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은은 시인과 저항자, 삶과 죽음의 불안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살아왔다. 시의 도달이 깊어질수록 그는 삶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떤 시인도 고은보다 더 델피의 격언 “너 자신을 알라”가 더 심오하게 들어맞는 시인은 없다. 이런 이유로 고은에게 시는 되어감의 과정이며 그의 최후의 작품은 그 첫 작품과 필경 다르지 않을 수 없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서 그는 자기 자신의 완성된 시詩 작품이다. 고은에게 쓰기란 말하지 않은 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는 언어를 소유하지 않는다. 언어가 그를 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