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개인의 심리적 습관을 네 가지 유형(안정, 불안-몰입, 거부-회피, 공포-회피)으로 분류해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그중에서도 거부-회피와 공포-회피를 통칭한 ‘회피형’이다.
작가 소혜윤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가장 큰 정체성으로 회피형을 꼽는다. 기존 문헌에서는 안정형 외의 세 유형을 대할 때 대개 교정하려는 입장을 취하지만, 소혜윤은 반대로 이를 긍정하고 끌어안은 채로 살아가는 법을 말한다.
“회피형 인간”의 삶은 타인과의 어색한 공명, 그리고 이번에도 결국 서로가 함께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을 비롯한 일련의 거리 두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은 다가서기보단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이 익숙하고 우연히 접촉이 생기더라도 그들 측에서 이내 밀어내 버린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거리두기에 고삐를 씌워 건강하게 발현시킬 수 있다면 회피형이라는 특질은 독립적이고 오로지 자기 자신으로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 니체는 고귀한 인간들의 특질로서 홀로됨(Einsamkeit)을 언급한 바 있다. 홀로 이 세상을 구석구석 떠돌아다니며 자신 외의 누구를 필요치 않는 건강한 회피형 인간은 그의 고귀한 고독과도 닮은 데가 있다. 소혜윤은 이런 특질이 여자에게 주어졌을 때 대개 사회적으로 더 배척받지만, 또한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만들기 위한 기틀로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작업에서 소혜윤은 단언하기보다는 보여주기의 전략을 택한다. 그 자신의 내면에 대한 개인적이고 세밀한 묘사는 동시에 모든 인간이 거치는 삶의 양태로서 보편화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