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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되 그림이 보이고 더불어 쉬어가게 만든다.
"글을 읽되 그림이 보이고 더불어 쉬어가게 만든다." 내용보기
앞으로만 바라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씩은 지나온 과거에 대해서도 다시금 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각에서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김병종씨의 '화첩기행'은 내 생의 가까운 과거에 살았던 분들의 생애를 더듬어 보게 될 기회가 마련되어 자못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삶을 살아오면서 익히 한 두번씩은
"글을 읽되 그림이 보이고 더불어 쉬어가게 만든다." 내용보기
앞으로만 바라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씩은 지나온 과거에 대해서도 다시금 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각에서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김병종씨의 '화첩기행'은 내 생의 가까운 과거에 살았던 분들의 생애를 더듬어 보게 될 기회가 마련되어 자못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삶을 살아오면서 익히 한 두번씩은 들어 왔던 분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접해 본 분들도 있지만, 미처 몰랐던 분들까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현대사에 있어서 크나큰 자리매김을 한 분들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이책을 접하고 난 후의 소득이리라. 또한 저자의 그림을 포함한 다양한 삽화와 자료 사진도 그렇지만, 더불어 각 단의 끝마디에 첨가한 인물들의 소개는 개개인의 서고에 당연히 꽂혀 있어도 될 자료로서의 소장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전에 조선일보에 화첩기행이라는 고정적인 필자의 기고문들을 두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았는데, 요즈음도 그 후속편격인 '신 화첩기행'을 계속 연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머지 않아 이 책의 후속편도 책으로 출간되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게 된다. 참으로 맛깔스런 글들과 멋있는 내용 구성으로 이루어진 점이 이 책이 한층 빛을 발하게 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미대 교수이기 때문일까? 각 내용 내용들이 회화적인 구성 전개로 이루어져서 글을 읽되, 읽는 이의 머리속에는 그림과 풍경으로서 다가온다. 또한 인물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은 지은이의 해박한 사전 지식이 축적되어 있기에 가능하리란 생각을 해본다. 앞만 내다보고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네들이 한번쯤 한숨 쉬어가며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의 시간을 가져보게 해주는 참으로 좋은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매천사는 지금 퇴락해 있다. 집 뒤의 단송과 대숲만이 바람결에 옛 시인의 넋을 전해줄 뿐이다. 시인이 음독 순절했던 생가와 맞배지붕 사당이며 팔작지붕 유물관 등은 한결같이 퇴락해 있다. 한말 우국지사의 죽음 현장마다에서 매천의 시는 그 죽음을 증언하는 한 떨기 붉은 꽃으로 피어났다. 그의 시는 시대의 어둠을 밝힌 광망의 불꽃이었던 것이다. 시우 명미당 이건창의 부음에 강화까지 천리길 한달음에 와서 통곡의 시를 남겼던 그는 을사조약체결(1905, 광무 9년)로 민영환이 자결했을 때 '혈죽'이라는 시를 써서 그 혼을 위로했다.
