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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한 악의 본성을 탐구한 미스터리
"[브라이턴 록]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한 악의 본성을 탐구한 미스터리" 내용보기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서창렬 역 현대문학/2021년 4월 28일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해 악의 본성을 들여다본 추리 미스터리 소설"     1. 들여가며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 ★ 《가디언》 선정 누구나 읽어야 할 소설 ★ 미국추리작가협회 ·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   '지금까지 악의 본성을 이렇게 치열하고 예리하게 탐구한 소설은
"[브라이턴 록]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한 악의 본성을 탐구한 미스터리" 내용보기

브라이턴

그레이엄 그린/ 서창렬 역

현대문학/2021년 4월 28일

"의 대결을 통해 악의 본성을 들여다본 추리 미스터리 소설"


 


 

1. 들여가며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

★ 《가디언》 선정 누구나 읽어야 할 소설
★ 미국추리작가협회 ·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추리소설 100선

 

'지금까지 악의 본성을 이렇게 치열하고 예리하게 탐구한 소설은 없었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나는 처음에 이 책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추리 소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살인'이 이 책에도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화려한 휴양지인 '브라이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책은 한 남자가 자신이 살해당할 것을 예상하면서 그가 살해되기까지 생각과 그가 느낀 불안 등 심리가 섬세하게 잘 나타나있다. 또한 이 사건을 추적하고 추리하는 탐정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선 추리 소설로 읽힌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저자는 살인자가 누구인지에 주못하고 있지 않다. 살인자는 너무나 재미없게 바로 누구인지 밝히고 있다.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이유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추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등이 모두 밝혀져 있다. 그러면 이 책에서는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저자는 살인자가 누군인지, 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책의 내용을 할애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이 살인자의 심리와 행동 변화를 통해 악의 본성, 선과 악의 대결 등   가톨릭에서 흔히 말하는 천국과 지옥, 선과 악, 구원과 회개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추리소설로만 읽어서는 저자가 말하는 바를 분명히 파악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완전히 선한 존재도, 완전히 악한 존재도 아닌 것 같다. 100%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종교적 수양과 참선, 명상 등을 통해 노력을 하면 공자가 말한 군자나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은 선과 악 모두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서 살인에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에게는 악한 본성만 있는 것일까? 그의 악한 행위 때문에 그는 마땅히 지옥에 떨어져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종교적인 선과 악, 천국과 지옥 등의 문제와 결부되어 이 책은 인간의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로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러면 좀 더 작품 속으로 들어가 악의 본성에 대해 좀더 살펴보도록 하자. 

 


 

2. 책 속으로

 

처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 때 제목부터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브라이턴 록'이 무슨 뜻일까?  이 책 속에서 나타난 악의 본성은 무엇인가?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 문장들로 미스터리하게 시작하고 있다.

'헤일은 브라이턴에 온 지 세 시간도 안 되어서 그들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잉크 묻은 손가락, 물어뜯은 자국이 있는 손톱, 냉소적이고 불안정한 태도 등은 누가 보아도 그가 이곳에 속한 사람이 아님을-이곳의 초여름 햇살, 성령강림절의 시원한 바닷바람, 휴가를 즐기는 인차에 속한 사람이 아님을-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제 1부 1장 p.9-

한 남자가 자신이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남자는 영국의 화려한 휴양지인 브라이턴에서 초여음 햇살이 비치는 성령강림절에 곧 그들의 손에 의해서 죽게 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작품의 배경인 되고 있는 1930년대의 브라이턴은 매력적인 바닷가 휴양지의 면모를 세상에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런 화려함 속에 작품의 주인공들이 살았던 넬슨플레이스처럼 또 다른 브라이턴이 있었다, 날림으로 지어진 집들과 음울한 쇼핑 구역과 을씨년스러운 교외 공업 단지들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또한 브라이턴은 경마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 활동의 소굴이었다. 이렇게 브라이턴은 화려함과 비참함이 함께 공존하는 양면성을 가진 공간이다. 마치 저자인 그레이엄 그린이 작품의 배경조차도 선과 악의 측면에 입각해서 신중하게 선택한 것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 우울하고 비참하고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자라난 주인공들이 어떻게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 주인공 살인자 핑키와 그 살인자를 사랑하는 소녀인 로즈가 결국 악을 선택하고 죄를 범할 수 밖에 없던 것도 필연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이 책의 제목이자 살인의 무기가 되었던 '브라이턴 록'에 대해 생각해보자. 원래 이 브라이턴 록은  브라이턴 해변에서 파는 막대 사탕의 이름이다. ‘BRIGHTON ROCK’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사탕은 어느 면을 잘라도 이 글자가 나오는 것이 특징인 가진 사탕이다. 

 

처음에는 이 사탕이 이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이 사탕이 살인의 무기로 쓰여 헤일을 살해할 때 질식시킨 살인의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탕은 어느 면을 잘라도 'BRIGHTON ROCK' 라는 나온다는 특징에 입각하여 불변하는 인간의 본성을 나타태는 상징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악한 사람은 악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종교적인 함의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서 브라이턴 록은  브라이턴 지역의 명물인 사탕이자, 살인의 무기이자, 불변하는 인간 본성의 상징물인 것이다. 

 

로즈는 침대를 등진 채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빵을 잘 만들 것 같은 큼지막한 손을 로즈의 어깨에 얹었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녀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숨에서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제 7부 1장 p.409

 

이 책 속에는 주요 등장인물 3명이 등장한다. 살인자이자 악을 대표하는 인물인 '핑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아마추어 탐정인 '아이다' 그리고 살인자를 사랑하게 된 열 여섯 살 소녀 '로즈'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떻게 보면 '핑키와 로즈'의 이야기처럼 보일 정도로 악의 화신인 핑키와 그 악의 모습까지도 사랑해버려 기꺼이 악의 편에 서겠다는 로즈의 이야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결국엔 로즈를 악의 화신인 핑키로부터 구원해내고 나름 합리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아이다의 모습에서 또한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 이런 선과 악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악의 화신을 대표하는 인물인 살인자 핑키 그는 왜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그는 원래부터 악한 존재인가?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가 왜 '헤일'을 죽여야 했는지부터 살펴보겠다.

이 작품에서 '카이트'라는 인물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는 마권업자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갱단의 우두머리이다. 그런데 라이벌 갱단인 클레오니 패거리가 휘두른 칼에 목이 베이고 죽게 된다. 카이트의 죽음을 계기로 핑키는 그 조직을 이끄는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다. 그리고 그는 '프레드 헤일'이라는 신문기자를 죽이게 되는데, 그는 클레오니의 정보원이었던 것이다. 카이트의 죽음이 헤일의 정보 때문이었는지 그는 보복과 복수 차원으로 헤일을 죽이고 살인자가 된다. 어쩌면 그의 살인의 동기는 조직내의 권력 계승과 응징에 대한 결과에서 출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살인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죄를 은폐하고자 자신의 조직원인 '스페이서'까지도 죽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살인을 알게 된 증인인 열 여섯 살 소녀 로즈의 입을 막기위해 그녀를 사랑하는 척 하게 된다. 

