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의 청년 나의 딸 은혜.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당하는 것, 그것보다 더 잔인한 벌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하등한 인간에게 보내는 차가운 눈빛을 느끼는 일상이 반복적인 경험으로 쌓이며 마음에 병을 가지게 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선’이라는 것이 그어져 있는 듯했다. 지난 시간 주변인으로만 살아왔던 그는 이제 일정한 관습과 특정한 체계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있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코 하루아침에 온 오늘은 아니었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들이 품은 힘으로 사는 ‘멋진 삶’은 가능하다.
물론, 엄마인 나는 여전히 파김치가 된 채 12시가 다 되어 귀가를 한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원하는 평범한 일상, 강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어딘지 모를 끝을 향해 질주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 매일, 이 모든 것이 아직 먼 미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떤 지인이 내게 말했다. “발달장애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다들 너무 불쌍해.” 그런데 열심히 사는 우리는 왜 불쌍한 걸까? 결국 사회가 만들어낸 잘못된 인식과 구조가 불행과 불안의 악순환을 만들어낸 탓 아닌가.
저자의 시선은 그곳에서 시작한다. 이 글을 읽으며 느슨하고 허술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히 메우는 일, 그 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척박하고 참혹한 투쟁의 현장에 ‘정치의 깃발’을 들고 돌아온 입법노동자 강선우를 두 팔 벌려 환영하며, ‘따뜻한 돌봄 공동체’를 향한 저자의 도전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