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를 한국어화해서 공교육에 시범 도입하자”라는 아이디어는 2017년에 출간된 나의 저서 『대한민국의 시험』에서 처음 제안됐다. 그때는 IB(국제 바칼로레아)가 국내 포털에서 검색조차 안 될 만큼 생소했다. 그럼에도 IB 도입을 주장했던 이유는 이것이 우리 수업과 평가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2017년의 최초 제안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전국 곳곳에 IB 공립학교가 생기고, 현장 교사들이 IB 철학과 방법론을 공부하여 직접 수업과 평가에 적용한 사례를 나누는 책이 출간되니, 실로 감개무량하다.
이 책은 우리 국가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 사이의 깊은 간극을 현장에서 메워 보려는 교사들의 집단 지적 실험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표방한 ‘탐구’가 실제 수업과 평가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IB 설계 원리와 비교했을 때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는지를, 교과별 현장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유닛 설계와 사례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IB를 공부하면서 공교육 현장 교사로서 IB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차점을 냉정히 분석하고, 그 유사성 뒤에 가려진 각론의 불일치와 일관성 부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럼에도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교과의 본질을 규명하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을 구현하려는 교사 주도의 대안 설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B는 특정 모범 수업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교사가 자신의 수업과 평가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집단지성의 생태계를 갖고 있다. 이 책도 그 철학 위에서, 현장 교사들이 부딪치고 고민하며 찾아낸 해법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이 책의 사례들은 완결된 해답이라기보다, 교과의 본질을 재정립하고 일관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출발점이자,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정책과 연구의 논의 테이블로 올려놓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답 맞히기 속도전에서 벗어나 학생 각자의 ‘내 생각’을 기르는 교실, 잠자는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나게 만드는 수업을 꿈꾸는 모든 교사와 교육 전문가분들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