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나 소설 특유의 환상적이고 철학적인 아우라가 잘 드러난 ?메르쿠리우스의 달?은 동 세대 작가들의 ‘자아’ 탐색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세대를 넘나드는 자아, 한국 사회 속에서의 자아, 공동체 사회 속 자아, 그리고 가족 안에서의 자아에 더해, 이 소설로 우리는 ‘아무도 눈치 보지 않는, 자기만의 고독한 자기애’를 짙게 맛볼 수 있다. 전통을 멸시하면서도 간직하는 자기애, 가족을 해체하면서도 결국은 감싸 안는 자기애,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의 전면에 선 자기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자기애의 모습까지, 한 남자의 이 모든 다양한 일면이 ‘현대의 외로운 영혼으로서의 자기애’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메르쿠리우스의 홀연한 등장이나 텅 빈 달의 조형물처럼, 겉을 깨고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야만 비로소 드러나는 내면의 갈등을 다루는 소설이다. 애정이 미움을 치환하고, 미움이 그리움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역설과 아이러니가 마치 모래사장에서 그늘 속 햇빛을 받은 하얀 조개껍데기처럼 반짝인다.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