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문화는 그 뿌리가 대단히 깊고 복잡합니다. 중동의 대부분 지역은 오늘날까지 천삼백여 년 넘게 이슬람의 통치 아래 아랍 문명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축적된 중동의 문화와 역사는 비단 아랍 문명으로만 이루어진 결과는 아닐 것입니다. 서기 7세기 아랍 문명의 등장 이전 로마-비잔틴, 헬라,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문명의 보이지 않는 영향이 여전히 각 지역에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지난 수년간 긴박하게 치달아 온 팔레스타인 지역의 전쟁 상황도 수천 년 전 역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의 불안정, 그리고 그 주변 지역과의 역학 관계를 보면,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보아온 지정학적 패턴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랍 문화뿐만 아니라 그 이전 문화와 배경에 대한 지식이 오늘날의 중동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윤국영 박사의 책은 환영받을 만합니다. 최근 연일 신문 지면에 등장하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및 인근 총 9개 나라의 주요 국립 박물관 유물을 통해 아랍 시대 이전, 찬란했던 각 지역의 문화와 배경을 간결하면서도 특징 있게 소개합니다. 수천 년의 복잡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일반 대중이 다가가기에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중동의 오랜 역사-문화적 뿌리를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