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인간과 동물의 역사를 잘 보여 준 책이 있을까?
긴 역사의 좌표에서 최적의 시점과 사건을 선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그 일을 해냈고,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장면, 보고도 몰랐던 내면의 진실을 꺼내 보여 준다.
1만 4000년 전 자이언트땅늘보가 인간의 돌화살에 멸종하고, 6000년 전 알파카가 가축이 되고, 기원전 30년 클레오파트라와 시녀들이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1457년 프랑스에서 돼지가 살인죄로 재판받고, 2019년 중국에서 말레이천산갑이 의문의 전염병을 퍼뜨렸다. 인류의 옆자리엔 늘 동물이 있었고, 동물의 삶은 인간의 사회, 경제, 문화에 얽혀 들어갔다. 이것이 동물을 빼놓은 인류의 역사가 반쪽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저자는 동물들에게 빼앗긴 목소리를 되돌려준다.
책에 등장하는 스물아홉 동물들은 제 눈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을 제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가슴 한쪽이 저릿한데, 그건 무책임한 상상이 아니라 충실한 자료 조사와 개연성을 토대로 써 낸 이야기들을 통해 동물들의 속마음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 거울에 비친 우리 안의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향고래의 외침을 듣고, 산악고릴라의 안타까움에 공감하고, 제브라피시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기를. 또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 앞으로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를!
오랫동안 품격 있는 동물 교양서를 기다려 왔다.
그 책을 보게 되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