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속성들과 특징들은 인간이 그런 유사성을 식별하기로 결정하든 말든 서로 겹치고 한데 묶인다. 각각의 집단을 식별하기로 우리가 결정하든 말든 나뉘고 분할된다. 자연계에 관여할 때 우리는 그런 노선을 따라 범주화하고 개념화할 수밖에 없다. 29이 발상은 아마 훨씬 더 이전에 나왔고 플라톤만의 생각도 아니었을 테다. 이 철학적 전통은 세계를 설명하고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많은 철학적 전통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이 전통을 언급하는 까닭은 내게 익숙해서고 더 중요하게는 현대 심리학의 전조들과 관련되어서다. 만약 이 모든 것, 즉 일반화하는 경향, 효율적인 중심적 표현의 가능성 그리고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분류를 고려한다면, 범주화는 사실상 불가피한 듯하다. 범주가 인지 구조의 불가피한 일부라고 한다면, 어떻게 범주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ㅣ개념의 기능ㅣ 근본적으로 개념은 한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표상이다. 그런 까닭에 개념은 행동적 동치류라고 기술될 수 있다. 캔에 든 먹이에 대한 행동적 동치류를 형성했던 내 고양이 페퍼민트의 경우에서처럼, 개념은 경험을 요약하고 행동을 이끈다. 일단 한 대상이 한 범주의 구성원으로 분류되고 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해당 범주의 구성원으로서 행동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신제품 범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가령 스마트폰은 우리 다수가 자랄 때부터 사용했던 전화기와는 전혀 다르다. 전선도 발신음도 ‘교환수’도 없다. 1990년대에 전화 통화(전화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능)를 하고자 할 때 여러분은 수화기(말하고 듣는 부분)를 들면 발신음을 들을 수 있다. 발신음이 들리면 전화선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전화기phone가 무선전화cordless phone와 휴대전화cell phone, 스마트폰smartphone으로 바뀌면서도,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라고 불리기보다는 ‘폰’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쓰였다. 이로 인해 우리가 아는 것과의 연속성이 생기므로 우리는 그 사물을 분류하고, 우리가 아는 개념과 연결시키고 또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개념도 자신의 개념을 활성화시킨다. 예를 들어, 신형 아이폰이나 신형 삼성 스마트폰을 집어들면 여러분은 대다수 기능의 조작법을 이미 알고 있다. 기존의 개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플립 휴대전화를 집어 들면 여러분은 다른 개념을 활성화시키고 그 휴대전화를 다른 방식으로 다룰 것이다. 일단 무언가가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 알면 여러분은 기존의 개념 지식을 이용해 그 방식을 추론할 수 있다. 다른 사례들도 많다.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된 콘서트에서는 대중음악으로 분류된 공연과는 다른 매너나 복장 양식이 권장된다. 디저트 와인으로 분류된 와인은 특정한 방식으로 소비해야 하며 아마도 스테이크와 함께 마시지는 말라고 권장될 것이다. 야외용 운동화로 분류된 신발은 실내용 운동화로 분류된 신발과는 다른 개념을 활성화시킨다. 범주가 여러분이 행동하고 반응하는 법을 아는 데 유용하다는 이런 생각은 사고 과정에 곤란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 경향은 인종이나 직업과 관련된 많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뿌리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마음은 우리가 지닌 그리고 형성해온 모든 개념으로부터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일반화가 유용할 때도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인종의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다른 인종의 사람에게 말할 때와 상반되게(심지어 무심결에) 우리 행동을 조정할 것이다. 동일한 건물에 있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의사를 만날 때에는 안내원을 만날 때와 매너가 달라진다. 우리는 어떤 인종에 대해서 다른 인종과 태도를 달리한다. 고정관념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다수의 연구와 문헌은 사회심리학의 고전적 주제들의 내용과 부합하는데, 여기서 드러나듯이 그런 범주들은 미묘하고 암묵적인 방식으로 태도와 지각에 편향을 가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특히 미국은 경찰과 흑인 공동체, 그리고 때로는 시위대 사이의 폭력이라는 지속적인 문제를 겪어왔다. 이 충돌은 때때로 크게 불거졌다. 가령 1960년대의 시민권 운동 시기에, 1970년대의 ‘마약과의 전쟁’ 동안에, 뉴욕 경찰대LAPD 소속 경찰관들이 로드니 킹을 폭행한 이후에(1991), 그리고 더욱 최근에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의 시위(2014) 및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2020) 이후에 그랬다. 이런 충돌이 벌어지면 뉴스와 분석 기사, 사진, 동영상이 쏟아진다. 또한 경찰의 역할과 용의자, 피해자, 시위자의 역할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생긴다. 이 전부는 사람들에 관한 어떤 의미와 일관성과 관련된 개념이지만, 그런 개념들의 경계와 특징은 사람마다 다르다. ‘경찰관’의 개념도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한 사람이 지닌 개념은 그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어쨌거나 개념은 사적인 기억, 지각 및 경험의 요약된 표현이니 말이다. 경찰관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은 과연 어떨까? 그걸 떠올려보는 방법 한 가지는 이 장에서 여러 번 했던 대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다시 해보는 것이다. ‘경찰관’을 검색하면 꽤 많은 이미지가 나올 텐데, 다수는 임무 수행 중인 경찰의 모습 및 인물 사진이다. 여러분의 첫인상은 어떤가? 그런 이미지들이 여러분 자신의 경찰관에 대한 개념과 들어맞는가? 몇 가지 버전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뉴질랜드 경찰’을 검색해보면, 대체로 친근하게 보이는 이미지들이 나온다. ‘미국 경찰’을 검색해보면, 대체로 덜 친근한 이미지들이 나온다. 또한 중무중한 경찰 집단이 많이 나온다. ‘폭동진압 경찰riot police’을 검색하면, 친근한 얼굴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사실 얼굴이 많이 보이지가 않는데, 다들 헬멧과 바이저로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들의 세계는 여전히 접합 부위에서 잘리고 있는 중이지만, 상이한 접합 부위와 상이한 초점이 존재한다. 경찰을 상대했던 몇 가지 경험, 그리고 대체로 친근한 편이며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와 얼굴이 비슷한, 가벼운 무장을 한 사람들을 바탕으로 경찰관의 개념을 형성했다고 상상해보자. 여러분의 개념, 즉 추상화된 경찰관 개념에는 경찰관 범주 일반의 중요한 특징들(체포하기, 수갑을 차고 다니기)과 더불어 여러분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알게 된 특징들(도움을 주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 내가 아는 사람들처럼 생긴 모습)이 포함될 것이다. 이제 여러분의 경험이 주로 전투용 차량, 중화기, 헬멧, 안면 보호구와 함께 경찰을 보아온 데서 생겼다고 상상하자. 그리고 경찰이 총격 사건, 폭동 및 충돌과 같이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등장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여러분한테는 분명 경찰에 대한 아주 다른 개념이 생길 수 있다. 이 개념에는 이전과 동일한 일반적 특징(체포하기, 수갑 채우기)도 들어 있겠지만, 여러분의 경험에 바탕을 둔 특정한 행위의 다른 목록(위협하기, 난폭하게 대하기, 물리력의 사용)도 들어 있을 수 있다. ‘경찰’이라는 동일한 꼬리표를 달고 있긴 하지만, 이것들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앞서 나온 것처럼 경찰에 대해 친근한 개념을 지닌 사람들은 그런 친근한 개념과 부합하는 특징들을 예상하고 추정한다. 반대로 방금처럼 난폭한 개념을 지닌 사람들은 난폭한 개념에 부합하는 특징들을 추정한다. 