그런데 왜 핑키는 '로즈'는 죽이지 않은 것일까? 그토록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면서 왜 그녀는 살려두고 그녀의 마음을 받아준 것일까? 물론 그녀를 입막음의 도구로 이용하고 협박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자신의 악한 본성이 그녀의 순수하고 선한 본성으로 인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마 그는 로즈가 없었다면 더욱더 잔혹한 범죄를 저지렀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의 입을 막고자 그녀를 사랑하는 척했고, 더군다나 확실히 입막음하고자 로즈와 결혼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녀를 경멸하고 혐오하면서도 왠지 그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녀에게서 여자로서의 매력보다는 자신의 일부분인 것 같은 동질성을 보게 된다.  자신처럼 그녀는 구질구질하고 가난하고 비참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 자신이 그 구역질나고 혐오스러운 곳에서부터 벗어나기 발버둥치고 겨우 빠져나왔는데, 결국은 그 곳 출신인 로즈를 만나 평생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마치 기껏 벗어났다 생각했는데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래서 그에게 로즈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이자 고통의 굴레인 것이다. 

핑키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토요일 밤마다 이불 밑에서 벌인 거칠고 사나운 행위 '그 짓(책 속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혀 여성과의 키스를 포함한 스킨십조차 혐오하고 두려워한다. 그는 동정에 갇혀 있으며, 술, 담배도 하지 않는 어찌보면 어른인 척 행동하지만, 아직은 덜 자란, 여성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여자를 불신하고 성행위는 그에게 혐오감만 줄 뿐이다. 책 속에서 로즈와 키스를 포함한 스킨십을 극도로 꺼리고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그가 보기에 여자는 결혼과 아기에 대한 관심 말고는 마음 속에 아무것도 없는 존재이다. 이렇게 그는 사랑의 가치와 존재도 믿지 않으며 가톨릭에서 말하는 구원 조차도 믿지 않는다. 그는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받고 버림받은 존재이며 그래서 그는 이미 지옥에 가게 된다고 믿는다. 그는 가톨릭신자이면서 미사에 가본 적도 없고 고해성사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는 이미 그의 악행으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의 대죄는 그 어느 것으로도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살인자를 핑키를 사랑하는 열여섯 살 소녀 로즈는 자신을 알아봐주고 잘해주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흠모할 준비가 되어있고 소박하고 순진한 소녀이다. 우연히 핑키의 살인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을 은폐하고 덮으려는 핑키의 행동을 사랑으로 오인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고, 그가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 영원히 남을려고 한다. 핑키와 함께 지옥에라도 같이 가도 괜찮을 만큼 그녀의 사랑은 맹목적인 사랑이다. 로즈는 악의 화신이 핑키와 대조적으로 선한 본성을 상징하는 인물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선한 본성만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고 우리처럼 평범하게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다 같이 가지고 있는 듯하다. 다만  순수함과 소박한 품성이 그녀의 선한 본성을 더욱더 부각시킨다. 다만 그녀는 사랑의 가치와 힘을 믿고 모든 것을 사랑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그 사람이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무조건 복종을 약속하고 그와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에게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이 수호천사라면, 그 수호천사는 악마처럼 얘기하고 있어. 나로 하여금 덕을 행하도록 유혹하면서 마치 그게 죄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거야. 총을 던져 버리는 것은 배신이야. 비겁한 행위라고. 그건 내가 그이를 영원토록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걸 선택하는 행위나 다름없어. '

-제 7부 9장 p.497

그래서 그녀는 가톨릭에서 불경한 행위인 자살까지도 그와 함께 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맹목적인 사랑은 마치 세뇌와 같은 무조건적인 복종에 해당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어떠한 사라판단도 할 수 없이 사이비 종교의 신비스러운 힘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죽음조차도, 가톨릭 신자로서 불경스러운 죄를 범하는 것도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 그녀의 불경과 죄로 인해 그녀가 지옥에 떨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저는 죄를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는 게 아니예요. 용서는 원치 않아요, 전 그이처럼 되고 싶어요, 지옥에 떨어지고 싶어요."

-제 7부 11장 p.506

동반자살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로즈는 죽음의 선택에서 구원받게 되지만, 핑키는 결국 악을 택하게 된다. 저자의 의도대로 결국 인간의 본성은 변할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그들을 추적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같은 역할을 하는 여성인 아이다가 있다. 그녀는 현실적이고 옳고 그름을 믿고 법과 질서를 믿는다. 그래서 옳은 일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에, 무고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누명을 쓰지 읺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래서 자칫하면 자연사로 오인받을 뻔했던 프레드 헤일의 죽음의 실체를 밝히고, 끊임없이 핑키를 추적함으로써 그를 긴장시키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녀가 감시하고 있고 추적하고 있다는 것에 사로잡혀 핑키는 더이상 잔혹한 행위를 못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궁지에 몰린 핑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지만 말이다. 그녀는 선과 악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성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뿐 기독교적인 교리에 치우치지 않는다. 그녀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가치관의 소유자이다. 그녀에게 이 세상은 선과 악의 대결의 현장도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이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며,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내세를 믿지도 않는다. 그래서 핑키나 로즈로 대표되는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대치된다. 

그녀의 활약과 끊임없는 추적으로 사건은 해결되고 마지막에 가서는 로즈를 핑키로부터 구해내게 된다. 저자는 과연 선과 악이라는 가치관보다 이성적인 가치관을 더 중요시하고 있는가. 즉 종말론적 세계관과 물질적 세계관의 충돌 속에서 저자는 어느 편을 들고 있는가. 

결국엔 아이다의 승리로 끝나는 듯이 보이긴 하지만, 그 승리라는 것이 편협하고 억압적이고 자연스럽지 않다. 마치 이겼는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랄까. 어떻게 보면 종말론적 가치관이 아닌 물질적, 현실적 세계관이 우세한 듯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로즈가 핑키의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것을 상상하며 하는 말 속에서 이렇게 악은 계속 이어나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그 악은 신부의 말처럼 로즈의 순박함과 핑키의 힘을 지닌 성인 같은 사람이 될런지도 모를 일이다.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는 거야. 교회는 어떤 영혼도 하느님의 은총에서 버림받았다고 믿지 말라고 가르친다네."

"우린 희망을 가져야 해. 희망을 가지고 기도해야 해."

-제 7부 11장 p.508

 


 

3. 나가며

 

결국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기독교에서 말하는 악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종교적이고도 관념적인 질문이다. 종교나 철학에서도 그 문제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저자인 그레이엄 그린은  그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추리 소설 속으로 가져왔다. 추리소설 속 살인자의 모습을 통해 악의 본성을 연구하고, 그 본성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 문인이자 살아생전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린 스릴러의 대가, 그리고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깊이 고찰한 가톨릭 소설가답게 그는 자신의 전문영역인 스릴러 소설에서 그 악의 본성을 살펴보며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인 그레이엄 그린조차 자신이 쓴 소설 [브라이턴 록]에 대해 "『브라이턴 록』은 내가 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라고 극찬을 한 이유일 것이다.

이에 대해 도쿄대학 명예교수인 강상중 교수도 이렇게 추천평을 남겼다.

기독교에서는 악이란 아무런 내용이 없는 공허한 것으로 본다. 악은 무언가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악은 형식 바로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한 ‘악의 형태’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이라는 소설이다.

-강상중(도쿄대학 명예교수)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도 브라이턴 록에 극찬을 하였다. 

 『브라이턴 록』은 현대 문명의 최악의 양상의 단면을 탁월한 방식으로 단호히 고발한다. 나아가 소설은 비정한 범죄자의 심리, 즉 단순히 야만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대뇌 작용의 끔찍한 왜곡으로 인해 뒤틀린 심리를 드러내는 것까지 깊이 있게 탐색한다.

-《뉴욕 타임스》

 

추천평에서 보듯이 나 또한 이 소설 『브라이턴 록』처럼 악의 본성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파헤친 소설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알고 싶은가?

