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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통찰력이란 질병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적 정교함뿐만 아니라 인간적 세심함도 갖춰야 한다. 이는 인간의 인격에 내포된 주관과 감정이 갖는 모호함과 애매함까지 포용하고 배려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인간성이 갖는 모호함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기에 의학이 기술적 정교함을 추구할수록 이를 배제하게 된다. 기술주의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0과 1 이진수로 받아들이듯 환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좋은 것과 나쁜 것, 사는 것과 죽는 것이라는 이분법으로만 구분한다. 이는 인간을 총체적 상태, 통일적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환자의 주관적 만족과 삶의 가치도 고려하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술주의 경향은 인간을 수리하고 교체하는 개별 부품의 상태로 판단하고, 모든 것을 매뉴얼로 대응하는 기계주의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의학에서 기술만 남기고 인간성을 걷어내는 자기 해체 과정은 과거 자신을 철학자로 인식했던 의사들을 이제는 과학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병에 걸린 주체인 인간은 소외되고 병이라는 객체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죽음에 대해서도 삶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지 않고 개별 장기의 이상으로 접근하도록 한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인간은 개별 장기를 교체하면 영원히 사는 기계와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 결국은 멈춰야 할 선을 찾지 못한 채 의료 집착을 부르고, 비극적인 연명의료로 이어지게 된다. _2장 06 연명의료의 민낯을 파헤치다에서나는 성공적인 삶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세우게 되었다. 타인과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 시나리오를 좇아 살아가기보다는 죽음의 순간에 후회가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나만의 고유하고 개성적인 이야기를 써나가리라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삶은 한 번 뿐이고, 시간은 유한하므로 나는 내 삶의 작가이자 연출자이며 주연배우로서 내 시간들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살게 되었다. _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