두 추정 모두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개념의 결과다. 개념은 개인의 많은 경험을 추상화하고 압축해, 사용 가능하고 구조화된 정신적 구조를 마련해준다. 경찰에 대해 우리는 늘 개념과 범주를 이용해서 예상을 한다. 이 예측 덕분에 특징을 추측하고 행동을 이끈다. 한 사물이나 항목이 특정한 범주에 속한다고 분류되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그 범주에 대해 아는 바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진 않지만 (우리가 알기에) 해당 범주와 연관되어 있는 다른 속성들에 대해서 예상을 한다. 몇 페이지 전에 나온 온갖 종류와 형태의 스마트폰을 기억하는가? 브랜드도 가지각색이고 제조사도 모델도 가지각색이다. 여러분이 낯선 새 폰(또는 구형 모델)을 집어 들었다고 하자. 익숙한 폰과 다른 모습일 수는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 사용법을 안다면, 뭐든 합리적인 예상을 할 수 있다. 벨소리 바꾸는 방법, 통화하는 방법 또는 사진 찍는 방법이 있음을 여러분은 안다. 아마도 여러분의 일반적인 범주 관련 지식을 통해서 스마트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느 정도 추정하기도 할 테다. 만약 그것의 범주(스마트폰)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다면, 상당한 정도의 확신을 갖고서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개념에 이름과 명칭을 부여하므로, 핵심적인 경험을 다른 이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나눌 수 있다. 범주의 명칭도 개념의 일부이기에, 그것은 추상적 정보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새 폰 켜기, 전화하기 및 사진 찍기 방법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는 대신에, 그냥 “이건 구형 아이폰이야”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이에게 장치가 속한 범주만 알려주면, 그 범주 수준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개념과 범주는 문제 해결도 담당한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문제 해결 전략과 휴리스틱은 기억에서 올바른 해법 찾기부터 시작될 때가 종종 있다.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하는 이들은 해법을 스스로 알아내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억에서 올바른 해법 개념을 찾을지 모른다. 가령, 노련한 체스 선수는 저장된 표상들을 검색해, 두는 수의 범주를 찾는다. 노련한 의사는 어떤 환자를 진찰할 때 이전에 보았던 환자들과의 유사성에 기댄다. 노련한 의사들끼리는 자신들이 어떻게 환자 진찰에 관한 개념을 형성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듯하다. 실제로 몇 년 전에 나는 동료들(두 의사)과 함께 노련한 의사들에게 직접 물었다. 즉, 그들이 진료실에서 환자를 처음 만날 때 활성화시키고 고려하는 개념의 종류가 무엇인지 물었다(Goldszmidt, Minda & Bordage, 2013). 의사들의 답변에 따르면, 그들은 환자와의 첫 대면에서 해당 환자한테 직접적으로 필요한 치료나 사안 또는 다른 의사의 소견에 대한 개념들을 활성화했다. 또한 이전의 질병에 대한 개념, 즉 그런 환자를 다루는 방법에 관한 개념을 활성화했다. 또한 이 환자를 처음 대할 때, 그 만남은 이전에 본 비슷한 환자들에 대한 기억과 개념을 활성화시킨다. 그런 기억 속에 담긴 표상들이 환자와의 상호작용을 이끈다. 지금까지 나는 예상과 추정, 의사소통 및 문제 해결과 같은 다양한 기능과 더불어 어떻게 그 기능들이 개념에 의해 이끌어지고 작동하는지 논의해왔다. 개념은 우리의 경험을 요약하고, 우리가 행동하고 인간답게 생각하도록 도와준다. 이 복잡한 정신적 기능들은 인간 사고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인간에게만 고유하지는 않다. 앞서 보았듯이 제임스는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에게조차도 개념이 있다고 했다. 개념, 즉 아주 간단히 말해서 행동적 동치류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중요하다. 하지만 개념과 범주는 기계에도 중요하다. 가령 우리 대다수가 알고 있듯이, 인터넷 회사들은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사물들을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내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나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여러분에게 제안하면서 여러분이 아마도 무엇을 보게 될지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여러분의 이전 구매 이력과 검색 이력을 바탕으로 구매할 새 상품, 읽을 새 책, 스트리밍할 새 영화를 추천한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및 애플뮤직 같은 회사들도 정교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청할 새 작품이나 청취할 새 음악을 추천한다. 비록 이런 회사들의 알고리즘은 사유재산이어서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지만, 우리가 개념을 형성할 때와 동일한 정보를 사용한다. 우리는 사물에 관해 예측을 할 수 있도록 집단 간의 유사성에 주목해서 개념을 형성한다. 쇼핑과 스트리밍 알고리즘도 똑같이 한다. 그래서 여러분의 이전 경험 및 해당 웹사이트와의 상호작용과 비슷한 새로운 것들을 추천할 수 있다. 개념 덕분에 인터넷 회사들은 예측을 할 수 있다. 이런 패턴은 우리 자신의 행동에 통찰을 전해주며, 심지어 어떻게 우리의 행동이 그런 회사들의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려준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심리학자 애덤 혼스비Adam Hornsby의 연구 사례가 대표적이다(Hornsby, Evans, Riefer, Prior & Love, 2019). 구매자와 상점 둘 다 범주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서, 혼스비와 동료들은 사람들의 구매 행동이 식료품점의 물품 구성 방식에 따라 정해짐을(또는 식료품점의 물품 구성 방식에 일조함을) 밝혀냈다. 연구 방법이 매우 독창적이었다. 그들은 한 식료품점에서 고객들의 구매 영수증을 엄청나게 많이 모았다. 그런 다음에 컴퓨터 모형을 적용해 목록 내의 제품들에 대한 패턴을 찾았다. 즉, 영수증에 제품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을 분석했다. 우유와 시리얼. 콩과 쌀. 베이컨과 달걀. 파스타와 토마토 소스와 우유. 이로부터 고차원적인 개념들을 추출해냈다. 이 개념들은 구체적인 식사(가령, ‘볶음 요리’와 ‘여름철 샐러드’)에서부터 일반적인 주제(가령, ‘여러 재료로 정성껏 준비하는 요리’에서부터 ‘즉석식품’)에 이르기까지 구매자의 목적과 패턴에 따라 구성되는 편이었다. 이 연구자들이 밝혀내기로, 사람들은 주제에 따라 쇼핑을 하고 상점도 그런 주제에 따라 물품을 배치하는데, 그러면 다시 이런 배치가 구매자의 주제 기반 쇼핑 행동을 강화한다. 쇼핑할 때 우리는 회사에 정보를 제공한다. 덕분에 회사는 자기 상점을 우리가 쇼핑하기 쉽도록 구성한다. 바로 이 점을 여러분이 쇼핑을 할 때 유념하기 바란다. 여러분이 비건 음식을 사면서 특정 브랜드의 비누도 함께 산다면, 여러분에 관한 어떤 정보를 상점에 알려주는 셈이다. 그 정보는 상점들의 판매 계획의 일부가 되고, 그 계획은 다시 여러분의 쇼핑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와 상점은 서로를 관찰하면서 개념을 형성하고 수정하며 행동을 조정하는데, 이를 통해 앞으로의 일을 예측한다. 우리가 왜 개념을 형성하는지, 개념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기 위해 개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꽤 많이 다룬 듯하다. 이제 개념이 마음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 몇 가지를 더 심도 있게 살펴보자. 개념은 추상이다. 개념이 범주 구성원 각각의 모든 가능한 특징과 세부 사항을 전부 표현하지는 못하기에, 정보가 얼마나 많이 추상화되어 저장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버려지는지에 관해 상이한 이론마다 상이한 가정을 내놓는다. ㅣ개념적 표상에 관한 이론들ㅣ 왜 사람들은 생각하기 위해 정신적 범주에 기대는가? 그리고 왜 우리 인간은 개념과 범주를 가지는가? 한 가지 가능성은 인간은 세계의 자연적 구조를 반영하는 개념들을 범주화하고 분류하고 형성하도록 적절히 반응한다는 점이다. 또는 플라톤의 말대로 ‘접합 부위에서 자연을 자른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마음에 구조가 존재하는 까닭은 세계에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한테 개와 고양이에 관한 꽤 훌륭한 개념이 있는 까닭은 두 집단 간에 자연적인 구분이 존재해서다. 