악의 본성에 대해 파헤치고 탐구하고 싶은가?

그러면 이 책 『브라이턴 록』을 읽어보면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4 2021.07.03. 신고 공감 1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브라이턴 록》 이런 것이 바로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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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장례식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려워하면서 좋아하는 식이었다. 그녀에게 죽음은 충격적인 것이고, 삶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그녀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천국이나 지옥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믿는 것은 유령, 위저보드,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탁자, 구슬프게 꽃 이야기를 하는 작고 서툰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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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장례식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유령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두려워하면서 좋아하는 식이었다. 그녀에게 죽음은 충격적인 것이고, 삶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그녀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천국이나 지옥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믿는 것은 유령, 위저보드,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탁자, 구슬프게 꽃 이야기를 하는 작고 서툰 목소리 같은 것들뿐이었다. 죽음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나 해당될 터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삶이란 것은 삶 뒤에 오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에게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었다.     p.72~73

 

'헤일은 브라이턴에 온 지 세 시간도 안 되어서 그들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라는 이 작품의 첫 문장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초여름 햇살, 시원한 바닷바람과 휴가를 즐기는 인파 속에서 불안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가 있다. 누가봐도 낯선 존재, 이방인처럼 보이는 런던의 신문 기자 헤일은 낯선 도시 브라이턴의 군중 속에서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신문사는 일에 관해서는 엄격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헤일은 이곳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뒤에, 자신의 예감대로 죽음을 맞는다. 그의 죽음은 심장 문제로 더위에 쓰러진 것처럼, 자연사로 신문에 실린다. 하지만 이 죽음에 의문을 품은 이가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헤일의 죽음에서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 그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헤일은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와 같이 있으려고 했고, 여자를 찾았다. 도망치는 대신 자신을 지켜봐 줄 사람을 옆에 데리고 다니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여자가 아이다였고, 두 사람이 몇 마디 나누고 나서 사건이 벌어졌으니 실제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도 같았던 아이다가 그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호기심과 정의감 때문이다. 그녀는 옳고 그름을 믿는 사람이었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헤일의 죽음에 있는 배후를 밝히려는 아이다와 그 죽음을 설계한 젊은 갱 두목 핑키, 그리고 범행의 유일한 증인이 될 로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로즈는 침대를 등진 채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빵을 잘 만들 것 같은 큼지막한 손을 로즈의 어깨에 얹었다. “사람은 변해요.” 로즈가 말했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 그녀가 로즈의 얼굴에 대고 구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숨에서 달콤한 와인 냄새가 났다.     p.409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놀랄 만큼 인간적이고, 심각한 결함을 가진 인물들이다. 살인자는 열일곱 살의 소년 핑키이다. 헤일인 그를 처음 보고는 '섬뜩하고 부자연스러운 자존심과 굶주린 듯한 강렬함이 밴 얼굴'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이 많고 노련한 사내들로부터 갱단의 지배권을 빼앗아올 기회를 노리는 십대 갱인 핑키는 교활하고 비열하고 무자비한 살인범이다. 하지만 가톨릭 신앙으로부터 영원한 지옥행을 선고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 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 살인자를 뒤쫓는 것은 단어 그대로 '아마추어'인 탐정이다. 아이다는 수다스럽고 행실이 단정하지 못한 여인으로 보이지만, 쾌활하고, 정신이 건강했으며, 무엇보다 정의의 편이었다. '그녀는 정직하고 친절했다. 그녀는 법을 준수하는 위대한 중산층에 속했다'라는 문구가 아이다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녀는 살인자와 사랑에 빠진 목격자인 어린 소녀 로즈가 점차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 앤 널 사랑하지 않아. 걔는 위험한 아이야.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이야' 아이다는 로즈를 그 속에서 꺼내 돌봐주고 싶지만, 로즈는 자신의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다. 그 와중에 핑키는 로즈의 입을 영원히 틀어막을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작품은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깊이 고찰한 가톨릭 소설가이자, 격변과 혼란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복합적인 인물로 여겨지는 작가인 그레이엄 그린의 장편소설이다.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은 단편소설집으로 처음 만났었다. 53편의 단편을 한 권으로 엮은, 무려 964페이지의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그 책은 두툼한 페이지만큼이나 이야기꾼으로서의 매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들었었다. <브라이턴 록>은 국내에 절판된 지 수십 년 만에 정식 계약을 맺고 출간되었다. 이번에 나온 버전에는 2004년 그린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확장판에 부친 J. M. 쿳시의 해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1948년, 2010년 두 차례 영화화되었기도 한데, 그만큼 서스펜스와 미스터리가 대중적인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930년대 휴양지 브라이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선악, 천국, 지옥, 구원과 같은 가톨릭 교리와 도덕과 신앙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레이엄 그린은 <브라이턴 록>이 자신이 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를 만나 보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21.05.21.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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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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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그린은 책 보다 영화가 나은것 같다. 이 제목 영화를 오래전 보았는데 참 재밌었다. 원작이 있는것을 알고 오랫동안 기대했다. 그전에 벌써 9년이 되었다. 그가 쓴 자서전 같은 것을 보니 참 재미없었다. 그때 내가 겨울때였다. 그책 역시 나 처럼 복잡하고 힘든 작가였다. 너무 재미없고 지금 같으면 안볼텐데 이책도 참 재미없다. 영화는 아주 스릴 있었는데 그린의 책은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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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그린은 책 보다 영화가 나은것 같다. 이 제목 영화를 오래전 보았는데 참 재밌었다. 원작이 있는것을 알고 오랫동안 기대했다. 그전에 벌써 9년이 되었다. 그가 쓴 자서전 같은 것을 보니 참 재미없었다. 그때 내가 겨울때였다. 그책 역시 나 처럼 복잡하고 힘든 작가였다. 너무 재미없고 지금 같으면 안볼텐데 이책도 참 재미없다. 영화는 아주 스릴 있었는데 그린의 책은 자주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 자신이 대본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그의 책은 스릴있는 영화로 만들었던 1940년대 고전이낫다. 1990년대?2000년대? 다시 만들기도 했던데 경험상 최근 영화는 이럴때 좋지않았다. 

스트레스와 속도 속에 살고있는 지금 사람들이 이 소설이 재밌을까? 이책은 10~20대가 맞을것 같다.

[도서]그레이엄 그린과 현대인의 신앙

이 책이 예전에 본 책 

사건의 핵심(1948) 권력과 영광(1940) 사랑의 종말(1951)

 

 

 

k***9 2021.07.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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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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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지원 도서입니다       "따가운 굴욕의 눈물이 눈알 뒤쪽에 맺혔다. 소년은 자기를 이따위로 대접하면 안 된다고 그들 모두에게 소리치고 싶은 맹렬한 충동을 느꼈다. 자기는 살인자이며,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소리치고 싶은 광적인 충동을 느꼈다." (브라이턴 록, p361)   영국의 휴양도시 브라이턴 룩. 런던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브라이턴으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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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지원 도서입니다

 

 

 

"따가운 굴욕의 눈물이 눈알 뒤쪽에 맺혔다. 소년은 자기를 이따위로 대접하면 안 된다고 그들 모두에게 소리치고 싶은 맹렬한 충동을 느꼈다. 자기는 살인자이며, 살인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소리치고 싶은 광적인 충동을 느꼈다." (브라이턴 록, p361)

 

영국의 휴양도시 브라이턴 룩. 런던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브라이턴으로 성령강림절의 휴가를 즐기려는 인파들이 쏟아진다. 초여름의 신선한 공기, 눈부신 햇살, 즐거움을 찾아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프레드 헤일만이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물어 뜯으며 불안정하게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브라이턴의 갱단, 콜레오니에게 또다른 갱단 카이트의 정보를 팔아왔고 급기야 카이트는 살해 당했다. 카이트의 뒤를 이은 핑키와 남은 패거리는, 오합지졸임에 분명하지만, 신문기자인 헤일 정도야 어쩌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떻게든 죽음을 피하려는 생각으로 안전한 장소, 곁에 있어줄 사람을 찾는 헤일의 눈에 그녀가 들어온다. 아이다 아널드, 화통하고 친절하고 정이 많은 여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재미있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하필 시간도 많다. 그리하여 데이트라고 할 수도 없는 잠깐의 만남 후 헤일이 사망했을 때 유일하게 그의 사인을 의심하고 핑키와 그 패거리를 추적한다.

