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도 못 견딜 거라면 일찍 그만두는 게 낫다.” 많이 들었고 많이 했던 말이다.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은 맷집을 키우고 현실에 타협하라는 훈계를 듣는다. 하지만 그런 훈계는 사실 듣는 청춘보다 말하는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맨투맨』은 뜨겁고 생동감 넘치지만 동시에 무기력하고 냉소적이다. 생기와 열정이 원래 젊은 예술가들의 것이라면, 무기력과 냉소는 세상에 ‘피를 빨려’ 생긴 후유증이다. 자유를 속박당한 채 창의력을 요구받는 예술가들은 결국 창작의 자리를 떠나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이 시대의 젊은 창작자들, 나아가 다음 세대의 이른 피로감과 정신적 오염의 공포를 재치 넘치는 문장으로 전한다. (정말 문장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최재영이 구체적으로 지목한 비극의 원인에 나는 기꺼이 동의한다. 최재영은 영화 「록키」의 낭만적인 희망도 거부하는데, 그 비뚤어진 저항 역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