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길의 작품세계는 강인한 시어들로 결집된 구와 음보들이 단단한 근육으로 무장된 정형의 정신을 건강하고 야심 차게 내뿜는다. 단호하고 결기 가득한 무인의 기개와 함께, 섬약한 개인에게 야기되는 존재의 불안과 고뇌가 행간마다 성성한 자각과 성찰을 유도하며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시적 개성이야말로, 시조단에서는 드물게 고유한 특질과 강점으로 그 입지를 세우고 있다 할 것이다. 「新 어부사시사」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현대시조에 접목시키고 재해석한 심상치 않은 작의를 내비치는 특별한 가작이다. 고시조의 후렴구를 현대시조에 원용한 운율의 표현 효과가 시조의 격을 높이며 구태의 틀에서도 벗어난다. 천년 시조의 혈통에 오늘의 피를 수혈하려는 법고창신의 의지를 결연하게 구현한 노래일 것이다. 현대시조의 고민의 한 축을 불식시키며, 고금이 만나고 드나드는 작법의 범례를 제시한 이 작품이 창작현장을 향해 시사하는 바는 아주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오랜 과제와도 같은 자각으로부터 작의가 움텄을 「新 어부사시사」의 녹록지 않은 개성과 창법이, 시조 쓰기의 변용에 대한 깊은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