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금숙은 세계가 숨긴 “기호”를 찾는 유목민이자 탐색자다. 그는 “물의 지문”을 만지거나, ‘흰 꽃의 정박지’를 걱정하고, ‘고등어의 길’을 되밟는 방식으로 대상에 접근한다. 젖은 부호를 발굴하고 직조하는 데 탁월한, 그의 루트를 따라 ‘길거리의 가수’가 되고, “모란” 속에 잠들며, “하늘의 심장”을 받는 일은 내게, 신선한 아침을 수혈하고 고독한 저녁의 마성을 깨우는 의식이었다. “동굴”과 “석비”에서 시작된 그의 발자국은 ‘AI’ 텍스트가 흉내 낼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불태우지 못한 말들은 새로운 노래가 될 것임을 믿는다. 우매한 내 눈과 귀는 “물결에 쓸려가다 먼 바닷가에 멈”춘 아이들과, “반짝이는 바깥으로 달아난” 존재들에 대한 물음표만 낳았지만, 다시 한 편을 손에 올려 본다. 시인의 최초의 감정에 가닿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