 

완전범죄. 17세 소년 핑키의 첫살인은 완벽했다. 부검은 헤일의 사망을 심장마비로 진단했고 경찰은 이에 어떤 의구심도 갖지 않았으며 신문사는 발빠르게 직원의 명복을 비는 기사를 싣고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유일한 흠은 헤일의 사망시간을 확정하기 위해 만든 알리바이가 동료인 스파이서로 인해 깨졌다는거다. 헤일이 일정표대로 움직이며 브라이턴에 뿌려야 하는 신문사의 이벤트, 일종의 보물찾기 카드 같은 것을 스파이서가 식당 테이블 밑에 숨겼는데 직원인 로즈가 그걸 보게 된다. 브라이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이벤트인데다 신문에 헤일의 얼굴까지 실린 마당에 자칫 종업원이 두 사람의 얼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보면 어떻게 될까? 핑키는 로즈를 만난다. 곰팡이처럼 번진 가난의 얼룩으로 뿌리까지 주눅든 시시한 소녀. 핑키는 로즈를 경멸하지만 입막음을 구실로 친구, 연인, 순식간에 남편의 자리까지 차지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로즈는 핑키를 사랑한다. 한번의 관심, 한번의 데이트만으로 핑키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을 키우고 그가 살인자란 사실마저 덮는다.

 

이로써 안심이냐고? 설마;; 조금의 위험도 감수할 생각이 없는 핑키에겐 부하인 스파이서도 변호사 프리윗도 무엇보다 숨이 붙은 채인 로즈와 사냥개처럼 제 뒤를 추적하는 아이다 모두가 위협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죽여야만 이 일이 끝이 날까? 핑키는 피로한 머리로 생각하며 스파이서와 프리윗과 로즈를 해치울 계획을 세운다. 허술한 난간 밖으로 스파이서를 떠밀고 얼마간의 돈을 쥐어 프리윗을 떠나 보낸다. 결벽증을 무릅쓰고 간신히 첫날밤을 보낸 후엔 동반자살을 하자며 로즈의 손에 권총을 쥐어준다. 한번 선을 넘은 그에게 두 번, 세 번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다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선을 넘은 모두가 단숨에 악에 정복 당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댈로는 핑키가 저지른 두 번의 살인에 가담했지만 무해한 소녀의 살인까지는 방관하고 싶지 않았다. 경찰의 사이렌 소리, 댈로의 사죄, 포기를 외치는 아이다, 자살하지 않은 채로 어딘가에 총을 던져버렸다고 말하는 로즈, 절벽 끝에 내몰린 핑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현대의 잔혹한 추리 혹은 스릴러에 웬만치 익숙한 독자라 악의 본성을 탐구하는 책 치고는 꽤 순한 맛에 초반엔 살짝 당황했다. 생각해 보면 1938년도 작품인 것이다. 20세기 스토리텔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찬사까지 듣는 양반인데 얼마나 많은 후배들이 그의 작품을 모방했겠는가 말이다. 여타 고전 반열에 든 소설들처럼 익숙해서 평이하게 느껴지는 함정에 빠졌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실상은 결코 평이하지 않으며 순한 맛 뒤에 탁 치고 올라오는 얼얼하게 매운 맛이 아주 장난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반전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내용인데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결말. 당시의 반향도 장난 아니었는지 영화를 제작할 때 그레이엄 그린이 직접 시나리오를 수정해 결말을 바꾸기까지 했단다. 아니 내가 관객이라도 결말이 이러면 멘탈 찢어지지 진짜 ㅋㅋㅋ 핑키를 뒤쫓는 아이다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이건 살짝 페이크고 찐은 10대 폭력배 핑키 그리고 그의 어린 신부 로즈라는 거. 브라이턴 록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인 쿳시(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작가)의 해제도 빼먹지 말고 꼭 읽어보자.

YES마니아 : 로얄 a********0 2021.05.0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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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도시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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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발을 내딛는다는 건 뭘까...싶을때가 있습니다. 내 운명이 이래서 이럴 수밖에 없었노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면 더욱 더 말이죠. 물론 같은 운명앞에 꿋꿋이 맞선 이도 있지만 과연 나는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건, 어두운 뒷골목을 벗어날 생각도 못하는 핑키같은 이를 만났을 때입니다.   17살의 핑키, . 괜히 귀여운 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완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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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발을 내딛는다는 건 뭘까...싶을때가 있습니다. 내 운명이 이래서 이럴 수밖에 없었노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면 더욱 더 말이죠. 물론 같은 운명앞에 꿋꿋이 맞선 이도 있지만 과연 나는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건, 어두운 뒷골목을 벗어날 생각도 못하는 핑키같은 이를 만났을 때입니다.

 

17살의 핑키, . 괜히 귀여운 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건 완전한 오판입니다. 핑키를 본 이들은 하얀 그의 얼굴을 보면서 애송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면에는 어두움밖에 없으니까요. 그를 거둬준 카이트가 상대편 조직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핑키는 조직을 물려받게 됩니다. 그건 그가 카이트의 복수를 실행했기때문일텐데요. 그 복수로 그는 조직의 대장으로 인정받게 되지만 이제 그는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공격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사랑을 혐오하고, 더불어 연애를 겁내는 그가 어수룩하게 사건을 처리한 조직원 뒷처리를 하다 로즈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닮아 떼어놓을수도, 그렇다고 처리할 수도 없는 로즈는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첫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자신을 봐준 첫번째 남자애라서 일건데요. 로즈, 불안해하면서도 핑키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그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그런 그들이 사건으로 얽히게 된 건 쓸데없이(핑키의 눈으로 보면) 어쩌다 만난 남자 프레드의 죽음에 끼어든 아이다때문이기도 한데요. 절대악을 선택했다는 그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그녀, 자신의 일상을 내던지고 프레디 사건을 조사하다 자신이 핑키를 어디선가 봤음을, 그러다 로즈라는 아이가 위험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브라이턴 록"은 영웅이 없는 소설이라고 하는데요. 끈질긴 아이다를 통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구원은 조금 더 친절한 마음을 가진 인간에게서 온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닐까 하게됩니다. 절대적 힘을 가진 신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요. 천국과 지옥이 뭔지 잘 아는 로즈지만 자신이 구원을 받았다는 것도, 어쩌면 더 불행했을 인생을 구해줬다는 것도 모르지만요.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도... 그게 인간의 본성인 거야"-409

"내 말 들어.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이 세상이야."-409

이렇게 아이다는 엄마같은 마음으로 로즈가 받지못한 애정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알려 주고 싶어하지만 로즈는 알지 못합니다. 자신을 진실로 대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말이죠.

