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중에 내팽개친 영어 회화 교재는 “할 일 없나 본데, 슬슬 다시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어때?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수명이 다 된 전구는 “사오는 걸 또 잊었어? 이런 손쉬운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개수대에 잔뜩 쌓인 그릇은 “항상 이 모양이군. 이제 네겐 기대도 하지 않겠어.”라고 불만을 터뜨린다.
평소 사용하고 있는 물건에게서도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늘 보는 텔레비전은 “녹화한 방송이 벌써 여러 편 밀려 있어요. 이제 슬슬 먼지를 털어줄 때가 되지 않았나요? ”, 컴퓨터는 “프린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목욕 비누는 “이제 거의 다 닳았어요!”, 침대 시트는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저도 함께 세탁해주시겠어요? ”라고 아우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