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가장 단단한 인간의 무기요, 시인의 실체다. 오기화 시인의 외적 정숙함과 내면의 엄숙성이 그것이다. 현실의 별리가 “차갑고 무겁고 너무 어두워”(「비에 대한 개념」) 무위로 씻김하고 싶은, “지독한 밤을 어리석게 기다려보”았기에 가능한,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야만 하는 시인의 시린 독백이 아리다. 하지만 찌든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고 생존의 보성 명품길을 오가며, 새 책 같은 당신과 곰살궂은 시골살이가 주는 인연의 실타래를 빗물처럼 풀어놓으며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시인의 눈짓은 끝내 “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개미는 노동으로 외로운 문을 연다」) 열었다. 많은 축복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