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미들턴은 성서를 읽는 익숙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견고하게 쌓인 논리 구조 속에서 낯선 시선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하나님의 축복과 심판 앞에서 인간은 감사와 탄원이라는 방식으로 응답해 왔다. 수많은 신앙인에게 모범으로 제시되어 온 아브라함의 침묵, 그리고 하나님의 질문 앞에서 보여주는 욥의 침묵. 저자는 “침묵”이라는 주제를 통해 익숙한 독법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침묵 가운데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한 아브라함은 진정한 순종자였을까, 아니면 탄식하는 인간이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물음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잠시 “하나님”이 아닌 “인간”에게 돌리기를 요청한다. 미들턴의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통”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다가가고자 한다. 어쩌면 인간의 침묵은 자신을 숨기시는 하나님의 침묵에 대응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경구(警句)는 잠시 접어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