말의 차례까지 구성하고 상대를 배려하여 답변의 기회를 주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질문하는 그의 인터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그의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분명하니까.

 

 

대화 분석이라는 생경한 분야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문장 부호들 속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대화들을 좇아가며 기억을 더듬는 재미도 있었다. 또 다른 사람들과 다른 그이 인터뷰의 특징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느낌을 자세하게 설명 받은 느낌이다. 그냥 인터뷰가 자연스럽고, 질문이 좋네 정도의 인터뷰를 세분화하고 설명을 곁들여서 읽은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인터뷰 기술과 특징보다는 손석희라는 사람이 더 좋게 느껴졌다.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인터뷰를 보다 깊이 있고, 명확한 입장을 유도하는 그의 사람됨이 느껴졌다. 상대가 싫어하는 질문을 하면서도 당당하지만 무례하지 않고, 시청자들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도 긴 설명을 이어가는 그가 멋있었다. 출연자를 존중하지만 주눅 들거나 굽신거리지 않는 태도도 그의 인터뷰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대통령 후보자와의 인터뷰는 그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곤란한 질문들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일반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인의 책임이자 소명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더 당당한 사회를 꿈꾼다. 자신의 자리에서 고수가 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를 꿈꾼다. 지연 학연 인맥 이런 거 말고 자신의 실력으로 오롯이 인정받는 사회를 꿈꾼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믿는다.

이 책은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까? 언론인? 기자?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로 권한다. 인터뷰도 상대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함으로.

YES마니아 : 로얄 h*****o 2022.07.29. 신고 공감 4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