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첫 글자부터 끝 글자까지 눈을 떼기 어려웠다. 저자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흡입력이 지독하다. 저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윤석열 정부라는 틀에 ‘전제주의’ 씨실과 ‘시민사회’ 날실로 짜낸 하나의 완성된 태피스트리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명징하게 직조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를 보나파르티즘으로 바라보고, 국가와 개인 사이에 있어야 할 시민사회의 부재를 풀어낸 저자의 탁월한 안목은 감탄을 자아낸다. 세세한 부분에서 이견이 있을지라도, 이 두 핵심 축은 강하게 동의한다. 글은 본디 정적이다. 윤석열이 2024년 12월 3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실패하고 버티다 내란수괴로 체포된 상황에서 혹자는 이 원고의 효용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은 정적이면서 동시에 동적이다. 윤석열이 내란수괴로 몰락한 지금 시점에서 이 글은 12. 3. 이후로 그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윤석열 이후의 사회는 어떠해야 할까? 이 대답을 위해서는 윤석열을 잉태한 사회를 알아야 한다. 글라우코스는 황혼 무렵이 되어야 날개를 편다. 윤석열 정부와 그 사회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되었다. 그 시작으로서 읽기에 적절한 텍스트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