고양이와 개는 둘 다 더 큰 ‘반려동물’ 범주의 구성원이며 심지어 함께 살지도 모르지만, 둘이 똑같지는 않다. 고양이와 개는 우리가 그들에 대한 이름 붙일 수 있는 개념(가령, 고양이와 개라는 단어)을 갖고 있든 없든, 상이한 범주에 속한다. 동물, 산, 강, 식물, 돌, 비는 모두 자연적 환경에 따라 구성된다. 자연에는 우리가 포착하는 경계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계속 그런 경계를 포착하고 학습하고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그것이 개념의 유일한 종류는 아니다. 또한 범주와 부류를 배울 유일한 방법도 아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쇼핑 행동에 관한 연구에서 짐작되듯이, 인간은 목적 달성을 위해 개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사물을 함께 무리 짓고 개념을 형성한다. 이런 종류의 범주들은 어떤 특정한 자연적 구조를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어떤 사물들이 범주가 되는 까닭은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비록 동일하게 보이진 않더라도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상이한 종류의 범주가 있고 세계에는 상이한 종류의 범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개념적 표상을 상이한 방식으로 탐구해왔다. 단기기억, 의미기억, 일화기억, 절차기억 등을 포함한 기억에 관한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개념적 공간을 구분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나는 4가지 방법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이 4가지는 상호배타적이지 않은 이론이어서 인지과학에 함께 영향을 미친다. 이 이론 중 딱 하나만 ‘옳지는’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서로 겹친다. 각각의 이론은 일부 개념적 경험을 꽤 잘 기술하지만, 저마다 한계가 있다. 이 점은 마음에 관한 모든 과학적 이론의 속성이다. 우리는 어떤 것은 올바르게 이해하지만 어떤 것은 놓치고 만다. 네 이론 중 첫 번째 이론은 때때로 개념의 ‘고전적 관점classical view’이라고 부른다.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접근법이다. 이 관점은 범주를 설명해주는 특징적 규칙들에 집중해, 그런 규칙들에 따라 정해지는 집단 구성원 자격class membership이 범주라고 정의한다. 두 번째 이론은 범주들 내부 및 범주 사이의 유사성과 의미기억 내에서 개념의 구성에 집중한다. 나는 이를 ‘위계적 관점hierarchial view’이라고 부를 텐데, 이 이론은 앞서 기억에 관한 장에서 논했던 이론들, 가령 콜린스와 퀼리언의 위계적 모형을 포함한다. 세 번째 이론은 고전적 접근법의 대안으로서 197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때로는 ’확률적 관점probabilistic view‘이라고 부른다. 위계적 관점에서처럼 이 이론은 범주들 내부 및 범주 사이의 유사성이 지닌 중요성에 집중하면서도, 고전적 관점에서와 같은 엄격한 정의를 고수하지는 않는다. 이 접근법에서 정신적 표상은 해당 범주의 모든 구성원의 전형적 특징을 요약하는 추상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심리학자는 위의 세 이론 중 어느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세계에 관한 지식과 선천적 이론의 역할을 옹호했다. 이 이론은 때때로 개념에 관한 ‘이론 관점theory view’이라고 부른다. 이 접근법들은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되어왔다. 그리고 각각의 이론은 한 개별 사물에 대한 고유한 정보가 개념적 표상 내에 얼마나 많이 보존되는지, 그리고 추상화된 범주 수준의 정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버려지는지에 관해 핵심적인 주장들을 여럿 내놓고 있다. 고전적 관점 고전적 관점이 ‘고전적’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이 이론의 신봉자들이 고전적인 서양철학 전통에서 개념적 표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주란 엄격하게 구분된 집단임을 강조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론의 가장 엄격하게 정의된 버전에는 2가지 핵심 가정이 있다. 첫째, 이 이론의 핵심은 범주 구성원 자격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발상이다. 둘째는 범주화는 절대적이며,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은 지위가 동등하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은 사실이라기엔 너무 엄격해 보이지만, 심리학의 초기 시절 대부분 동안 개념과 범주에 관한 연구를 이끈 기본적인 이론 체계로 활약했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지금도 우리가 사물과 발상, 심지어 사람을 정의하는 방식에 관여한다. 정사각형을 예로 들어보자. 정사각형은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이 직각인 형태로 정의된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정의다. 어떤 형태가 이런 특징을 갖기만 하면, 우리는 그것을 정사각형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정말이지 이 속성들은 보통 그 형태를 정사각형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런 특징들을 지닌 대상은 무엇이든 해당 집단의 구성원이다. 그게 전부다. 색깔과 크기, 질감, 재료는 이 분류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기하학적으로 정의된 핵심 속성들만이 중요하다. 즉, 이 속성 각각이 필요하며, 그런 속성이 모두 갖춰지면 범주 구성원 자격에 충분하다. 정사각형의 정의는 이처럼 다 함께 모인 필요충분조건들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단 한 형태가 그런 특징들을 지니고 정사각형 범주의 구성원으로 여겨질 수 있다면, 다른 어떤 것이 이 구분의 타당성을 높이거나 낮춘다고 상상하긴 어렵다. 즉, 네 변이 동일하고 네 각이 직각이면 정사각형이 되기에 충분하므로, 정사각형의 구성원이 되면 동등성이 보장된다. 모든 정사각형은 정사각형 범주의 동등하게 훌륭한 구성원이다. 좋은 정사각형이나 나쁜 정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정사각형일 뿐이다. 이런 엄격한 정의 구조를 지닌 범주들의 다른 예를 상상해보자. 짝수라는 범주에는 2로 나누어떨어지는 모든 수가 포함되고, 미국 25센트 동전quarter는 미국 정부가 생산한 특정한 크기와 형태의 25센트짜리 동전이 전부 포함된다. 안타깝게도 이 엄격한 정의는 이런 기본적인 예를 벗어나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령, 여러분이 지금 종이 위에 정사각형을 빨리 그리려 한다면, 정사각형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그릴 것이다. 여러분은 흡족하게 그걸 정사각형이라고 부를 테다. 이 그림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서 “이게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정사각형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자를 가져와서 각 변을 재보면, 정확하게 네 변이 똑같지 않을 수 있다. 가깝긴 하겠지만 정확히 똑같지는 않다. 따라서 정의상 정사각형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여전히 정사각형이라고 부를 것이다. 비록 우리가 정사각형이라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존재한다는 데 동의하더라도, 여러분이 서툴게 그린 정사각형을 기꺼이 정사각형이라고 부른다면 구분을 하기 위해 그 정의를 진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옳은 정의긴 하지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다. 또 다른 문젯거리를 하나 들자면, 비록 우리 모두가 한 정의에 동의하더라도 그 정의에 따른 어떤 사례들은 다른 사례들보다 더 나은 범주 구성원으로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떤 범주 사례들이 다른 사례들보다 더 낫거나 전형적인 범주 구성원이라고 평가하는 전형성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간단한 사례로 개 범주를 살펴보자. 래브라도, 리트리버, 독일 셰퍼드와 같은 중간 크기의 흔한 개들은 개 범주의 더 전형적이고 나은 사례로 여겨질 것이다. 