 

브라이턴 록은 자신의 마음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핑키를 보여주면서 발을 딛은 악은 흔적을 남긴다는 걸 보여줍니다. 하나로 끝날 줄 알았지만 계속 일들은 꼬리를 물고 원치 않는 상황을 보여주니 말이죠. 간혹 이 순간 그가 변할 수도 있겠다 싶은 때도 있지만 곧 그는 자신이 독으로 가득 찬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지우는데요. 그건 악에서 최악으로... 핑키가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인데요. 아이다같은 이가 조금더 가까이 있었더라면 달라지지않았을까 싶지만 로즈의 부모를 생각해보면 그의 사라지지않는 어둠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녀는 6월의 엷은 햇살속에서 최악의 공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510

세상에 따뜻함이 있다는 걸 몰랐던 어린 살인마와 세상풍파에 찌들어도 유머와 사랑을 놓지 않는 평범한 추적자의 서스펜스 누아르는 그들 뒤에 더 비극이 남아있을거 같아 불안함을 남기는데요. 흑백으로만 떠오르는 이들, 결국 인간의 본성은 변하는건지, 그렇지않은 건지 질문에 답을 주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잔잔하고 어찌보면 애잔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면서 그래도라는 인간의 희망만  남겨두는데요. 변하지 않는다 했던 아이다가 그랬듯 변한다 했던 그녀가 기꺼이 행복쪽으로 걸어가기를  바라봅니다. 그냥 보통의 친절을 가진 인간의 마음으로 말이죠.

 

s****s 2021.05.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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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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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은 재미가 없다. '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 살인자와 세속의 정의를 믿는 아마추어 탐정. 범죄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누아르'라는데 지옥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은 중2병이 심하게 온 애 같고 세속의 정의를 믿는 건 맞지만 아마추어 '탐정'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란 데가 한참 많은 수사 방식, 범죄의 소굴은커녕 그냥 조금 복잡한 일상생활로 보이는 배경 탓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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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은 재미가 없다. '천국 대신 지옥을 선택한 살인자와 세속의 정의를 믿는 아마추어 탐정. 범죄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누아르'라는데 지옥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은 중2병이 심하게 온 애 같고 세속의 정의를 믿는 건 맞지만 아마추어 '탐정'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란 데가 한참 많은 수사 방식, 범죄의 소굴은커녕 그냥 조금 복잡한 일상생활로 보이는 배경 탓에 서스펜스도 누아르도 느낄 수 없는 게 바로 이 책 <브라이턴 록>이다.

 

<파리 대왕>을 지은 윌리엄 골딩이 '그레이엄 그린은 20세기 인간의 의식과 불안에 대한 궁극의 기록자다.'라고 평했어도, 고전의 진정한 부활로 여길만한 <넛셀>의 작가 이언 매큐언이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을 '진지한 소설이 흥미진진한 소설이 될 수 있으며, 모험 소설이 관념 소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들이 무엇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대작가들이 단순히 립서비스를 하진 않았을 테니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찬찬히 읽고 고전의 정수를 느껴보기 바란다. 아무튼 나는 포기.

 

소설가 J.M.쿳시는 책 뒤의 해제에서 그레이엄 그린의 작가적 혈통을 조지프 콘래드의 직속 후배이자 위대한 첩보원 존 르 카레의 선배로 정의한다. 조지프 콘래드의 책은 <암흑의 핵심>밖에 읽은 적이 없지만 적어도 그 책은 이렇게 지루하진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실제 MI6(영국 첩보부) 소속이었다는 점, 그리고 서사를 질질 끈다는 점에선 존 르 카레와 확실히 비슷하지만 이 위대한 첩보원의 지루함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끈끈한 빌드업이라는 점에서 훨씬 쫄깃하다. 서스펜스 누아르를 읽고 싶으면 곧장 존 르 카레를 향해 달려가는 게 유익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가 너무 '젊다'면 레이먼드 챈들러는 어떤가? 그레이엄 그린보다 훨씬 옛날 사람임에도 챈들러의 소설은 더 현대적이다.

 

분명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어디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이언 매큐언의 평에 힌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험 소설과 관념 소설. 쉽게 말해 장르와 문학 사이. 그레이엄 그린도 자신의 작품을 줄곧 오락 소설과 진지한 소설로 구분했는데 <브리이턴 록>이 어디에 서 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누군가는 이 소설이 오락과 진지 사이를 아슬아슬 줄타기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보기에 이야기는 줄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질쳐버렸다.

 

'헤일은 브라이턴에 온 지 세 시간도 안 되어서 그들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멋진 첫 문장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집으로 들고 왔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시작이 오랜 방황 끝에 흐지부지 마무리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브라이턴 록>은 기어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야 만다. 아마추어 '탐정'이 심령술사를 찾아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 할 때 이 책을 덮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s*******r 2021.05.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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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그린[브라이턴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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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1938년, 현대문학.‘20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은 1938년 발표한 장편 소설로 현재 읽는 독자에게 바로 어제 일과 같다. 영국 남부에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앙칼진 바람에 깍아 내린 하얀 절벽 단층사이의 백악기 검은 돌 화석은 바닷가 도시의 시린 느낌이 백과 흑 사이의 이분성이 왕실휴양지와 대조하여 소설 속 주인공 10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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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1938년, 현대문학.

‘20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은 1938년 발표한 장편 소설로 현재 읽는 독자에게 바로 어제 일과 같다. 영국 남부에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앙칼진 바람에 깍아 내린 하얀 절벽 단층사이의 백악기 검은 돌 화석은 바닷가 도시의 시린 느낌이 백과 흑 사이의 이분성이 왕실휴양지와 대조하여 소설 속 주인공 10대로서 궁핍한 생활 전선에 나선 핑키와 로즈의 음울한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앞선 동일 출판사<속죄>를 일고 진한 감동을 받아서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의구심이 들지 않았다. 또한 작가 이언 매큐언의 감상평이 담긴 띠지, ‘진지한 소설이 흥미진진한 소설이 될 수 있으며, 모험 소설이 관념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읽고 싶은 생각은 급상승했다. 사실 소설은 브라이턴을 눈앞에 선명하게 그리 듯 공간 묘사가 탁월하였고 읽고 있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브라이턴 팰리스 피어 잔교 위에 서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글을 정리하며 후기를 쓰는 내내,

여기.... 시골...
타르칠을 한 조그만 양철 지붕 방갈로들,
백악질의 땅에 조성한 정원,
언덕진 초지에 색슨족의 문장처럼 새겨진 화단....
연푸른 바다는 험상궃고 상처투성이인 잉글랜드의 옆구리...
peace-heaven 마을 (181, 465p)

현지 인도식당에서 피시앤칩스를 먹고 로얄 파빌리언 궁전을 산책하고 팰리스 피어 잔교의 빅아이를 보며, 대서양으로 떨어지는 붉은 저녁노을을 해안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온 느낌이다. 그 만큼 머릿속 추억을 소환하는 작품은 단순한 살인 사건과 펼치는 영상 작품을 본 듯하다.
작품의 발단이 되었던 카이트의 죽음과 관련하여 <권총을 팝니다, 1936> 단편을 보지 못한 마음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타살이 자연사로 둔갑한 사회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아이다의 고발 소설 같았다.

