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만나게 된다. 나만 힘들고 나만 아픈 것 같은 외로운 날을.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인생의 숙제와 맞닥뜨리는 날을.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죽음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그려질 만큼 크게 아팠던 적이 있다. ‘나는 왜 살아야 할까?’ 정답 없는 질문이 내 삶을 덮쳤던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무치게 외로웠던 때. 《엔딩까지 천천히》를 읽다가 그때 내가 생각나서 많이 울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도 이 책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누군가가 추천한 영화 한 편을 본다고 나를 괴롭히던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겠지만,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헤매지 않았을까 싶어서.
책과 영화, 드라마에 기대어 한 시절을 건너가 본 사람은 안다. 나를 붙잡고 살리고 구하는 이야기의 힘을. 미화리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이야기의 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꺼내 쓸 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