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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金愛華
국내작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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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국내작가 번역가
베이징대학 박사학위 취득(2016년). 현재 천진사범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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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하고 다채로운 이야기, 따뜻한 한중 역사: 위셴룽의 『중한 인문 교류와 문명 대화의 역사적 군상』을 읽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전쟁과 외교의 언어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라 사이의 힘겨루기에 시선을 빼앗기는 동안, 우리는 그 사이를 오가며 서로에게 배우고 삶의 자취를 남긴 사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중 관계의 역사를 조금 다르게 읽으려면, 국가의 이름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얼굴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셴룽의 『중한 인문 교류와 문명 대화의 역사적 군상』은 바로 그 얼굴들을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상하이외국어대 글로벌문명사연구소 부소장이자 상하이 글로벌 거버넌스·지역국별 연구원 전임연구원으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와 역사·문화를 연구해 왔다. 이 책에는 그가 10년 가까이 월간 『중국』에 발표한 역사 칼럼들이 담겼다. 오랜 시간 모아 온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질문은 분명하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어떻게 두 나라를 연결했으며, 그 만남은 무엇을 남겼는가. 왕조의 연대기에서 사람들의 삶으로 책은 군왕·문신·문인·의인·상인·무장·도승·여성을 다룬 여덟 장에, 동물·경전과 서적·산천·음식을 다룬 네 장을 더해 모두 열두 장으로 구성됐다. 국가 간 관계를 조약이나 제도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인물과 문화의 이동을 따라가며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장보고와 적산법화원, 허균과 명나라 문인들의 교류, 김택영과 장젠의 우의, 광복군의 충칭 유적에 이르기까지 책이 다루는 시간과 공간은 넓다. 고대의 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근대의 격변 속에서 이어진 인연까지 시야에 담는다. 이러한 구성의 장점은 한중 관계를 추상적인 국가 관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경험으로 읽게 한다는 데 있다. 왕과 관료에게는 통치와 외교의 과제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삶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상인의 이동 역시 물자의 거래로만 끝나지 않으며, 문인과 종교인의 만남에는 지식과 신앙을 나누는 일이 뒤따른다. 이 책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교류’라는 익숙한 단어 안에 서로 다른 목적과 처지를 지닌 사람들의 삶이 겹쳐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역사를 읽는 온도의 변화다. 국가의 흥망과 세력의 충돌을 좇을 때와 달리, 한 사람의 경험과 인연을 따라갈 때에는 상대의 삶을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책이 전하는 따뜻함도 막연한 우호의 구호보다는, 그렇게 구체적인 얼굴을 마주하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여성을 독립된 장으로 다룬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장에는 무측천과 선덕여왕뿐 아니라 서시와 서왕모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실제 역사 속 여성과 함께, 여성을 둘러싼 전설과 문화적 이미지까지 살피는 구성이다. 여기서 독자는 두 가지 질문을 만나게 된다. 여성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리고 후대의 사람들은 여성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야기했는가. 두 질문은 서로 연결되지만 같지는 않다. 전설 속 인물을 실제 교류의 주체와 동일하게 다룰 수는 없지만, 그 전설이 전해지고 받아들여지는 과정 역시 문화 교류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기록과 기억을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넓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의 시선은 사람을 넘어 동물과 자연, 서적과 음식으로 이어진다. 기린과 해치, 『효경』과 『천자문』, 우타이산과 아미산, 만두와 게 요리까지 서로 다른 소재들이 한중 교류사를 읽는 통로가 된다. 얼핏 흩어져 보이는 이 주제들을 묶어 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인식이다. 어떤 동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한 권의 책을 읽어 삶의 기준으로 삼으며, 먼 곳의 산천을 시와 이야기 속에 담아내는 일은 모두 인간의 해석을 거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어디에서 어디로 전해졌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삶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바꾸어 갔는지를 묻는 데 있다. 이 대목에서 문화 교류사를 읽는 질문도 달라진다.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만이 아니라 ‘어떻게 전해졌으며,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동안 무엇이 새로 생겨났는가’를 묻게 되는 것이다. 닮은 점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차이를 이해하는 노력이 함께할 때, 문명 간 대화라는 말도 비로소 구체적인 내용을 얻는다. 관계가 흔들릴 때 지탱해 주는 ‘바닥짐’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랜 교류의 기억은 오늘의 한중 관계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저자가 인문 교류의 역할을 설명하며 제시한 ‘바닥짐’이라는 비유는 특히 인상적이다. 바닥짐은 배를 앞으로 움직이는 동력은 아니지만, 배가 크게 흔들릴 때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인문 교류 역시 외교적 갈등을 단번에 해결하는 수단이라기보다, 관계가 어려워졌을 때에도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를 이어 갈 여지를 남기는 토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문화적 친연성이 정치적 신뢰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류가 오래 축적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의 변화나 갈등의 해소가 저절로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과 인문 교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당장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더라도 상대를 하나의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바라보지 않게 하는 일, 협력과 공감의 가능성까지 잊지는 않게 하는 일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가까웠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와 기억의 폭을 넓혀 준다는 데 있다. 국가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사람의 경험을 더하고, 갈등의 기억 곁에 교류와 연대의 기억을 함께 놓아 보게 한다. 그렇다고 따뜻한 이야기가 역사의 상처를 덮는 장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중 관계를 우호의 역사로만 서술하는 것도, 대립의 역사로만 환원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교류 속에 존재했던 위계와 긴장,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사람들이 만나고 배우며 관계를 만들어 온 과정까지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 역시 그러한 시선으로 읽을 때 더욱 깊은 의미를 얻는다. 책을 덮고 나면 한중 관계를 향한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우리는 왜 갈등하는가’에 더해, ‘우리는 무엇을 주고받으며 살아왔고, 그 경험에서 무엇을 다시 배울 수 있는가’를 묻게 된다. 이웃을 이해한다는 것은 좋은 모습만 골라 보는 일이 아니다. 익숙한 몇 가지 이미지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상대의 역사와 삶을 알아가는 일이다. 『중한 인문 교류와 문명 대화의 역사적 군상』은 그 길로 독자를 이끈다. 국가의 이름 뒤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 어쩌면 오늘의 한중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일도 거기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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