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김세희 변호사가 그런 사람이다. 그가 검사 시절 쓴 구형 의견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장애인 아동에게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서였는데 그는 꽃 이야기부터 했다. “피해자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꽃 같은 아이”라고 말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피해자를 꽃같이 여기는 검사라니…. 딱딱하고 때론 폭력적으로 보였던 검찰이라는 조직에도 피가 돌고,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생각했다. 수많은 피해자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을 그의 발언, 피해자를 지키고 불의에 지지 않고자 하는 그의 진심이 법정 밖으로 나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만 한다고.
이 책에선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주말과 퇴근을 간절히 기다리며, 집에 두고 온 아이가 눈에 밟혀 동동거리는 워킹맘이면서, 정의를 위해 박동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검사 김세희의 이야기가 특유의 듬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검찰을 청산해야 할 적폐세력으로 여기는 서글픈 세상이 왔지만, 사실 대부분의 ‘보통 검사’들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성실한 개인이라는 깨달음을 안긴다.
평범하나 정의로운 검사가 한때 우리 곁을 지켰고, 변호사라는 다른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수많은 검사들이 그와 같은 사명감을 품고 우리를 마주하리라 희망을 주는 이 책이 많은 이에게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