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오랜 기간 여성들의 세계였다. 여성의 것은 폄하되기 마련이다. 흔히 ‘할리퀸’이라 여겨지는 로맨스는 주부가 부엌 테이블에서 ‘갈겨’ 쓴 것이라며 전문성, 예술성도 없고, 진지하게 쓰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장르소설, 대중소설은 그 자체로 평가 절하되며 진지한 읽기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어느 날 로맨스 판타지를 읽기 시작했다』는 ‘어느 날’, 하지만 언제나 우리 옆에 있었던 ‘로맨스/판타지’를 다시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앞서 로맨스가 받았던 전문성, 예술성이 없다는 비난과 등단의 문턱이 낮다는 웹소설의 특징은 바꿔 말하자면 로맨스 판타지의 화자가 바로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통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보통 사람’인 우리와 공명한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장르의 문법으로 직조해낸 글귀 속에 스며든 삶과 고민을 읽어낸다. 행복과 고통, 상처와 치유, 구조 안에서의 개인과 변화한 현실의 인식, 그리고 변화의 시도까지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물론, 왜 우리가 ‘로판’을 보는지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