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까지 비치는 투명한 글을 만나면 독자는 꿰뚫리고 만다. 글에 꿰여 널린 것처럼 읽는 내내 마음이 펄럭였다. 가난하고 여린 존재들의 곁을 지키려는 작가의 분투가 어디에 뿌리를 둔 것인지 자주 궁금했다. 사명감이나 책임감 같은 단색의 단어로는 설명될 수 없는 이유를 그가 되살린 ‘엄마들’의 시간을 따라가며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 여성의 역사 자체인 가족사와, 약한 사람들을 골라 힘자랑하던 불의한 시대와, 딸들에게로 몰려와 고이는 돌봄의 책임, 바스러진 노동을 태우며 질주하는 성장의 단면들이 이야기의 모퉁이마다 ‘사회적 기억들’을 불러낸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고 엄마로 살았다는 감각만 남은 여자들의 쪼그라든 기억을 따라가며 작가는 그들의 삶을 찾아낸다.
소멸하는 기억 앞을 두 팔 벌려 막아선 이 에세이는 기억되지 않는 존재들을 잊지 않으려는 안간힘이기도 하다. 한 문장 한 문장 통과하며 가닿은 끝에는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우리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