그린 자신이 ‘영원한 지옥의 형벌이라는 교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암시하는 기계적인 신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핑키를 통해 보여 주는 친밀한 악에 집중하며 곳곳에서 만났던 성모송의 구절들이 이언 매큐언이 던져 준 의미에 조금 다가간 듯 종교적 관념으로 피어나가는 듯하다. 저자의 그린세계관이 의심스러운 영웅들의 용의주도한 탐정이 아닌 아이다 아널드처럼 집요한 추적에 초라하고 어설픈 핑키와 로즈의 풋내나는 선택으로 다가왔다.
'어설픈 그리고 보호를 받아야 할 10대'를 보며 주변의 기성세대의 모습이 더욱 더초라해보였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에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 성모송 -

이 기도문을 읊조리면, 이 소설이 왜 '가톨릭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지 이해가 될 것같다...

#브라이턴록 #현대문학 #그레이엄그린 #도서이벤트 #브라이턴팰리스피어 #화이트비치 #추리소설
b*****w 2022.01.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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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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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  이 작품을 소개해 주는 대표 문구에 실린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레이엄 그린'이라는 작가가 쓴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 보게 되었기에, 읽기에 앞서 내심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레이엄 그린' Graham Greene(1904-1991)은 영국의 대표 문인으로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인물로 여겨진다고 하는 작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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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본성을 탐구한 걸작 미스터리 

이 작품을 소개해 주는 대표 문구에 실린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레이엄 그린'이라는 작가가 쓴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해 보게 되었기에, 읽기에 앞서 내심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레이엄 그린' Graham Greene(1904-1991)은 영국의 대표 문인으로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인물로 여겨진다고 하는 작가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영국추리작가협회(CWA)와 미국추리작가협회(MWA)에서 선정한 세계추리소설 100선에 올라와 있다는 소개 문구에 관심이 갔다. 워낙 미스터리나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의 미스터리 추리물과는 달리, 선악, 천국, 지옥, 구원과 같은 가톨릭 교리와 도덕, 신앙에 대한 물음들을 담아냄으로서, 새로운 차원의 소설로 승화시킨다고 하여 더욱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브라이턴 록>은 1930년대 영국의 휴양지인 브라이턴을 배경으로, 냉혹한 살인자와 그를 추적하는 탐정의 대결을 그린다는 대략적인 플롯을 가진다. 브라이턴은 매력적인 바닷가 휴양지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화려하고 밝은 휴양지의 뒤에는 날림으로 지어진 쇼핑 구역과 을씨년스러운 교외 공업단지들이 있고, 경마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 활동의 소굴이기도 하였다. 그레이엄 그린이 관심 있었던 장소는 바로 이런 어두운 면의 '브라이턴'이었고 글감을 모으기 위해 이 도시를 여러 번 방문했다고 한다. 

<브라이턴 록>은 1938년에 쓰여졌는데, 이 작품 바로 전에 그레이엄 그린이 썼던 <권총을 팝니다>(1936)라는 작품의 스토리를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마권업자들을 보호해 주는 대가로 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갱단의 우두머리인 '싸움꾼' 카이트는 라이벌 갱단인 콜레오니 패거리가 휘두른 칼에 목이 베여 죽는다. <브라이턴 록>은 이 카이트의 죽음을 계기로 사건이 발전하고 바로 이 후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작한다. 이러한 전제를 모르고 소설을 읽기 시작하니, 도대체 헤일이라는 남자는 왜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죽임을 당할거라는것을 직감하고, 왜 죽게되는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프레드 헤일은 '콜레오니'에게 정보원으로 이용되었던 신문기자였기 때문에 '카이트'의 오른팔이었던 소년, 핑키 브라운이 그에 대한 복수로 프레드 헤일을 죽이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의 첫 문장의 이러하다. 

 

헤일은 브라이턴에 온지 세 시간도 안되어서 그들이 자기를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잉크 묻은 손가락, 물어 뜯은 자국이 있는 손톱, 냉소적이고 불안정한 태도 등은 누가 보아도 그가 이곳에 속한 사람이 아님을 -이곳의 초여름 햇살, 성령감림절의 시원한 바닷바람, 휴가를 즐기는 인파에 속한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p9

 


 

프레드 헤일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의 돌연한 죽음은 의심스러운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시관의 검시 결과는 헤일이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결론 짓는다. 

이에, 헤일이 생의 마지막 날에 만났던 원만하고 향락적인 성격의 여자 아이다 아널드는 그를  위한 세상의 올곧은 정의를 보여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녀를 '탐정'이라 칭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아마추어적이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다. 그녀는 핑키라는 소년과 로즈를 끝까지 쫒는다. 

핑키의 알리바이의 허점을 우연히 발견한 로즈와 아이다 아널드가 아니었다면 소년의 잔혹한 범죄는 아마도 완전 범죄가 되었을 것이다. 

 

열 일곱살 소년 핑키(Pinkie) 브라운

면도칼로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르는데 냉혈한처럼 전혀 거리낌이 없다. 죽음을 맞이한 카이트의 오른팔이었던 핑키는 카이트를 대신하여 남아 있는 조직원들을 이끌어 간다. 그는 브라이턴의 가장 활량한 슬럼가에서 태어났고 부모는 없다. 그는 브라이턴은 떠나본 적이 없다. 도덕관념이 없고, 고지식하며 성행위를 지극히 혐오한다. 핑키에 대한 인물 묘사를 읽어 보면 그의 캐릭터를 조금은 알 수 있다.  

 

뒤에서 보면, 허리 부분이 다소 헐렁한 기성복인 얇은 검정 양복을 입은 그는 실제보다 더 젊어 보였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영원 -그의 삶이 비롯되었으며, 그가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영원- 의 색조를 띤 잿빛 눈 때문인지 그는 실제보다 더 나이들어 보였다. p42

 

핑키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숨기기 위해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일말의 죄의식조차 갖지 않는다. 그는 한편으로 범죄를 치밀하게 구성하고 머리를 써서 짜여진대로 실행해 나가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계획에 변수가 생기게 되면, 걸리적거리는 인물을 그냥 살인하거나 자기에게 해가 되지 못하도록 조종하고자 한다. 그가 로즈와 결혼하는 이유는 만약 그가 재판에 서게 되었을 때, 로즈가 아내가 되어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그녀를 조종하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게 하도록 속인다. 

그러나 그런 치밀함이라 불리는 것에도 허점이 드러나고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고야 만다. 그런 빈틈을 발견하고 핑키를 가차없이 몰아붙이는 아이다 아널드의 힘은 후반부에 이르러 크게 활약하게 되는데.....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카톨릭이라는 종교에 기반한 의식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핑키는 이런 면에서 입체적이며 흥미로운 캐릭터로 보여진다. 처음에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선과 악, 천국과 지옥이라는 종교적 관념이 강하게 있으리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카톨릭 신자인 사람이 죄를 저지르는 행동의 타당성 부재에 혼란스러워 지기까지 했다. 

핑키와 로즈를 하나로 묶는 것은 우연히도 두 사람 모두 '카톨릭 신자'라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은 종교에 의거하여 정신적인 우월감을 느끼고 서로 은총의 교리에 깊이 의지한다. 카톨릭에서는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기도와 회개와 선행이 있어야만 하고 구원을 신의 은총에만 기대는 것은 "등자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사이의 그 순간이 올 때까지 회개를 미루는 것"으로 오히려 또다른 깊은 죄가 된다고 한다.