더 작고 털이 없거나 매우 큰 개는 래브라도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개라고 하기에 충분한데도, 덜 전형적이라고 여겨질지 모른다. 흔한 범주의 전형적인 사례들은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홍옥, 4도어 세단, 손잡이가 달린 적당한 무게의 커피 머그잔, 아이폰 등이 그런 예다. 한 개념의 구성원들을 말해보라고 하면 전형적인 예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전형성 효과는 심지어 엄밀한 정의를 지닌 범주들에서도 관찰된다. 짝수는 정의에 의해 정해지므로(2로 나누어떨어지는 수), 모든 짝수는 마땅히 동등하다. 하지만 짝수/홀수 범주의 좋은 사례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 사람들은 ‘2’와 ‘4’가 ‘34’와 ‘106’보다 짝수의 더 나은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는 개념을 엄밀히 정의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곤혹스럽다. 한 범주의 모든 구성원이 분명 동등한 구성원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전형성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전형성 효과는 1970년대에 엘리노어 로쉬가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로쉬의 연구는 심리학자들이 범주와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다(Rosch & Mervis, 1975). 로쉬의 연구 이전까지만 해도 고전적/정의에 입각한 관점이,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온갖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용 가능한 최상의 이론이었다. 왜 로쉬의 연구는 그토록 영향력이 컸을까?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로쉬가 사람들에게 개념에 대해 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개념을 정의하라고 묻는 대신에, 로쉬는 한 범주에 무엇이 속하는지를 물었다. 가령, 한 연구에서 로쉬는 피실험자들에게 흔한 범주들(가령 도구, 가구, 차량 등)의 모든 특징을 나열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일부 항목들은 해당 범주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통점이 많은 반면에(전형적인 항목), 다른 항목들은 공통점이 적었고 더욱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비전형적인 항목). 범주 구성원을 나열하라고 부탁받았을 때 피실험자들은 이러한 매우 전형적인 사례들을 우선적으로 떠올렸다. 이 사례들은 전형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달리 말해서 특권적인 지위가 있는 듯했다. 이는 개념에 대한 고전적/정의에 입각한 관점의 문제점인데, 엄밀하게 정의된 관점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사례들이 행동과 관련된 특권을 결코 누리지 않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쉬가 보여주었듯이, 매우 전형적인 사례들은 더 빠르게 분류되고 거론되었다. 사람들이 전형적인 사례들에 관한 선호를 보인다면, 정의라든가 필요충분조건들의 집합에 기대지 않을 것이다. 로쉬는 대신에 우리가 범주를 배울 때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에 의존한다고 제안한다. 가족 유사성이 존재할 경우, 한 범주의 구성원들은 서로 닮긴 하지만, 어떤 단일한 결정적인 특성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주말에 대가족이 모이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분명 가족 구성원 중 다수가 비슷해 보인다. 어쩌면 많은 구성원이 특정한 머리카락 색깔이나 동일한 종류의 눈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을 완벽하게 한 가족이라고 식별할 수 있는 하나의 특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범주를 많이 상상할 수 있다. 가령, 고양이와 당근, 캔디, 캐딜락 등이 그것이다. 각각의 구성원은 다른 많은 구성원과 유사하겠지만, 모든 구성원과 유사하지는 않을 수 있다. 정의 대신에, 로쉬의 연구가 시사하듯이, 우리는 일군의 특징들을 중심적 개념이라고 파악한다. 한 사례가 일군의 특징들과 공통되는 특징이 많을수록 가족 유사성은 강해진다. 기본 수준 개념들 로쉬가 제시했듯이, 우리는 가족 유사성 구조에 따른 위계적 개념들을 형성하는 편이다. 이런 개념들은 어떤 수준에서 가족 유사성과 전형성을 극대화하는 듯 보인다. 그림 8.2의 예를 볼 때, 마음에 떠오르는 첫 생각이나 단어는 무엇인가? 아마도 ‘개’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포유류’나 ‘동물’ 또는 독일 셰퍼드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이른바 상위 수준superordinate level이라는 더욱 추상적 수준에서 보자면, 개념들과 범주 구성원들은 특징과 속성 면에서 많이 겹치지 않는다. 범주 간의 유사성이 비교적 낮다. 동물은 다른 고수준 개념들(가령, 식물)과 대체로 모습이나 행동이 비슷하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범주 내의 유사성도 꽤 낮다. 동물에는 폭넓은 종류가 존재하는데, 전부 다 모습이나 행동이 비슷하지는 않다. 개, 노래기, 대머리독수리는 전혀 딴판이지만 모두 동물 범주의 구성원이다. 유사성과 특징 겹치기는 어디에서든 낮기 때문에, 유사성은 범주 구성원 예측하기 관점에서 딱히 유용한 단서가 아니다. 하위 수준subordinate level이라고 알려진 맨 아래의 가장 구체적인 수준에서는 높은 범주 내 유사성이 있으며(독일 셰퍼드들끼리는 다들 엇비슷하다), 범주 간 유사성도 꽤 높다(독일 셰퍼드는 래브라도와 꽤 닮았다). 이번에도 특징의 유사성이 꽤 높기 때문에 그것이 범주 구성원 판단의 믿을 만한 요소라고 하기는 어렵다. 유사성이라는 것은 가장 구체적인 수준에선 너무 높아서 유용하지가 않고 더욱 일반적 수준에선 유용할 만큼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물을 그 중간 어디쯤에서 분류하는 편이다. 로쉬는 이 중간 수준, 즉 우리가 사물을 식별하고 생각할 때 가장 자주 이용하는 수준을 가리켜 기본 수준basic level이라고 일컫는다. 그림 8.2 이 사진을 볼 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나 단어는 무엇인가? 기본 수준은 특별한 경우다. 범주 내 유사성은 높은 데 반해, 범주 간 유사성은 낮다. 개 범주의 구성원은 다른 개들과는 많이 닮은 편이지만, 다른 동물 범주, 가령 고양이 및 도마뱀의 구성원과는 겹치는 특징이 많지 않다. 기본 수준 범주는 범주 내 유사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범주 간 유사성을 최소화하는 범주 추상화의 수준이다. 이 덕분에 유사성이나 특징이 범주 구성원 자격에 믿을 만한 단서가 된다. 개는 개 모양이고 일반적으로 다른 개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범주의 동물들과는 유사성이 많지 않다. 이는 나무와 자동차, 탁자, 망치, 머그잔 등도 마찬가지다. 기본 수준 범주들은 다른 방식에서도 특별하다. 엘리노어 로쉬와 동료들에 따르면, 기본 수준 범주는 한 범주의 사물들이 동일한 형태와 동일한 움직임을 갖고 아울러 부분들을 공유하는 가장 추상적인 수준이다. (기본 수준 범주에) 대조되는 범주들은 쉽게 비교가 가능하고 (기본 수준 범주와의) 유사성은 예측의 단서이므로, 기본 수준 범주들은 또한 위의 개 사진에서 보았듯이 이름 부르기의 이점도 있다. 기본 수준 범주들은 어린아이들이 일찌감치 배우며, 피실험자들이 상위 수준 범주의 구성원을 나열하라고 할 때 제일 먼저 나열된다. 일반적으로 로쉬와 다른 많은 연구자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물들이 많은 상이한 수준에서 분류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은 기본 수준에서 사물들을 다루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모든 것이 늘 기본 수준에서 분류되지는 않는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때때로 본능적으로 사물들을 하위 수준에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개 사육자 내지 품평회용 개 관리사라고 가정하자. 이전의 사례처럼 여러분한테 독일 셰퍼드 사진이 제시된다. 그러면 그냥 ‘개’라고 대답할 초심자와 달리, 전문가는 본능적으로 ‘독일 셰퍼드’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여러분이 세밀한 차이와 매우 구체적인 분류를 오랫동안 다루고 생각해왔다면, 그런 전문지식을 늘 갖추고 있다. 그리하여 하위 수준 분류가 그냥 습관이 된다. 확률적 관점 앞서 보았듯이, 고전적 관점은 오랜 역사를 지닌 데다 엄격한 정의에 직관적인 호소력이 있긴 하지만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족 유사성을 마음속의 한 개념으로 표현할까? 