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불안하면 지각이 마치 놀이동산의 도깨비집 거울처럼 왜곡된다.풀지 못한 공포의 암묵기억이 감각체계에 정보를 전달하면 그 감각신호를 위험 또는 위협으로 해석하고, 결국 우리가 현실을 보고 경험하는 관점에 영향을 끼친다. 뇌간 및 변연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우뇌는 현재 벌어지는 사건들을 정서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처리한다. 이때 우뇌는 몸에 새겨진 암묵기억을 일정 부분 참조하며 이와 비교해서 현재 상황과 주변 환경을 판단한다. 지금 이순간을 재빠르게 훑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공통점을 탐색하고 비슷하거나 익숙하게 보이는 정보를 확보한다. 반대로 이전과 크게 다르거나 과거 경험과 큰 틀에서 들어 맞지 않는 낯선 정보들은 배제한다. 이렇듯 우리 몸과 마음은 현재와 과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현재를 이해한다. 이 과정에는 논리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변연계가 새로 들어온 감각 정보에 정서적 의미를 부여하고 나서야 그것을 더욱 이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상위피질영역으로 보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게다가 몸과 마음이 불안하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 과정까지도 무너지고 왜곡되며, 심한 경우 아예 주도권을 잃기도 한다. 만약 새로 들어온 감각정보가 위협이나 위험을 나타낸다고 결론이 나면, 변연계는 곧바로 뇌간의 도움을 받아 현재에 대한 논리적 평가를 막는다. 이렇게 반사적 반응을 방지해줄 판단력이 상실되면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는 능력이 현격히 떨어져 현재의 일에 마치 과거의 일처럼 반응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불안할 때는 지각 또한 지금 이곳이 아니라 그때 그곳의 경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