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기획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를 위해 구성된 특별취재팀. 경향신문 젠더데스크와 취재기자, 여성 서사 아카이브 채널 ‘플랫’,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사진기자, PD, 교열기자 등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이 조각보처럼 모였다. 2021년 10월부터 명함은 없지만 일 좀 해본 언니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녔고, 여기 그들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딱! 60세 이상 여성들이 증발하자, 대한민국은 마비됐다. '필수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 4분의 1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요즘 관련 기사를 많이 접하는데.. AI로도 대체되기 힘든 필수노동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6070대 여성들이 사라진다면 사회는 엉망이 될 것이다.
명함으로 얘기하면 저희는 딱 갈리는 거죠. 저는 명함만 없이 일은 많이 했고. 그 사람은 정말 명함이 많았어요. 많이 찍고 다녔어요. 무슨 무슨 산악회, 연합회 회장 등…. 저희 애들이 잘 커줬는데 둘째(아들) 같은 경우엔 특목고를 갔거든요. 근데 특목고 간 게 또 신랑의 명함이 되더라고요.일푼 하나 받지 못하고 남편 대신 시아버지가 차려준 독서실을 혼자 운영하면서 내조와 집안일까지 감당해야했던 이선옥 씨는 명함이 없다. 이혼 이후 20 여개의 자격증을 따고 여러 강연과 수업을 다니면서도 번듯한 명함 하나 만들지 않았지만 그는 그 자신을 명함이라 칭한다. 작은 직사각형 종이 안에 그를 욱여넣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 된 본인이 명함이 된 것이다.
울어도 달래줄 사람이 있어야 울지. 너무 힘들어서 '나는 못 살겠다' 하고 큰애를 업고 주문진 바닷가까지 나왔어요.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이게 무슨 돈이 있어야지. 돈이 있어야 버스를 탈 거 아니에요. 하루 종일 바닷가에 앉아 있다가 할 수 없이 도로 걸어서 들어갔어요. 용감하지 않으면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들어요.과수원을 하는 이광월씨는 시할아버지와 시부모, 청소년 시누이 셋과 남편을 건사했고 농사와 과수원 일도 맡았다. 그렇게 일을 했는데도 제 것이라 불릴 만한 과수원 땅을 사기까지 긴 세월을 버텨야만 했다. 이제서야 그는 좋아하는 글도 쓰고 시를 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