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면사포에 눈부신 미소 가득한, 책 커버를 넘기면, 차르르 영사기가 돌아가며 35년 전 뉴욕으로 이동한다. 아찔한 낭떠러지 중턱에 매달린 인물이 기어이 벼랑 위로 당당히 올라서면, 유숙열의 〈미션 임파서블〉, 뉴욕 리포트는 시작된다. 손이 백개여도 모자를 기자, 열혈 여성학도, 워킹맘, 황인종 시인 여전사로 살아낸 뉴욕판 천수관음 일지다. 그녀가 분주히 오르내리던 맨해튼 1번 지하철, 정류장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그 시절, 페미니즘의 뜨거운 현장들이 현재 진행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내가 지병인 난독증도 잊은 채, 홀린 듯 읽어 내려간 이유다. 그녀가 “영혼의 엄마”, 오드리 로드에게서 받았다는, 폭포수 같은 페미니즘의 세례는 이 땅, 곳곳에서도 새로운 계보와 싱싱한 물길로 번져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