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순의 시들은 시간을 견디며 공간을 배회한다. 그 서성거림의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있고 말채나무가 있고 청동거울이 있다. 시인은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때로는 맑은 눈으로 때로는 깊은 마음으로 내면을 들여다본다. 시인의 발걸음은 엉성한 듯해도 붙잡는 것들이 많다. 거미줄이 그렇고 “새가 날아간 자리에 나무의 진동이” 그렇다. 과장된 눈물이나 곱씹어 덧나는 상처가 없다. 오히려 그의 작업은 “무의미하게 멀리 오래” 걷는 것 같지만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