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고양이 사다리 연구자cat ladder researcher’라고 칭하는 사진가이자 디자이너 브리기테 슈스터가 기록한 고양이 사다리 사진들은 사진 그 자체로도 뛰어난 구성을 갖추고 있다. 그는 사다리를 강조하거나 가까이에서 찍기보다는 최대한 여러 요소들과 함께 넓은 화각으로 담았다. 벽과 바닥, 문과 손잡이, 창틀 위의 장식, 우체통, 다양한 수종의 나무, 울타리, 화분들, 빗자루와 장화, 낙서들이 고양이 사다리와 함께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 책을 넘기다 보면 베른이라는 도시와 그 도시를 이루고 있는 개개인의 미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아주 유머러스하고 훌륭한 거리 사진가이기도 하다.
이렇게 인간들은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지혜로워진다. 또는 은밀하거나 귀여워진다. 지혜롭고 은밀하며 귀여운 이 책은 작은 등반가들을 위해 사다리를 만드는 마음들을 떠올리게 한다. 살기 좋은 도시는 바로 그런 마음들이 모여 있는 도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