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잘 아는 딸, 엄마를 이해하고 돕는 딸. 서른이 다 되도록 굳게 믿고 있던 ‘내가 보는 나’는 철모르는 딸이기에 가능한 착각이자 오만이었다.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엄마의 모든 일상과 시간, 엄마가 느끼며 쌓아왔을 감정과 상처, 추억과 시련. 나는 그 무엇도 알지 못했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게 어떤 삶을 의미하는지. 나는 엄마의 삶을 모르는 딸이었고,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나의 무지를 자각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아이를 낳고 길러왔을 엄마의 하루하루를 더듬어가면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하루하루의 고단함 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버린 엄마와의 시간이 쌓여갈 무렵. 나는 물음표로 가득한 책 한 권을 받아 들었고, 책 속의 질문 앞에서 휘청거렸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물음표를 보고 꺼내든 전화기, 그리고 건넨 한마디. “엄마, 이번 주말에 뭐해? 우리 둘이 여행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