YES마니아 : 로얄 r**y 2001.08.1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영혼의 계단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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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계단으로 향하는 길-'김병종의 화첩기행2' 를 읽고- 예술가의 본질과 사명은 무엇인가. 누구도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가가 누구보다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예리한 감수성으로 포착해내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자신이 포착해낸 시대의 단면을 찰흙처럼 손으로 주물러 그림으로, 음악으로, 문학으로 빚어낸다. 삶의 본질을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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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계단으로 향하는 길-'김병종의 화첩기행2' 를 읽고- 예술가의 본질과 사명은 무엇인가. 누구도 이 질문에 확실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가가 누구보다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예리한 감수성으로 포착해내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자신이 포착해낸 시대의 단면을 찰흙처럼 손으로 주물러 그림으로, 음악으로, 문학으로 빚어낸다. 삶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곧잘 지극히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 우리들에게 예술가의 작품은 우리가 잠깐 멈추어 서서 생의 중대한 화두를 꺼내어 볼 여유를 제공한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은 이 땅에 살았거나 살고있는 여러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저 무미건조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곁들인 생동감 있는 미술과 문학이 된다. 저자 자신이 문학과 미술 모두에 능통한 예술가라는 점은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기반인 동시에 이 책을 통해 뚜렷이 증명된 점이기도 하다. 아스라히 저물어가는 석양빛이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더욱 아름답게 타오르듯이, 안타깝게 생명의 불빛이 꺼져들어간 예술가들의 삶은 애잔함으로 인해 더 깊은 감동의 물결을 자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허난설헌의 삶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유교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가지 제약을 받으며 소질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던 그녀. '규원가'라는 작품이 말해주는 그녀의 불행했던 삶은 이 책에서도 감수성 어린 문체로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더 빠른 속도,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중시하는 요즈음의 풍조는 예술인에게 있어 지극히 척박한 토양이 아닐 수 없다. 현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자성 없이 이러한 길로 향하는 것은 일찍이 신의 노여움을 샀던 바벨탑 쌓기와 다름없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사상누각'이라는 말처럼 텅 빈 영혼의 대지 위에 쌓아올린 기술의 탑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화첩기행'을 통해 우리는 영혼 깊숙한 곳으로 나있는 계단을 하나씩 밟아나가게 된다. 맑고 순수했던, 생의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이 땅의 많은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눈여겨보는 것은 맹목적으로 앞으로만 돌진하던 삶의 방향을 바꾸어놓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x*****g 2001.08.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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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만나봤으면
"좀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만나봤으면" 내용보기
화첩기행 1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예인이라고 하면 광대나 딴따라라하면서 무시하고 그들에게 처우를 잘 해주지 않는 우리 나라에 정말로 멋진 예인들 그러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을 예인들을 감칠맛 나게 소개해 주어서 정말 감동적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2권을 펼쳤는데 분위기는 1권과 비슷했다. 다만 문학가에 좀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좀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을 만나봤으면" 내용보기
화첩기행 1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예인이라고 하면 광대나 딴따라라하면서 무시하고 그들에게 처우를 잘 해주지 않는 우리 나라에 정말로 멋진 예인들 그러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을 예인들을 감칠맛 나게 소개해 주어서 정말 감동적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2권을 펼쳤는데 분위기는 1권과 비슷했다. 다만 문학가에 좀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든다. 이런 문학가들은 그래도 일반인들에게는 좀 잘 알려진 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혜린, 박인환, 천상병, 채만식, 김유정, 이상화, 한용운, 허난설헌 은 특히 그렇다. 화가도 박수근이나 장욱진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22명의 예인들 중에 유명한 사람을 나름대로 꼽아보니 10명이나 된다. 물론 자의적인 기준으로 꼽아봤지만 말이다. 보다 인상적인 것은 나머지 12명 중 판소리나 국극 등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정말 그들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나 다를 것이 없다. 이 책의 목적이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의 훌륭한 예인들을 일반인들에게 재미있고 알차게 소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화첩기행 3,4,5권이 계속 나와서 예술이라는 것 하나만을 위해서 어렵게 살다간 우리 많은 훌륭한 예인들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지금이나마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인상깊은구절]