로쉬의 연구에서 직접 나오는 한 가능성에 따르면, 범주 구성원은 확률적이며 분류는 사물들을 전형적인 특징들의 모음과 비교해 이루어진다. 즉, 필요충분한 조건들의 집합을 바탕으로 엄격한 위계 내에 머물지 않고서, 개념이란 공유된 특징들과 겹치는 유사성을 통해 한데 모이는 사물들의 범주를 표현한다. 확률적 관점이라는 이 설명에서 범주 구성원 자격은 확정적이지 않으며,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가령 개, 고양이, 커피 머그잔, 과일 등 우리가 논의해온 흔한 종류의 범주를 살펴보자. 각각에 대한 정의 대신에 특유의 특징들을 살피자. 이 범주의 구성원이 대체로 지닌 특징을 생각해보자. 개의 몇 가지 특징을 들자면 대체로 꼬리가 하나 있고, 대체로 짖고, 네 다리가 있으며, 대체로 털이 있다. 어떤 개들은 특유의 특징 대다수를 갖고 있다. 체구가 중간쯤이고 다리가 넷이고 꼬리가 하나이며 짖는다. 만약 이런 특징들 가운데 하나가 없다면, 그 개의 시각적 전형성은 줄어들지 모르나 개 범주의 구성원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다리 하나가 없는 개를 여러분도 보았을 것이다. 비록 ‘네 다리’라는 특유의 특징이 없더라도 우리는 그 개가 개가 되기에 부족하다고는 전혀 여기지 않는다. 확률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형적 사례들이 더 빠르게 인식되는 까닭은 다른 범주 구성원들과 더 많은 특징을 공유해서다. 어떤 면에서 볼 때, 전형적인 범주 구성원은 해당 범주의 중심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효과가 예외적인 범주 구성원한테서도 관찰될 수 있다. 한 범주의 매우 비전형적인 구성원(가령, 비전형적인 포유류로서의 박쥐 또는 ‘새’에 관한 여러분의 범주가 관찰 가능한 특징을 바탕으로 삼는다고 할 때 비전형적인 새로서의 박쥐)은 외부자outlier다. 정말이지 박쥐는 포유류 범주의 괴상한 구성원이다. 새처럼 보이고 새처럼 행동하며 앞을 잘 보지 못한다. 확률적 범주화 체계는 박쥐가 때때로 잘못 분류되어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가정한다. 사실, 박쥐를 쉽게 분류하지 못하는 무능함 때문에 우리는 종종 박쥐를 두려워한다. 많은 사람이 박쥐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박쥐가 단순한 기본 범주에 쏙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범주의 본질적 속성인, 이러한 정도 차이가 있는 전형성 구조는 어떻게 마음속에서 개념으로 표현될까? 이에는 원형 이론prototype theory과 본보기 이론exemplar theory이라는 상반된 두 이론이 있다. 원형 이론은 사물들의 한 범주는 마음속에서 원형으로 표현되며, 이 원형은 해당 범주의 요약된 표상이라고 가정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범주 구성원의 평균일 수도, 자주 등장하는 특징의 목록일 수도, 심지어 하나의 이상일 수도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물들은 원형과의 비교를 통해 분류된다. 이런 종류의 표상에는 한 가지 이점이 있다. 그 표상은 추상이다. 특징들의 모음이며, 개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원형적 경찰관의 한 특정 사례가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그 추상에는 경찰관들한테서 가장 흔히 보이는 모든 특징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런 특징들을 많이 지닌 경찰관은 원형에 가까우니, 빠르고 쉽게 경찰관으로 분류된다. 우리의 기억 일반과 마찬가지로, 원형은 유용한 추상이긴 하지만 완벽한 표상은 아니다. 원형 이론의 대안이 본보기 이론이다. 본보기 이론에서 범주는 본보기라고 불리는 저장된 여러 기억 흔적에 의해 표현된다고 가정한다. 본보기 이론에서는 원형 이론에서와 같은 높은 수준의 추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개별 사물들에 대한 기억 흔적 간의 유사성 덕분에 우리는 사물들을 동일한 범주의 구성원으로 취급할 수 있다. 우리는 한 동물을 어떤 추상화된 원형과의 유사성 때문에 ‘개’라고 분류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개라고 분류했던 많은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개라고 분류한다. 이 접근법은 매우 설득력이 있는데, 범주를 파악할 때 추상화 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이 기억에 저장된 개별 항목들과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내려지기에, 본보기 이론으로 하는 예측은 원형 이론으로 하는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이론을 딱 갈라놓기는 가능하지만 (그리고 중요하지만) 심약한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나도 지난 20년 동안 연구실에서 어느 정도 그렇게 했다. 지금도 나는 어느 이론이 인간의 사고를 설명하는 데 나은지 잘 모르겠다. 이론 관점 고전적 관점과 확률적 관점은 어떻게 새로운 개념이 학습되고 표현되는지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흔히 제기되는 비판은 이 두 이론을 뒷받침한 많은 연구가 실험실 환경에서 정의된 인위적 개념과 범주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사실이다. 나도 이런 연구들을 수행한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복잡한 규칙이나 관계를 지닌 형태들을 분류하도록 하면 개념의 지각적 측면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인지심리학 연구는 세계의 복잡성과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많은 점을 놓친다. 개는 개 특징들의 모음 이상이다. 개는 사람의 집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으며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특정한 문화적 맥락을 갖는다. 이제껏 내가 기술한 어떤 이론도 이 점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규칙과 특징 이론의 한 대안으로서 이론 관점이 등장했다. ‘이론의 이론’이라고도 부르지만, 그건 조금 과한 평가다. 이 관점에 따르면 개념과 범주는 기존의 지식과 세계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론의 맥락에서 학습된다. 여러분이 새로운 게임, 새로운 음식, 새로운 장치와 같이 새것에 대해 배울 때, 여러분은 그런 새로운 대상들을 그냥 분류하지 않는다. 이전의 지식을 활성화시키고, 그 이전의 지식 덕분에 분류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기존 지식은 특징들을 활성화시키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최근에 전기자전거가 크게 유행했다. 이 자전거는 스쿠터나 오토바이와는 관련이 없고 보조용으로 전기 모터가 장착된 자전거지만, 모터가 페달로 밟는 힘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이것을 자전거로 분류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그게 사용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이론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페달이 어떻게 작동할지, 그리고 어디서 탈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 지식 덕분에 여러분은 그걸 이해하는 데 어떤 특징들이 중요한지 어떤 특징들이 중요하지 않은지 안다. 이런 면에서 이론 관점은 개념적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주로 유사성에 의존하는 다른 이론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 관점은 또한 특징들이 서로 관계되어 있을지 모른다고 여긴다. 가령, 새의 범주와 관련해 ‘날개를 지닌다’와 ‘난다’와 같은 많은 흔한 특징이 매우 자주 함께 나타난다. 우리는 이런 상관성을 유의미한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는 왜 특징들이 상관되어 있는지 이해한다. 날개를 지닌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특징 이상이다. 날개를 지니기에 새는 날 수 있다. 게다가 이론 관점은 단지 유사성보다는 사물과 개념에 대한 우리의 기존 지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사성 판단으로는 종종 놓치게 되는 몇몇 흥미로운 사실을 설명해낼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례 하나는 랜스 립스Lance Rips가 행한 연구에 나온다(Rips, 1989). 립스는 피실험자들에게 지름 7.6센티미터의 둥근 물체를 보여주고서, 25센트 동전과 피자라는 두 비교 범주와 관련해 살펴보라고 했다. 