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의 새 시집은 맑고 밝고 투명하다. 단순하고 평이하며, 시원하고 산뜻하다. 무념무상이 여미어 있다. 잔뜩 찌푸린 날에 펼쳐지는 푸르름이 읽는 이의 가슴에 어린다. 시의 으뜸가는 경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짬짬이, 언뜻번뜻 예사롭지 않은 기상(奇想)이 두드러졌다가 경쾌하면서도 울림, 떨림이 있는 시어와 어울려 묘연히 가물거린다.
이미지는 명징하면서도 간혹 아련하기도 한데, 여기에는 의도적 고의가 엿보인다. 의미의 중첩과 속내가 또렷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곰곰이 읽어내는 묘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만물, 만사에 대한 포용력이다. 자연계는 물론 이웃, 세상, 세계에 대한 애정의 폭이 깊고 넓다. 오롯이 우뚝한「금성과 더불어」에는 그러한 색채들이 온전히 결집, 농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