예나 이제나 대중의 속성은 잔인하다. 배우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울고 웃으며 열광하다가도 돌아서면 눈흘기고 침뱉기 일쑤다. 노모와 함께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돈만 있다면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울먹였던 이월화. 나이 들면서 서서히 무너지는 자신의 외모와 샛별처럼 빛을 발하며 떠오르는 후배들을 바라보며 느꼈을 서글픔과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j*****8 2002.0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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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듣는 목소리- 스물 세 명 예술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길 위에서 듣는 목소리- 스물 세 명 예술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내용보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뒤쪽엔 근처 농업고등학교의 실습지 논이 펼쳐져 있고 조그마한 방죽이 있었다. 방죽 너머론 작은 공장이 하나 또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그곳에 채만식 선생이 사시던 집이 있다는 것을 대학 시절 유현종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알았다. 유현종 선생이 고등학교 시절 이사했던 퇴락한 집엔 책이 유난히 많았는데 알고 보니 바로 채만식 선생님의 댁이었고 남겨
"길 위에서 듣는 목소리- 스물 세 명 예술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내용보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뒤쪽엔 근처 농업고등학교의 실습지 논이 펼쳐져 있고 조그마한 방죽이 있었다. 방죽 너머론 작은 공장이 하나 또 야트막한 산이 있었다. 그곳에 채만식 선생이 사시던 집이 있다는 것을 대학 시절 유현종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알았다. 유현종 선생이 고등학교 시절 이사했던 퇴락한 집엔 책이 유난히 많았는데 알고 보니 바로 채만식 선생님의 댁이었고 남겨진 책들을 읽으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 가을 나는 선생의 집을 찾아가 보았는데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버려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고 벼 베어낸 논길과 가을이라 말라버린 방죽가를 두 분 선생님을 생각하며 되짚어 온 기억이 난다. 작품은 작품 자체로서 존재 가치를 갖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동서고금을 통해 전해지는 고전(古典), 명화(名畵), 불멸의 음악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특별한 안목이 없는 나로서는 작품 자체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보다는 예술가의 생애를 떠올리며 그들이 지녔던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보며 작품의 향기를 맡는 일이 훨씬 쉽게 작품에 다가가는 방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열하게 살다간 인간의 삶은 어느 예술 작품 못지 않게 감동적이다. 그러기에 도심의 성냥곽 같은 아파트 속에서 어둠 속에서도 내 방 창문을 더듬어 내듯, 어떤 사물도 관계맺음 속에서 의미를 획득한다고 믿는다. 나는 화가이기도 한 작가를 따라 삶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 작가의 긂이 떠나는 길을 함께 안내한다. 주로 치열한 삶 속에서 우리 문화 예술사에 족적을 남긴 이들과 관련 있거나 작가가 특별한 의미를 갖게된 풍경들에 대해 얘기한다. 그들 중 몇몇은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고 전혀 모르고 있던 이들도 있다. 여학교 때 가슴 설레며 동경(憧憬)하던 슈바빙 거리, 땅거리가 내릴 무렵이면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거리의 가스등에 불을 붙이며 간다는 이국의 도시를 나는 얼마나 가고 싶어했던가. 내 첫 직장이 있던 양구(楊口). 인근 소양댐으로 인해 아침 햇살에도 여간해서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 몽환적인 소읍은 더는 갈 수 없는 동부 전선 최전방이었다. 박수근 그림에서보이는 낯익은 풍경들 외엔 그 때만 해도 어디에도 박수근의 흔적은 없어 아쉽기 짝이 없었다. 견학 온 학생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인천 시립 박물관 뜨락엔 고유섭의 동상이 있다. 이른 봄이면 생강나무 노란 꽃그늘에서 , 가을이면 빛고운 벚나무 그늘 아래서 청량산을 마주하고 앉아 있다. 근대적 문물이 물려들어온 개항장 인천에서 일찍 서구 문물에 눈뜨고 미학 및 미술사를 연구하여 한국미술사에 업적을 남겼다던 이. 물론 이 책에는 채만식 선생과 관련된 군산항도 소개되어 있다. 근대화와 동시에 몰려온 식민화의 파고 속에 우리 당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있었으랴만, 김제 만경, 너른 호남 평야와 인접한 군산항의 수난은 유독 심했을 것이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정주사 일가의 수난이 , 바로 일제의 수탈 통로인 이 군산을 배경으로 한다. 화첩 기행을 통해 작가는 스물 세 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들은 걸어간 길 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두었고, 그 길은 역사(歷史)가 되었고 작가를 따라 그 길을 걸을 때 나지막히 이른다. '긴장을 잃지 말아라' '그러나 세상사에 너무 조바심 내지는 말아라'라고

[인상깊은구절]
제가 떠난 뒤 석모도에 오시면 전신주의 소실점 구도 속으로 이어지는 염전의 소금 창고들을 지나 민머루 해변의 솔밭도 거닐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도회에서 묻혀오는 허망한 욕심들까지 솔바람 속에 비늘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 청정한 솔바람은 쏴아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버리라. 버리라" 속삭여 줍니다. "감사해라"고 속삭여 줄지도 모릅니다.
