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화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진정성이라는 주춧돌 위에 올린 집을 구경하는 일이다. 서까래로 얹은 자연과 인간의 사계절은 소박하고 간명하다. 엄살이나 과장 없는 문장들이 마치 툇마루에 오롯하게 놓인 슬픔 한 덩이를 보는 듯하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국의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입을 다물라고해도 난디니는 웃는다, 내가 치이이즈 하지도 않았는데”(「난디니」)라며 동정보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자세의 안간힘과 마주친다. 정이월 골목이 따뜻한 이유가 “지팡이를 짚고 절룩절룩 봄볕을 쬐러 나오는 할머니가 있”(「늙은 여왕이 있는 풍경」)기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길은 남향집처럼 낮고 따스하다. 담과 울타리를 세우지 않아 햇살이, 바람이 잘 드나드는 남향집 한 채가 오래된 수채화처럼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