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하다 싶으면 그의 격정에 놀라고, 가냘프다 곰곰이 마주하면 그의 강인한 삶의 의지와 불굴의 응전에 경외하게 된다. 가족사를 덧붙인들 무엇하랴. 아슬아슬한 게 천생 시인이다 싶지만 깊은 데서 배어 나오는 설움의 힘에 망연하게 포획될 수밖에 없는 저 유장함. 그런 ‘이야기’와 ‘사건’들과 ‘사람’들로 가득한 박석준 형의 이 시집의 시들. 서럽고도 질펀하다. 촉촉한 ‘시간’의 세계로 교묘하게 끌어들이는 늙은 청년의 고스란한 삶의 감각이 가슴을 에인다. 그러니 붉어진 눈으로 그리운 벗들 모아 “오후에 내리는 봄비”쯤에 술집으로 흘러나오도록 불러나 볼까. “젊음은 그저 젊은 시간에 있”더라도 “쇼윈도 거리” 밖 “인생무상이 없”는 시인 박석준 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