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옥 시인의 첫 시집 『어제는 딸 오늘은 엄마』에는 사람의 눈빛이 스며 있다. 시장 한켠의 복순 할매, 호적조차 갖지 못한 봉달 씨, 한겨울 인력 사무소 앞 사람들, 두레집 어르신들까지 시인은 오래 바라본다. 일평생 ‘육 남매’의 삶과 ‘밥’을 걱정하는 엄마의 생애를 곡진하게 길어 올리고, 아버지의 품격과 가족사의 애환을 통해 한 시대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인은 거창한 언어를 앞세우지 않는다. 꾸밈과 덧칠보다는 “지우는 걸 잘해야” 깊어진다는 걸 안다. 천천히 걷지만 뒤로 가지 않는 힘이다. “달도 배가 고픈” 세상의 허기와 “군데군데 옹이진” 현실에 울컥하면서도, 마이너스 통장의 ‘너털웃음’과 의자의 ‘엉덩이’ 같은 익살도 피워낸다. 권현옥 시인의 시는 “목을 파고들어 부어버린 세월”을 스스로 삭이고 걸러내며, 장하게 건너온 사람의 숨결이다. 그래서 “붉다, 눈이 시리다”. “고요한 시간”에 닿은 문장 사이로 오래 식지 않는 사람의 체온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