문득 옛날에는 이 같은 증거 문서에 피로써 서약을 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위로 물러서서 로즈가 어색하게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영원한 고통의 대가로 얻는 그의 일시적 안전......이것이 대죄임을 그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마음속에서는 일종의 음울한 희열과 자부심이 차올랐다. 지금 그는 천사들이 자신을 보고 눈물을 흘릴, 완전히 자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p351 

 

갑자기 의도치 않게 핑키의 삶 속으로 '로즈'가 들어온다. 로즈는 자신을 알아봐 주는 남자라면 그 누구라도 흠모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순수한 열 여섯살의 소녀이다. 

대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핑키에 대해 헌신적인 사랑과 믿음으로 일관하겠다는 그녀의 행동과 태도가 솔직히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핑키에 대한 로즈의 사랑은 카톨릭의 선과 악의 은총에 기초한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옳고 그름이 확실히 있고, 실용주의적인 속세의 아이다식 사랑과는 그 개념이 근본적으로 전혀 다르다. 그래서 로즈는 아이다를 이해하지 못하고 끝까지 그녀를 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신의 참된 은총을 모르는 아이다를 비난한다. 

'사랑해요, 핑키. 당신이 뭘 하든 난 상관 안 해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당신은 내게 잘해 줬어요.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함께 갈 거예요.' 로즈는 그가 커빗과 얘기하는 동안 그걸 써서 그가 자는 동안에 그의 바지 주머니에 넣은게 틀림 없었다. 그는 그 쪽지를 구겨서 그의 주먹 속에 넣었다. p388

 

프레드 헤일이 생의 마지막 날에 만나 도움을 구하고자 했던 여자인 아이다 아널드의 모습을 통해 그린은 판단이 빠르고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독특한 탐정일 뿐만 아니라, 핑키와 로즈의 사고의 축을 이루는 카톨릭에 대적하는 강력한 이념적 맞상대이기도 한 인물을 창조했다. 핑키와 로즈는 선과 악을 믿지만, 아이다는 현실적인 옳고 그름을 믿고 법과 질서를 믿는다. 

아이다는 심령판에 의존해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려 하는가 하면, 선한 의도를 가지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주고자 힘쓰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엔 아이다의 '정의감'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다소 부족해 보였다. 헤일이 죽었던 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도록 움직이게 한 것인지...... 단순히 법에 근거한 정의감이라고 하기엔 필연성이나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핑키와 로즈의 대척점에 서 있는 그녀의 사회적 정의라는 관념이야말로 그레이엄 그린이 작품 안에 설치한 의도적 장치라고 한다. 캐릭터들간의 주요한 대립적 구도와 각각의 성격을 파악하게 되면 이 소설의 가진 다른 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들에게 삶이란 것은 삶 뒤에 오는것 만큼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에게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었다. 신과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은 햇볕 따스한 날의 기네스 맥주 한잔에 아무것도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p73

생각해 보니 이 심령판이 로즈를 구했다.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많은 속담들이 한꺼번에 그녀의 마음속으로 몰려들었다. 그것은 선로 바꿈 틀이 움직이고 신호기가 내려가고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고 커다란 기관차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선로를 타고 달리는, 그런것과 비슷했다. 세상은 이상한 곳이었다. 하늘과 땅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p503

 


 

<브라이턴 록>은 일단 전 작품의 전개와 주요한 캐릭터가 파악되고 나면 몰입감도 좋고 무척 잘 읽힌다. 책의 뒷편에 수록된 J.M. 쿳시가 쓴 '해제'가 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시작의 전제가 되는 내막을 알고 나서야, 글의 흐름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헤일이 왜 소년에게 쫒기는지, 소년은 누구인지, 여러가지 정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스토리를 파악하기에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결국,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큰 흐름은 두 가지로 보여진다. 

그 하나는 확고하게 로즈의 입을 막으려는 핑키의 노력이다. 로즈의 입을 막기 위해 그녀와의 결혼도 서슴치 않고, 동반 자살로까지 이끌어 그녀를 침묵하게 하려고 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이다의 집요한 추적이다. 아이다는 처음에는 단지 헤일의 이해하기 힘든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 것이었으나, 그 다음에는 악의 핑키로부터 로즈를 구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맹목적으로 달려든다. 마지막에 이르러 남편인 톰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생각하는 아이다식의 사랑이라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지만, 지극히 세속적인 미덕을 가진 그녀이기에 사심은 접어두고 응원하려 한다. 

 

선악, 천국, 지옥 등과 같은 가톨릭 교리가 개입하면서 이 소설은 쫒는 탐정과 쫒기는 범죄자의 도식을 뛰어넘어 종교적인 선과 악을 중시하는 핑키와 로즈 대 속세의 옳고 그름과 법을 중시하는 아이다의 싸움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여기에 지옥의 형별과 구원의 문제에 대한 실존적 고민이 끼어듦으로써 소설은 한결 다층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p527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브라이턴 록'이라는 것은 막대 사탕의 이름으로, '브라이턴 록'이라는 글자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보이는 사탕이라고 한다. 핑키가 자주 사먹는 사탕이기도 하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나를 봐. 이제껏 조금도 변한 적이 없잖아? 그건 브라이턴 록 막대 사탕 같은 거야. 끝까지 깨물어 먹어도 여전히 브라이턴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막대 사탕 말이야. 그게 인간의 본성인거야. " p409

 

그레이엄 그린은 이 막대사탕의 이름을 차용하여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자 한것일까? <브라이턴 록>은 고전적인 추리 소설이라고 일컬어 지지만, 그레이엄 그린이 진정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치 않고 관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w*********u 2021.06.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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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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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현대문학       책의 제목인 『브라이턴 록』이 사탕의 이름인 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배경인 브라이턴 해변에서 파는 막대 사탕의 이름이라고 한다. 등장인물인 소년 핑키가 자주 먹는 사탕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아무리 핥아먹어도 브라이턴이라 새겨진 그 글자가 사라지지 않는다니! 음, 어떤 맛일까 궁금한데 한 번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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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현대문학

 

 

 

책의 제목인 『브라이턴 록』이 사탕의 이름인 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배경인 브라이턴 해변에서 파는 막대 사탕의 이름이라고 한다. 등장인물인 소년 핑키가 자주 먹는 사탕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아무리 핥아먹어도 브라이턴이라 새겨진 그 글자가 사라지지 않는다니! 음, 어떤 맛일까 궁금한데 한 번 맛보고 싶다. 

 

 

 

그리 길지 않은 문장, 고전 추리물임에도 활발한 전개와 결말이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이 소설은 1938년에 쓴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의 다른 책 한 권을 주문했다. 현대문학의 꽤 두꺼운 추리소설 단편인데 그레이엄 그린의 단편은 어떨까 궁금했고 역시 장단편 다 늘어지지 않고 압축적이며 몰입시키는 힘을 가진 작가였다.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한 가톨릭적 세계관을 추리소설에 녹인 작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가디언 선정, 영국 추리작가 협회 선정 작가는 역시 다르구나를 이 분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작품의 배경인 브라이턴이라는 도시의 풍경 묘사가 자주 나온다. 느리고 한적한 그러나 경마장을 중심으로 두 갱단이 대립하는 긴장감 속의 브라이턴. 찰스 해일이자 프레드라 불리웠던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남자가 죽기 전 만난 여자 아이다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 기자의 죽음에 집중한다. 한 번 만나 인연이 된 남자의 죽음을 접한다면 놀랍기도 하고 피하고 싶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아이다는 이 남자 찰스 해일에게 강한 연민과 애정을 품는다. 아이다는 찰스 해일의 죽음을 그냥 덮으려는 무리를 상대로 목숨을 건 탐정의 역할을 시작하는데...

