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 보니까요, 오래 남는 건 거창한 일보다 그때그때 나눈 웃음, 주고받은 말, 같이 먹은 한 끼더라고요. 이 시집도 그렇습니다. 읽을 땐 잔잔하다가, 나중에 불쑥 떠올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읽다 보면 누가 생각나거나 한때의 계절이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이 시집은 꼭 평양냉면 같아요. 처음엔 싱겁지만, 먹다 보면 시원해지고, 다 먹고 나서야 ‘아, 그 맛’ 하고 떠오르는 것. 사람 사이 관계도, 우리의 일상도 그렇죠. 빨래에 밴 햇볕 냄새, 여름 골목의 그림자, 창에 맺힌 빗방울, 저녁 무렵 건네는 짧은 안부 같은 것들. 사소하지만 소중한 순간들. 그게 모여 삶을 엮는 실이 되고 사랑의 기록이 됩니다. 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낸 기억이 돌아옵니다. 오래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문득 평양냉면이 먹고 싶어지면 그건 시집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