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얇다. 이거이거 이 돈 받고 팔았다고 아무래도 항의글이 올라오겠구먼.. 이다.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다 초심과 같이 행복한 건 아닐 것이다. 뭔가 다시 잘해보자고 사든 책인데, 이거 웃다가 끝나버린 기분이다.
글이 재밌어도 너무 재밌고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고 전복 택배주문을 했더니, 주인이 갑자기 2시간뒤에 집앞에 갖다주는 정도의 신선함이 가득하다. 뻔한 글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기를 쓴 작가의 신념이 보인다. 뻔하지 않은 글에 어느 정도 치유되는 느낌이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은, 2000권의 책을 넘게 독서해온 나로서는 책의 양보다는 질 중심이라, 더하기보다는 빼기 위해 노력한 이 책의 노력에 경이와 박수를 보낸다.
** 좋았던 멘트 1. 지혜로운 사람이 강을 건널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미친 사람은 이미 강을 건너가 있다. 2. 그 사람의 작은 단점 열 가지에도 내가 그 사람을 견디고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무르고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내가 평소에 잘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커다란 장점 한 가지를 가지고 있을 거에요.
3. 아기를 사랑으로 섬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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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우리도 결혼 10주년을 맞는다. 결혼할 때는 당연히 평생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잘 살겠다고 언약했지만, 살다보니 그걸 어기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임경선 작가의 말처럼 '결혼 =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을 유지하면서 10년을 비비고 살아온 거 보면, 이제 헤어지고 말고 할 단계도 넘어선 건가. 아니면 작가님처럼 20년을 살아봐야 해탈할까. 최근 파테크 해보려고 파뿌리를 자세히 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건강했다. 물에만 담가놔도 하루만에 속에서 초록 부분이 자라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제법 파다운 파로 성장했다. 자라난 부분을 잘라먹고, 뿌리만 다시 심어놓은 파가 재생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우리 '부부'의 모습도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싱그럽고 건강한 상태일 때는 필요한 곳에서 적절하게 맛을 내다가, 초록초록한 시절이 다 지나가면 뿌리를 내릴 시간을 갖느라 조금은 힘든, 그러다 물을 주고 햇빛을 받으면 다시 한번 힘을 얻기도 했던 우리의 10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을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은 삶의 큰 배경화면을 이루는 거시적인 문제들, 가령 가치의 우선순위, 속물 정도, ‘좋은 인간’의 정의, 정치 성향 같은 것들이 과히 비껴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안정감을 얻으려고 노력할수록 불안정한 상황을 자주 유발했고, 서로에게 맞추려고 애쓸수록 더 멀어지기 일쑤였다. 각자는 양보하고 희생한다고 생각할지 몰랐지만, '우리' 존재 자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싸움투성이였다. 문제거리는 매번 사소했고 모든 것이 달랐다. 나는 다르면 다른대로를, 남편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가야할 방향을 찾는걸로, 그 방식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승강이질을 해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근본적인 가치관은 일치하잖아, 그거면 된다고 믿으며 한번도 안 싸우고 산다는 부부의 말은 죄다 거짓이니, 싸우면서 크는거지, 그렇게 위로하며 헤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을 정색하고 헤아리려고 골몰한다거나, 100퍼센트의 진심이나 진실 따위를 지금 당장 서로에게 에누리 없이 부딪쳐서 어떤 결론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질문들의 종착지는 결국 ‘그럼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막다른 골목일 뿐인데, 그렇다면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패배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어차피 사람은 거기서 거기고, 이 사람은 심지어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사흘이 멀다하고 싸워대니 이건 뭐, 싸우려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이러고 왜 사는가 싶을 때도 많았다. 지금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바람에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20년까지는 아니지만 그 절반을 살아보니 싸울 수도 있고, 잘 풀면 되고, 진짜 끝장낼 거 아니면 오래 곪을 필요 없다는 거다. 나부터 건강한 마인드로 살면 싸울 일도 줄어든다. 임경선 작가 말처럼 실패가 아닌 실행을 위해 지리멸렬한 싸움을 뒤로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커피숍으로 간다. 골머리 싸매고 드러누워 봤는데, 그럼 죄없는 애들 눈치밥만 불리더란게 내 결론이다. 남편은 어차피 남:편이고 나는 나다. 건강하게 부부생활 오래오래 하려면, 누구보다 나부터 건강하고, 나 하고 싶은거 정당하게 잘 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어렵다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꼭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남편, 우리 20주년엔 더 사이좋게 만나자:) * 임경선 작가가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1인 출판사 #토스트 를 차려 이 책을 내면서, 이 책 수입은 남편에게 몽땅 줄거라고 했단다. 틀에 박히지 않을 것 같은 작가의, 누구나 공감할 평범한 결혼생활에 관한 기록, 이것이 남편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니 정말 멋지다. 이거야말로 이벤트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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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참으로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 _122쪽
*아무 생각조차 나지 않을 만큼 결혼이 나를 압도한 이유는, 그것이 내가 누군가로부터 격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명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한순간의 착각이라 해도, 나중에 오판으로 결론 난다 해도 말이다. 100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결혼의 불리함과 비합리성을 설득시킨다 해도, 망할 줄 알면서도 뛰어드는 어떤 맹목적인 마음에, 나는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찰나를 본다. _108쪽
석 달간의 짧은 연애 후 20년간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님. 한 남자와 20년씩이나 결혼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그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며 써 내려가는 이 산문집은 무척 솔직하면서도 건조하다. 마치 남 이야기하듯 툭 던져놓는 이야기에 의외로 웃음 포인트가 많다. 마지막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서로의 '안 맞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는 결혼생활, 그렇지만 맞지 않는다고 함께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모른 척해주는 지혜를 발휘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20년간이나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작가님이 몸소 증명하고 있다. 정말 공감 가는 글귀가 많은 산문집, 결혼을 앞두고 읽으니까 더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든다.