 

 

일반 추리물에서는 탐정이나 경찰, 형사가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난도일의 작품도 그렇듯이. 이 작품에서는 특별히 전문형사가 등장하여 역할을 하지 않고 아이다라는 아마추어 탐정이 중심으로 사건을 파고드는 점이 독특했고 그래서인지 독자들은 더욱 몰입하기 수월한 점이 있었다. 

 

 

소설 초반에 등장한 핑키의 모습과 소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본성을 드러내는 핑키의 모습이 참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외모 묘사를 보면 연약하고 마른 체형의 소년인데 어떻게 갱의 두목이 되었는지,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커빗이나 댈로 같은 인물들이 글쎄, 그 자세한 내막이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아서 나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찰스 해일의 사인은 '관상동맥 혈전증'으로 판명 났고 이 사건은 자연사로 완벽하게 위장될 뻔했는데... 소설의 시작부에서 복선이 있었다. 뭔가 불안해하고 쫓기는 듯한 찰스 해일, 그의 모습을 의의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다. 

 


 

 

자신의 범죄를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히 처리하던 중에 식당 서빙하는 소녀 로즈에게 접근한다. 로즈는 처음에는 의구심을 품었으나 차츰 핑키의 말을 따르게 되고 마침내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로즈의 입장에서 보면 외로운 처지에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절대 힘을 가진 남자에게 의지하게 될 수도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마지막에 가톨릭적 세계관으로 대죄를 하자는 핑키의 말을 따르는 모습은 정말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것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봐야 할지. 맹목적으로 어린 소녀의 불같은 사랑으로 봐야 할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계속해서 로즈를 설득하는 아이다의 모습에서도 회의가 느껴졌다. 로즈가 알게 될 진실은 책 마지막에 다가온다. 진실은 늘 밝혀지게 마련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  

 

 

 

반성은커녕 살인을 덮기 위해 거짓 행렬은 계속되는 모습이 무모하게 느껴졌다. 아마 소년이라서 그럴까? 그래도 아직 성인이 아니기에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걸까? 소년 범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악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주제가 묵직하게 와 닿는다. 왜냐면 1930년대 그려진 사이코 패스의 모습이나 오늘날 기사에서 접하는 강력 범죄에서 만나는 모습이나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선과 악, 추리물, 사회성,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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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사락 r******7 2021.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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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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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그레이엄 그린... 가장 복합적인 인간이며,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리되는 이 사람... 난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접해봤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개의 경우는 느끼는 것이 어떤 작가를 이해하려고 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집필 순서대로 접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인데... 한 권의 책으로 작가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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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라는 장르의 최고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그레이엄 그린... 가장 복합적인 인간이며,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리되는 이 사람...

난 이 사람의 책을 처음 접해봤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개의 경우는 느끼는 것이 어떤 작가를 이해하려고 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집필 순서대로 접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인데... 한 권의 책으로 작가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작품은 전작前作이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브라이턴이라는 영국의 한 휴양 도시...

경마장을 중심으로 한 갱들이 판치는 도시...

그리고 가판대에서 팔던 막대 사탕 브라이턴 록...

책을 읽는 내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대해 혼동이 왔다고 해야하려나? 좀 시간 감각이 헝클어졌다고 해야하려나? 내 느낌은 그랬다.

동전을 넣는 자동기계 - 운수를 알려주는 쪽지를 담은 구슬같은 것이 나오는...

유리로된 방파제...

목소리를 녹음하는 LP...

정확한 시기를 책에서 알려주지는 않지만 2차대전 직전의 시간이라는 것은 이런 저런 표현들로 유추해볼 수 있지만 자꾸 혼동이 오는 것은 과연 1940년 대에 저런 물건이 있었을까 라는 막연한 호기심이 갈피를 못잡았기 때문이리라...

작품은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17세의 소년 갱 핑키와 그를 사랑하는 로즈, 그리고 정의를 찾으려는 아이다의 세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두목이었던 카이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한 핑키는 그 살인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하고, 증인들을 멀리 보내고, 증인의 한명인 16세의 로즈와는 결혼을 한다. 입막음을 위해...

경쟁 조직의 압박, 그리고 아이다의 집요한 사건 추적에 겉으로는 잔인하고 냉정한 것처럼 보이는 어린 갱은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로즈와 대죄大罪를 저지르려 시골로 차를 몰고 간다...

이후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ㅎ

사실 이 작품을 과연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작품 내에서의 탐정 역할인 아이다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수사를 하는 사람의 추리적인 면모가 안보인다고 하려나..

정의를 부르짖지만 로즈에 대한 약간의 동정심과 자신의 호기심, 오지랖이랄까... 난 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너무 지나친 편견일까?

악의 본성을 탐구했다는 것에도 선뜻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영국은 국교회 (성공회)의 나라인데 핑키와 로즈는 카톨릭 신자다. 핑키와 로즈가 갖는 대죄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생활에서의 선악에 대한 판단, 천국과 지옥에 대한 생각은 카톨릭을 기반으로 한다고 작품 속에서 이야기된다.

내가 카톨릭에 대해 문외한이어서 그들이 가진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이런 점이 저자의 전작前作에 대한 섭렵이 좀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역시 성공회가 아닌 카톨릭 신자였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는 악의 본성에 대해 열심히 탐구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멍하니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많이 상심하겠지... 미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ㅠㅠ

어쩌면 작품 의도와 차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로즈를 보면 흔히 생각하는 서양 여성과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생활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모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부모에게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니 반항적이거나 독립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소녀가 왜 핑키와의 결혼과 함께 마지막까지 함께 하면서 대죄大罪 (결국 동반 자살이다... 자살하면 벌받아서 저승사자가 된다고 하는 것이 내 인생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데... ^^)를 지으려고 하는 지... 왜 이렇게 의존적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사랑이라고 하면 다 설명되려나?

작품을 읽어본 후의 감상은 이렇다.

어린 갱의 치기어린 범죄와 소심함의 결말...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넘어서는 헌신적인 사랑을 추구한 어린 신부의 희망 찾기...

정의를 추구한 현실주의자의 사랑은 곧 안전...

천국은 말일 뿐이지. 하지만 지옥은 믿을 수 있는 것이야. 두되는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믿을 수 있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어...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깐이라도 천국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을까? 설령 그것이 브라이턴의 담벼락 사이에 난 조그만 틈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한참 동안 그녀를 보았다. 마치 그녀가 천국일 수도 있다는 듯이-그러나 그의 머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p468-469

17살 핑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면서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읽어가다보면 경험해보지 못한 천국보다는 늘 경험하고 있는 지옥에 대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던 어린 갱의 절박함과 외로움에서 악의 본성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읽었다고 한켠으로 밀어놓는 책이 아닌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묘한 책...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내용 중에서 핑키는 로즈가 그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만드는 LP를 사달라는 요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녹음을 한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 한심한 것아, 날 귀찮게 하지 말고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작품의 마지막에 로즈는 핑키와 함께 살았던 집으로 이 LP를 찾으러 간다.

이 내용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영화에서는 이 녹음 부분이 이렇게 바뀌었다지...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p539

로즈는 어느 쪽이 더 핑키답다며 고이 간직하게 될까?

후자가 애틋하기 들리기는 하지만 너무 가식적이고 위선적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에서의 핑키를 보면 말이다.

그래서... 난 아마도 전자가 아닐까 싶어졌다.

그런데 로즈가 만나게 될 6월의 최악의 공포는 과연 무엇일까?

이 작품 뒤에 이어지는 다음 작품에 대한 단서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

h******0 2021.05.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