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처럼 더욱 가난한 마음을 온전하다 여기게 하는 시인의 언어들은 결핍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지점에 돌 하나를 올려 그의 사랑을 살짝 건드린다면 무궁한 이야기가 쏟아질 가을 섬진강의 수묵화다. 그는 어떠어떠한 행위들로 그냥 시를 살고 있다. 아내를 살고 어머니를 살고, 특히 구순에 가까운 연로하신 장모님과는 한참 열애 중이다. 삶이란 파편처럼 피었다 지는 찰나임에도, 그 순간을 온전한 시간으로 빚고 있는 시인의 언어들! “눈길은 눈이 간 길이니 너를 바라본 것이 모두 길(道)”임을 알고 있는 그와 어언 25년을 함께해온 시간들이 지금도 언어 너머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