피실험자들의 한 집단에게는 지름 7.6센티미터의 둥근 물체와 25센트 동전 또는 피자와의 유사성을 평가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당연히 피실험자들은 지름 7.6센티미터 물체가 25센트 동전과 더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크기 면에서 25센트 동전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름 7.6센티미터의 둥근 물체가 어느 범주에 속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압도적으로 많은 피실험자가 피자를 선택했다.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피자는 25센트 동전보다 가변성이 훨씬 크다. 비록 7.6센티미터는 아주 작은 피자이긴 하지만, 그런 피자도 충분히 해당 범주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25센트 동전 범주는 가변성이 매우 작은 데다 아주 구체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25센트 동전은 반드시 전용 재료로 만들어져야 하며 적절한 정부 기관에 의해 주조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윗면과 아랫면이 있다. 요약하자면 비록 지름 7.6센티미터의 둥근 물체와 크기 면에서 더 비슷할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지름 7.6센티미터의 둥근 물체를 25센트 동전 범주의 구성원으로 분류할 수 없다. 25센트 동전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다. 25센트 동전만이 25센트 동전일 수 있는데, 그런 지식이 있는 피실험자들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관된 속성들의 사례일 경우, 유사성을 강조하는 원형 이론이나 본보기 이론은 이 결과를 쉽게 다루지 못한다. 필수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기계 분류기도 마찬가지로 이 결과를 다룰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론 관점은 거뜬히 해낸다. 도식 이론 기억과 지식 구조, 개념에 관한 모든 논의에서 나는 어떻게 지식이 저장되고 표현되는지 강조했다. 개념은 요약된 표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개념을 이용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어떻게 개념이 사고 과정에 관여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어떻게 우리는 개념을 이용해 문제 해결과 가설 검증과 같은 사고 행위를 실행할까? 이런 상호작용을 다루는 한 이론이 도식 이론schema theory이다. 도식schema이란 범용 지식 구조 내지 개념으로서, 흔한 사건과 상황에 관한 정보를 부호화하고 저장한다. 이 표상은 사건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쓰인다. 도식은 사고 과정에서 활약하는 개념이다. 여러분이 시장(농산물 직거래 장터 또는 도시의 시장)에 갈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생각해보자. 구매자로서 농산물 직거래 장터나 도시의 시장에 간 적이 있다면, 여러분은 각각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부호화해서 일화기억 및 의미기억에 저장해놓았다가, 다음번에 시장에 갈 때 꺼내서 사용했을 것이다. 도식은 이런 기억 표상들을 이용해 상황을 예상하도록 해주는 개념적 틀이다. 시장에 도착하면 여러분은 여러 판매자를 보리라고 예상한다. 가령, 어떤 이가 싱싱한 꽃을 팔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대다수의 거래가 신용카드보다 현금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심지어 꽃 판매자를 꼭 보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있으리라고 예상했다가, 나중에 누가 물으면, 설령 여러분이 실제로 꽃 판매자를 보지 않았더라도 긍정적인 답변을 할지 모른다. 도식이란 우리로 하여금 배경을 채우도록 돕는 개념인 셈이다. 하지만 때로는 활성화된 도식으로 인해 해당 도식과 일관되지 않는 특징들을 놓치고 만다. 5장과 7장에서 다루었던 틀린 기억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 일반적 발상은 오래전에 브랜스포드Bransford와 존슨Johnson의 선구적인 연구에서 입증되었다(1973). 한 연구에서 둘이 밝혀내기로, 사람들은 종종 한 텍스트의 핵심 특징들을, 그 특징이 제시된 도식과 일치하지 않으면, 놓치고 만다. 이 연구에서는 피실험자들한테 다음 문단을 읽게 하면서 문단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40층에서 평화행진을 지켜보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창을 통해 아래쪽의 군중을 볼 수 있었다. 그 높이에서는 모든 것이 지극히 작아 보였지만, 다채로운 복장들은 여전히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했는데, 어른과 더불어 어린아이들도 있는 듯했다. 착륙은 부드러웠고, 다행히 날씨가 그만이어서 특별한 복장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처음에는 대단히 부산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연설이 시작되자 군중은 조용해졌다. TV 카메라를 든 사람이 무대 시설과 군중을 많이 촬영했다. 모두 아주 상냥했고 음악이 시작되자 다들 기뻐하는 듯했다. 단순한 문단이다. 시위나 퍼레이드 또는 시민 활동을 구경하는 내용이니 도시 생활에 대한 우리의 도식에 아마도 들어맞는다. 뉴스, SNS, TV에서 늘 보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위의 텍스트에 실제로 들어 있을 법한 세부 사항을 상상하거나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런데 ‘평화행진’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세부 사항을 채우면, 도식 개념과 일관되지 않은 일부 실제 세부 사항을 놓칠 수 있다. 필시 다음 문장을 놓칠지 모른다. 착륙은 부드러웠고, 다행히 날씨가 그만이어서 특별한 복장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이 문장은 평화행진 구경하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도시 환경이나 시위에 대한 활성화된 도식에 따르지 않는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한테 읽은 문단에 관한 질문에 답하라고 했을 때 그들은 종종 이 문장을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도식에 들어맞지 않는 세부 사항과 특징을 무시한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 드러나기로, 도식과 일치하지 않는 세부 사항도 여전히 부호화되긴 하지만, 새로운 도식이 도입되지 않으면 주요한 표상의 일부가 되지 못할 수 있다. 세부 사항은 속해 있어야 할 개념을 찾아야 한다. 앤더슨과 피커트의 고전적인 연구를 살펴보자(Anderson & Pichert, 1978). 피실험자에게 두 사내아이가 집 안에서 걷는 내용이 나오는 구절을 읽으라고 했다. 게다가 피실험자들은 그 구절을 읽기 전에 배경 상황을 들었다. 한 피실험자 집단은 두 사내아이가 도둑이라고 상상하라는 말을 들었다(도둑 도식). 또 다른 피실험자 집단은 두 사내아이가 잠재적인 주택 매수자라는 관점에서 구절을 살펴보라는 말을 들었다(부동산 도식). 이 도식들은 다른 방식으로 주의를 향하게 하는데, 만약 피실험자들이 한 도식을 이용해 배경을 채운다면, 그 도식에 맞지 않는 세부 사항은 놓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피실험자들에게 다음 구절에 관한 세부 사항을 기억해보라고 했다. 두 사내아이는 달리다가 자동차 진입로에 이르렀다. “봐, 오늘 학교 땡땡이치기 좋은 날이라고 내가 그랬자나.” 마크가 말했다. “엄마는 목요일엔 집에 안 계셔.” 마크가 덧붙였다. 키 큰 생울타리에 가려서 도로에서는 집이 보이지 않았기에, 둘은 경치가 멋진 마당을 천천히 걸어갔다. “네 집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어.” 피터가 말했다. “응, 하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더 좋아. 아빠가 집의 벽을 벽돌로 새로 두르고 벽난로도 새로 놓았거든.” 앞문과 뒷문이 있었고, 차고로 향하는 옆문도 하나 있었다. 차고에는 10단 기어짜리 자전거 세 대만 세워져 있지 나머지 공간은 비어 있었다. 둘은 옆문으로 갔다. 마크는 그 문이 자기 여동생이 엄마보다 집에 일찍 올 때를 대비해 언제나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가 집 안을 보고 싶어 했기에, 마크는 거실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거실은 1층의 나머지 장소와 마찬가지로 새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마크가 스테레오를 켜자, 피터는 시끄러운 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걱정 마, 가장 가까운 집이 몇백 미터 떨어져 있어.” 