책 두께는 얇지만 결혼생활의 소소하고 찌질한 부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부터 일부다처제에 대한 고찰까지 넓고 깊게 다루고 있다. 아내의 시각에서 쓰인 책이지만 남편이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봐도 충분히 공감하고, 피식하며 읽다가도 인생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
제목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해 평범하게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ㅋㅋ근데 진짜 웃기다. 우리랑 비슷해서.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솔직한 작가님 덕에ㅋㅋ 엄청 피식 거리면서 웃으며 읽었다ㅋㅋㅋ 요즘 독서 권태기였는데 이걸로 극복했다. |
임경선작가 다른 소설이나 에세이도 잘 읽었는데 이번 에세이도 재밋었어요. 결혼생활을 20년이나 해보지않고는 도저히 느낄수없는 현실감각에 읽으면서 저도 많은 공감을 했네요.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이라고 했는가 불안정의 연속이다 라는 댓글은 진짜 팩폭인정합니다. |
차분한 표지와, 담담한 제목. 그러나 내용은 팩트 폭행, 팩트 폭격기네요. ㅎㅎㅎ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시작부터 머리를 뿅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죠?
이제 막 신혼을 수료?하고 결혼 5년차에 접어든 어정쩡한 새내기는, 결혼 20년 차 작가님의 경력자 팩트 폭격에 무너지고 맙니다. ㅎㅎㅎ 다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완전한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 내지 포기하며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ㅎ 내 옆의 이 사람을 보면서, 어떤 날은 운명을 만난 것 같이 행복하고, 또 어떤 날은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 싶고 말이죠...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참을 인 열 개 쯤 쓰다가, 또는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권태기가 올 때쯤 문득 생각 날 듯한 글귀들. 어쩌면 행복한 어느 순간에 문득 생각날지도 모르겠네요. 행복이 뭐 별 거야? 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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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생활.. 피식피식 웃게 되고, 공감도 가고. 아 나도 그랬지.. 아 남들도 이런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들 각자의 결혼생활을 이어가고들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글에는 그런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냥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 조금은 냉소적으로.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욱더 공감이 가는.. (글 실력이 짧아 너무 죄송) 편안하게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달리기를 하고, 남편분은 걸어가시고. 작가님 페이스에 맞게 뛰시다가도 다시 남편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는 두분의 저녁 산책 겸 운동을 요요에 비유한 것도 너무 좋았어요. ㅎ 올해 남편과 결혼9년차..나랑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살아가는 일에 다시 한번 편안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
여섯 살 연상인 남자와 만나 20여년을 함께한 결혼 생활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대여 이벤트로 여러권 구매하면서 함께 구매한 산문집입니다.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지, 자신에게 맞는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지 하나 둘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책 받아보고 너무 얇아서 좀 놀랐고 에세이라서 또 놀랐네요. 사실 소설일 줄 알고 구매했습니다. 작가님을 잘 모르기도 하고 내가 책 소개를 너무 대충 봤구나 싶었어요. 그렇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청첩장 얘기 중 결혼을 백번해도 이 남자랑 하겠다 하는 부분에서 쳐돌았나라고 적혀있는 거 보고 웃었어요. 결혼생활이 아이 여부, 맞벌이인지 외벌이인지에 따라서 비슷하면서도 다 달라서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순 없지만 공감가는 것들도 꽤 많았어요. 편하게 읽히니 한번 읽어보아도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