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앞에 '사랑해야 할 것 '과 '사랑해선 안 될 것 '이 놓여 있다. 그 앞에서 선택하는 자는 누구인가. 또 주저하는 자는 누구인가. 여성 자체인가. 그 여성에게 개입된 엄마인가.
인간은 스스로의 마음을 곁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살아간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삭제된 영역, 그리하여 곁에서 나를 돌보는 이와 공동으로 이루어낸 감정의 도가니를 '사랑 '이라고 받아들이며 살기도 한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어떤 여성들에게 그러한 '유사-사랑 '은 그 어떤 '자기-형성 '보다 더 강력하다.
자기 몸의 일부이면서, 최초의 단절을 선물한 엄마란 존재는 딸들의 결단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브레이크가 되곤 한다. 탯줄을 끊는 순간 이어지는 애착관계 속에서, 삶의 가장 진한 감정을 함께 공유한 권리당원이 되어, 엄마는 감정의 권력을 행사한다. 자신을 형성해온 복수의 존재가 되어 '사랑해선 안 될 ' 것을 지정하는 것이다.
엄마의 돌봄을 학습하고, 이제 엄마의 심정을 상호 돌봄하고 있는 딸들이기에 엄마의 영향력이란 지대하다. 그러나 딸들은 '엄마 '인 것과 '나 '인 것을 구분해가며 끊임없이 자기형성을 해나가는 존재 아니던가.
딸들의 사랑은 자란다. 엄마를 경유하고 엄마의 경험을 탈출하면서 평생 성장한다. 이 희곡의 주인공 은효처럼, 죽어서도 성장하면서, 엄마에게 질문해나가는 것이다. 사랑할 것인가, 사랑해선 안 될 것도 사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