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보는 김형석에게는 거장, 천재라는 타이틀이 붙는다(본인은 가장 싫어할 것이다). 그 표현을 부인할 논리가 없긴 하지만, 가까이서 본 그의 모습에 비해 그런 타이틀은 너무 화려하고 재미없는 액자 같았다. 그 안에 걸어만 두기엔 그에게는 너무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작품들엔 어쩔 수 없이 그의 삶이 묻어난다. 김형석의 음악은 따뜻하고, 동시에 서글프다. 어지간한 그의 음악들을 다 꿰고 있는 내가 단언컨대,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느껴지지 않는 그의 작품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실제로 그는 현실의 고통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조언을 주는 어른이자, 눈부신 순간의 덧없음을 서글퍼하는 작가였다. 오래 지켜본 그는 내게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성숙한 어른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각각의 교향곡일지도 모른다. 김형석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훔쳐보며, 내 삶 또한 그처럼 거시적으로 의미 있고 미시적으로 아름다운 교향곡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