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시를 자유롭게 만드는 현자(賢者)의 시학
제가 이 시집을 소개하려는 것은 강중훈(康重勳) 시인과 30여년 간 쌓아온 인연 때문만은 아닙니다. 디카시는 사진으로 ‘초두효과(Primary effect)’를 만들어 시를 보완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믿어왔는데 전혀 다른 시학을 모색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함께 검토해보시려면 우선 표지를 넘겨 보세요. 목차도 간지도 없이 쪽수가 나오고, 제목도 없이 시가 나오고, 맞쪽에 사진으로 이어지는, 쪽마다의 연결입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특별히 묶어놓은 듯한 두 장르의 작품입니다. 한 장르의 직품은 68쪽부터 77쪽까지 9장의 사진입니다. 이는 삶의 진실을 ‘이건 몽환이 아니랍니다’라는 한 편의 시로 엮었다는 점이며 또 다른 한 장르의 작품인 101쪽부터 이어지는 작품에는 친구의 작품(사진 11장)을 덧붙여 60~70년대 오조리마을 해녀들의 삶을 조명시키면서 ‘이건 실존입니다/하늘도 바다도 아닌/진짜 당신입니다’라는 실존의 철학을 현상화 시켰다는….
아니, 아니 더 놀라운 건 그냥 넘기기만 해도 솔솔 내용이 들어오고, 이 시집의 제호(題號)와 첫 작품 ‘동행!/이 아침의 찬란한 태양은/누구의/기막힌/영광입니까’를 시작으로 끝내는 그 영광은 곧 양심의 길로 모든 작품이 이어지고, 7, 8개의 어절로 이뤄지면서 3행에서 5행 안팎으로 나누고, 시와 사진은 그들 스스로가 서로 도우면서….
아, 이 짧은 글로는 강중훈 시인의 비밀을 다 밝힐 수 없어 그냥 물러가겠습니다. 그냥 후르르 넘겨 봤는데도 밀려오는 해방과 행복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