l******r 2001.1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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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날들의 기록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
"어두운 날들의 기록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 내용보기
서울 미대 교수인 김병종씨가 일년 반 동안 조선일보에 주간 연재되었던 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그는 새 세기에서는 예술이 '힘'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는 고달픈 세상살이도 예술의 창을 통해 바라본다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예술의 힘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작가의 그런 바램과는 달리 일제 강점 시기와 6.25동란을 겪은 가난한 나
"어두운 날들의 기록을 비추는 한 줄기 햇살" 내용보기
서울 미대 교수인 김병종씨가 일년 반 동안 조선일보에 주간 연재되었던 <화첩기행>을 단행본으로 펴냈다. 그는 새 세기에서는 예술이 '힘'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는 고달픈 세상살이도 예술의 창을 통해 바라본다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예술의 힘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작가의 그런 바램과는 달리 일제 강점 시기와 6.25동란을 겪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힘이라면 정치와 경제를 의미했다. 그래서 우리 예술가들은 제대로 한 번 대접받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가버렸던 것이다. 작가는 그것이 못내 애통해서 잊혀져 가는 우리 예인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더듬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22명의 예인들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전국을 답사하며 그들을 다시 한 번 조명해보려고 했다. 그는 일일이 예인들의 고향이나 그들이 머물렀던 곳을 답사하며 그들의 숨결과 체취를 느끼고 그들의 예술 세계를 철저히 알아내려고 했다. 그렇지만 근대화나 개발의 이름으로 건물들은 훼손되거나 뜯겨져나가 작가에게 애달픈 아쉬움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독자들의 반응은 실로 굉장한 것이었다. 그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던 예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새롭게 불러일으킴으로써, 그들의 예술이 다시 한 번 이 시대에 빛나게 한다. 죽은 자가 일어나서 걸어나오게 한 힘. 그리고 그들의 예술에 생명을 불어넣은 힘은 작가 자신이 예인이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일 일 것이다. <화첩 기행="">에서 그는 문학, 음악, 서예, 미술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22명의 예인을 소개하는데, 그 자신의 그림과 여러 기록 그리고 사진 등을 요소 요소에 배치해 책 읽기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눈과 마음이 다 즐거워지는 책 읽기로 많은 독자들이 그들 예인들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공감을 하게된다. 그리고 예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기록에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음을 눈치챈 독자들 또한, 기억 속에 사라져 가는 예인들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의 그림과 글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비교적 잘 알려진 전혜린, 김승옥, 천상병, 한용운을 비롯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조선의 마지막 도편수 배희한, 서예가 이삼만, 남사당 바우덕이, 여성국극인 조금앵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쓸쓸하면서도 애잔한 그림자를 우리들 가슴에 드리운다. 그들에게는 예술이 곧 생활이었고, 그들의 치열한 쟁이 정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들을 숙연하게 한다. 작가는 우리나라 예인이라는 숨겨진 금광을 찾아내 우리들에게 그 갱도를 보여준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작가의 현장 답사, 여러 기록, 그리고 작가의 뛰어난 그림과 글 솜씨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이 모든 것을 넘어서서 그들에 대한 작가의 진심 어린 애정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한강에 대한 글이 있다. 그 서두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 서울의 온갖 가래침과 고름을 모두 다 빨아들여 정하게 만드는 강. 한강은 서울의 황하고 갠지스다. 수난의 역사를 바라 보아온 민족의 강이다. 그 물을 마시고 그 물에 목욕하면 죄가 씻기는 바라나시다. 그 성수(聖水)다. 이제부터 새 천 년의 화두는 ‘한강’이다.’ 라는. 내게는 그가 기록한 22명의 예인과 한강이 우울한 모습으로 오버랩이 되는 것을 느낀다. 한없이 홀대와 외면을 받아온 우리 예인들 그리고 우리 문화. 그것에 대해 작가는 절통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더 이상 슬퍼하지 말자. 이제는 새 천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의 말대로 예술이 힘이 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그동안 어둠 속에 묻혀있던 이들이 눈부신 밝음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와 우리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제 우리들이 그들을 껴안을 때다.
YES마니아 : 로얄 l*******1 2003.12.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