마크가 외쳤다. 피터는 큰 마당 너머로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다른 집이 없다는 걸 알고선 마음이 놓였다. 다이닝룸은 도자기와 은식기류 그리고 무늬가 새겨진 유리잔으로 가득해서 놀기에 마땅치가 않았다. 그래서 둘은 주방으로 가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마크는 지하에는 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새 배관을 설치한 후로는 축축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면서. “여기는 아빠가 유명한 그림과 동전 수집품을 모아놓는 곳이야.” 둘이 밀실 안을 들여다볼 때 마크가 한 말이다. 마크는 언제든 쓸 돈을 구할 수 있다며 으스댔다. 자기 아빠가 책상 서랍에 많은 돈을 넣어둔 사실을 알고부터라고 했다. 2층에는 침실이 3개 있었다. 마크가 엄마의 옷장을 피터에게 보여주었는데, 거기에는 모피 옷이 가득했고 잠긴 보석함도 있었다. 여동생의 방은 컬러TV 말고는 흥미로운 점이 없었는데, 마크는 컬러TV를 자기 방에 가져갔다. 마크는 복도의 화장실은 자기 것이라고 자랑했다. 여동생들의 방에 전용 화장실이 하나 생기고부터라고 했다. 하지만 마크 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래된 지붕이 마침내 썩는 바람에 생긴 천장의 갈라진 틈이었다. 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들은 도식의 맥락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많이 떠올렸다. 도둑의 맥락을 염두에 두고서 문단을 읽은 사람들은 유명한 그림과 동전 수집품, 모피 옷이 가득한 옷장, 그리고 늘 열려 있는 옆문을 기억했다.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의 맥락에서 문단을 읽은 사람들은 화장실 추가, 천장의 갈라진 틈과 1층의 새 페인트칠에 대해 생각했다. 도식과 일치하는 세부 사항들이다. 하지만 그다음에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에게 이미 읽은 문단을 다른 맥락의 관점에서 살펴보라고 했다. 도둑(주택 구매자)의 관점에서 읽은 사람들한테 주택 구매자(도둑)의 관점으로 문단을 다시 살펴보라고(하지만 다시 읽지는 말라고) 부탁했다. 다른 맥락에서 기억을 재검사해보라고 하자 사람들은 추가적인 세부 사항을 떠올려냈다. 이로써 짐작할 수 있듯이, 정보가 부호화되고 처리되긴 했지만 처음 도식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떠오르지 않았다. 맥락을 다시 구성하고 틀을 다시 구성하자, 새로운 세부 사항이 떠올랐다. 우리 기억과 개념은 꽤 유동적이다. ㅣ요약ㅣ 사고하기 즉, 문제 해결하기, 결론 내리기 및 결정하기는 잘 구성된 정신적 표상을 이용해 진행된다. 이러한 정신적 표상, 즉 개념 덕분에 우리는 예측하고, 빠진 특징을 추정하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가 기존의 개념이나 범주에 들어맞는 무언가를 지각하면, 우리는 개념 덕분에 그 사물들에 대해 아는 중요한 대부분의 정보에 접근한다. 일단 사물이 한 범주의 구성원으로 분류되고 나면, 그 사물은 동일한 범주 내의 다른 많은 사물과 연관되어 있는 속성들을 물려받거나 지닐 수 있게 된다. 개념은 잘 구성된 기억의 결과이기에, 개념 덕분에 기억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개념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지식과 기억이 적응적 사고에 최적화되는지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개념 덕분에 기억과 지식은 다른 종류의 사고를 수행하는 데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는 경험한 모든 것을 범주와 개념으로 구성해낸다. 모든 것은 범주화될 수 있다. 우리는 개념을 통해서 이 범주들을 표현한다. 개념이 없다면 모든 경험은 저마다 고유할 것이다. 개념이 없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개념은 우리가 경험의 기록을 구성해내는 방식이다. 이런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이 잡화점이나 식료품점에 간다면, 들어가기도 전에 제품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린이 옷 코너, 철물 코너, 장난감 코너, 식료품 코너가 있겠거니 예측한다. 각각의 코너에서는 또 다른 하위 수준의 구성도 예측할 수 있다. 가령, 식료품 코너에서는 제품들이 빵 종류, 신선 제품, 육류, 말린 제품 등으로 구성된다. 때로는 각 제품 종류에서 다시 브랜드, 기능 및 재료에 의해 더 하위 구성도 가능하다. 여러분은 냉동 피자들이 함께 모여 있으리라고(분류에 따른 모음) 예상하며, 또한 파스타 소스와 파스타가 서로 가까이에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기능에 따른 모음). 나는 7장에서도 비슷한 예를 설명했다. 어째서 부사와 홍옥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부사와 세제 사이의 거리보다 짧은지가 한 예다. 내가 앞서 제시했듯이, 우리는 동일한 방식으로 정신적 경험도 구성한다. 다만 여기서는 물리적 거리가 의미적 거리로 대체될 뿐이다. 안정적인 개념 덕분에 우리는 무언가가 어디에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상점이 동일한 방식으로 제품을 배치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예상은 개념적 구조를 반영한다. 이러한 구분이 예측 가능한 까닭은 대다수 상점에서 제품 분류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분 덕분에 구매자는 무엇을 예상할지, 그리고 제품을 어디에서 찾을지 안다. 만약 여러분이 냉동 당근을 찾는다면, 냉동 완두콩 근처에서 찾으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재료인 절인 아티초크를 찾는다면, 절인 음식 코너를 찾아가볼지 모른다. 그 코너에 없다면 아티초크가 있을 만한 장소와 없을 법한 장소를 짐작해볼 수 있다. 상점은 개념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념에 따른 분류는 판매되는 제품의 종류와 제품이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이루어져 있다. 그런 분류는 우리에게 합리적이며, 덕분에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쉽게 찾는다. 여러분의 마음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러분의 사고와 기억은 비록 뉴런들의 분산된 연결에 따라 뉴런 수준에서 표현되긴 하지만, 개념적으로 구성된다. 이 개념들은 세계의 구성(개와 고양이는 자연계의 상이한 구성 요소다)과 더불어 기능적 관계(빵과 버터는 함께 취급된다)도 반영한다. 이런 내용의 일부는 이미 7장의 의미기억 부분에서 다루었다. 하지만 개념과 범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기억이 사고와 행위에 의해 그리고 이 둘을 위해 구성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기억을 저장하고 꺼낸다. 하지만 우리는 개념을 통해 사고한다. ㅣ개념과 범주란 무엇인가ㅣ 개념은 우리의 기억과 사고를 구성하는 한 방법이다. 개념은 정신적 세계에 구조를 부여한다. 우리는 개념에 근거해서 예측을 하고, 특징과 속성을 추론하고, 물리적 세계와 사물 및 사건을 이해한다. 개념과 범주, 사고의 연구는 어떻게 범주가 만들어지고 학습되는지, 어떻게 개념이 마음에 표현되는지, 어떻게 그런 개념을 이용해서 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풀고 추론 과정을 이끄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개념은 인간의 정신적 생활의 중심인데, 개념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합해 단일한 표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개념이 경험을 통합하는지 알려면 도표가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림 8.1은 저수준 지각 반응(지각, 주의, 작업기억), 구조화된 표상(의미기억의 개념들, 일화기억과의 연결) 그리고 고수준 사고 과정(행위, 행동, 결정, 계획) 간의 가상적 관계도다. 이것은 내가 2장에서 논의했던 더 자세한 ‘정보 흐름’을 추상화시킨 도표다. 낮은 수준에서는 정보가 처리되지 않은 채, 기본적으로 미가공의 초보적 형태를 띤다. 초보적 표상들이 우리가 지각하는 특징들이다. 모서리, 색깔, 음소 등과 같은 이런 특징들은 감각기관(망막, 달팽이관 등)으로부터 입력을 받아들이고, 내가 6장에서 논의했던 감각기억 시스템에 저장된다. 하지만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이 초보적 표상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처리되고 구성되어야 한다. 이전 두 장에서 나는 단기기억인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인 서술기억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개념은 더 많은 추상화를 제공한다. 