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反日)’이라는 말을 듣고 지겨움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선거철만 되면 친일이네 반일이네 하기 시작하는 정치인들, 3·1절이나 광복절만 되면 평소 안 하던 일제 타령을 쏟아내기 일쑤인 언론 등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반일종족주의》와 같은 책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팔린 사실 역시 반일이라는 말에 담겼던 감각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뉴라이트 세력이 보편주의적인 시각을 내세워 편협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반일이 ‘애국’의 다른 표현쯤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반일은 꼭 애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마쓰시타 류이치가 쓴 이 책은, 다름 아닌 일본인 젊은이들이 50년 전에 반일을 내걸고 일본 전범 기업들을 폭탄으로 공격하기에 이르는 모습, 그 열정과 고민, 갈등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반일이라는 말이 애국주의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반일을 외친 까닭도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에 의한 지배를 바란 결과는 아니지 않았던가.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속에서 외쳐진 ‘반일’이라는 말에 깃든 ‘해방의 계기’를 되찾기 위해서도 이 책은 읽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