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사랑하는 왕은 산 자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폐하. 죽음이란 원래 도처에 널렸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우리 모두 어떤 방법으로든 죽음의 존재를 느끼며 살아갑니다.”
망자를 최우선으로 놓는다는 의미. 시간이 멈춘 그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도 버리는 것. 그들과 재회하기까지 모든 것이 무가치하다고 단정 짓는 것. 따라서 자신을 비롯한 다수의 삶에 소홀해지는 것.
“그래도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잊어야지요.”
아네트의 목소리는 단호합니다.
“때로는 시간을 멈추는 것만이 사랑하는 이를 추모할 유일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허나 그들을 진정 추모하려면 느릴지라도 시간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죽어서도 변화하고, 그것이 그들을 살아 있게 만듭니다. 우리가 살아야 그들도 삽니다.”언젠가 스쳐지나갔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한 문장을 만나면 너무 놀랍지 않나. 딱 그런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