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하늘을 나는 꿈을 종종 꾸었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키가 자랐다. 장편 소설 《마음 수거함》《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오직 달님만이》, 단편 소설집 《우리 안에 불꽃이 있어》《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를 썼다. 그 외에 청소년 소설 앤솔로지 《자꾸만 끌려!》《어느 날 문득, 내가 달라졌다》 등을 함께 썼다. 수도권의 섬에서 사람 둘, 고양이 둘과 같이 살고 있다.
"차라리 날개 따위 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이런 일 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 너는 날아야 하는 존재야. 날개가 너를 자유롭 게 해줄 거라고." 이레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흐느끼 고 있었다. "작년 여름 언니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 같은 꿈을 꿨어. 꿈속 에서 내게도 너처럼 날개가 있었어. 처음엔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어.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어. 날 개가 있는 존재에게 난다는 건 걷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라 는 걸." 이레가 주먹을 꽉 쥐고 외쳤다. "외로웠어! 언니가 너무나 그리웠어! 내 슬픔을 누구와도 나 눌 수 없었어. 그런 내 마음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 어. 그래서 네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는지도 몰 라. 더는 외톨이로 남고 싶지 않았으니까." 이레가 바람에 맞서 있는 힘껏 목소리를 돋우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돼! 너한테는 날개가 있잖아. 너는 가야 해. 자유로워져야 해, 반드시. 그러니까 믿어 봐. 날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스스로를 믿어주어야 해. "
그렇게 심호흡하고 있으려니 감은 눈까풀 안에서 여름의 한 때가 떠올랐다. 매미 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바람이 앞머리를 헝 클어뜨렸다. 빛이 부서지고 숲이 물결치고 희승이 옆에 같이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레 자신도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희승과 함께 있을 때면 주위를 둘러싼 풍경이 평소보다 훨씬 선명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문득, 사탕을 물고 있지 않는데도 혀끝에 달콤한 맛이 감도는 것 같았다. 희승이 주었던 사탕을 먹었던 순간처럼. 이레가 이불을 꼭 쥔 채로 생각했다. 클로버에게는 아직 날개 가 돋지 않았다. 하지만 내일은 어떨까? 모레는? 그 다음 날은? 올해가 가기 전에 클로버에게 날개가 돋는다면. 이 여름이 끝 나기도 전에 클로버가 날 수 있게 된다면. 나는 클로버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 클로버를 기쁜 마음으로 배웅할 수 있을까? 왜 모든 기억은 희미해져야 할까? 나는 잊고 싶지 않은데. 언 니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데. 벌어진 커튼 사이로 가로등 빛이 새어 들어왔다. 이레가 이불 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어쩐지 잠이 오지 않을 듯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