개념은 상당한 정도의 구조를 지닌 정신적 표상이다. 개념은 서로 비슷하고 활성화를 공유하며 뉴런 수준에서 겹치는 사고와 발상을 포함한다. 개념은 예측과 추론, 쓰임새에 영향을 미치는 충분한 구조와 일관성을 갖는다. 개념과 범주 그림 8.1 개념이 다른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역할을 보여주는 가상적인 도표. 외부의 감각 세계는 특징, 유사성 및 규칙에 따라 구성된다. 우리는 이 개념적 정보를 이용해 결정을 내리고 반응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나는 개념과 범주를 서로 맞바꿀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용어는 종종 함께 등장하며,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유의어도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용례에 따르면, 범주라는 용어는 묶음으로 구성되는 외부 세계의 사물이나 물체, 사건을 가리킨다. 개념이라는 용어는 한 범주를 가리키는 정신적 표상을 가리킨다. 범주는 마음의 바깥에 존재하는, 자연 또는 인공의 대상들의 묶음이다. 범주는 함께 속하는 것들이다. 한편 개념은 표상이며 추상이다. 개념은 마음속에 존재하며 우리가 범주에 따른 묶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때때로 개념은 범주를 꽤 잘 반영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여러분 근처에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있다면, ‘커피 머그잔’이나 ‘커피잔’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온갖 색상과 디자인과 모양의 커피 머그잔 이미지가 줄줄이 나온다. 표준적인 머그잔, 높은 머그잔 그리고 여행용 머그잔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모두는 커피 머그잔으로 즉시 쉽게 식별 가능하다. 어떤 잔은 다른 잔보다 더 명백하다. 더 표준적인 특징을 지녔거나 슬로건이나 로고나 특이한 손잡이 등의 새로운 특징을 지녔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분은 그것들이 일관된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그리고 구글 이미지 검색도 여러분과 동일하게 가정한다). 그런 사물을 분류해서 커피 머그잔 범주의 구성원임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특이하고 고유한 특징들은 무시하고 가장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특징들만 참고한다. 꽤 간단한 말 같지만, 이 과정은 보기보다 단순하지 않다. 원기둥 모양과 같은 가장 흔한 여러 특징은 다른 범주(가령 술잔, 보관통, 보관용 병 등)의 구성원에서도 보인다. 그리고 손잡이처럼 머그잔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는 특징들조차도 이 범주의 구성원이 되는 데 꼭 필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심지어 일부 표준적인 머그잔들은 진짜로 손잡이가 없다. 커피 머그잔은 단순하고 쉬운 범주긴 하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상당한 복잡성과 가변성이 존재한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 대다수는 커피 머그잔이 무엇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개념을 갖추고 있으며, 분류 결정을 빠르고 쉽게 하는 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커피 머그잔처럼 단순하고 쉬운 범주라면, 가끔씩 나타나는 모호성은 크게 문제될 게 없을 듯하다. 그 안에 커피를 따를 수만 있다면, 그 범주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28 하지만 범주 내의 모호성은 실제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틀린 범주나 틀린 개념을 선택한다면, 잘못된 행동을 선택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할 위험성이 있다. 28커피를 담아두는 기능이 커피 머그잔임을 완벽하게 보증해주진 않는다. 많은 사람이 커피 머그잔을 책상에 두고서 펜과 연필을 꽂기 위해 사용한다. 이것은 커피를 담고 있지 않은 커피 머그잔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듯 내 두 딸도 일상적으로 아이스커피를 유리 용기로 마신다. 유리 용기는 커피 머그잔 범주의 구성원이 아니지만, 커피를 담는 기능을 한다. 한 예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을 살펴보자. 이것은 타이레놀 등 처방전이 필요 없는 두통/감기약에 흔히 포함된 진통 성분이다. 여전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근처에 있다면,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해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무엇이 나오는가? 타이레놀이나 비슷한 약들의 이미지가 줄줄이 나온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약’이나 그 비슷한 무엇이라고 여러분은 대답할 것이다. 거기에서 여러분은 약에 관한 일반적인 개념을 활성화시켜 그것이 유용하고 이롭다고 추론한다. 그것은 두통을 줄이고 진통 효과를 가져다준다. 관련된 다른 개념도 많이 떠오를 것이다. 아마 여러분은 ‘독약’이라고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며 독성 물질이라는 개념을 활성화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은 매우 심각하다. 해마다 많은 사람이 아세트아미노펜 과다복용으로 죽는다. 사실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은 미국에서 급성 간부전acute liver failure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다. 이로 인해 매년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 이상이 응급실 신세를 진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오랫동안 안전한 약으로 홍보되었다. 그게 안전하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큰 걱정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여긴다. 어쨌거나 몸에 이롭다는 사물의 범주에 속하니 말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세트아미노펜은 치료 범위가 매우 좁았다. 권장 복용량 내에서는 안전하고 이롭지만, 복용량을 초과하면 심지어 적은 양으로도 중독과 입원,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었다. 종종 사람들은 필요한 양보다 조금 더 복용해도 괜찮겠거니 잘못 짐작한다. 또는 열이 내려가지 않으면, 약효가 생기게끔 아이에게 한두 알을 더 먹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세트아미노펜은 (감기약 및 독감약과 같은) 처방전이 불필요한 많은 약에 속해 있어서 더더욱 상황이 악화된다. 그래서 복용량을 초과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약으로 분류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분류가 실제보다 그 약이 안전할지 모른다는 그릇된 가정을 부추긴다. 범주화 덕분에 예측과 가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전이 불필요한 안전하고 순한 약이라고 범주화화면 심각한 오류가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아세트아미노펜이 일반적으로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여러분이 타이레놀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하려는 것도 아니다. 타이레놀은 지시한 대로만 복용하면 매우 안전하고 약효가 좋은 약이다. 그런 까닭에 널리 복용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안전한 약이라고 범주화하면 잘못이다. 개념은 정신적 및 지각적 경험의 추상화인데, 정보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는 비용과 편익이 함께 따른다. 개념은 한 범주 내 사물들의 집합에 관해 중요한 대다수 내용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추상화된 결과인지라, 해당 범주의 일부 뉘앙스와 개별성이 사라진다. 개념과 같은 추상화 덕분에 사람들은 빠르고 대체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가령, 커피잔인지 여부), 가끔씩은 잘못 분류한 대가를 치르고 만다(가령, 안전한 약인 줄 알았는데 독성이 있는 약인 경우). ㅣ왜 우리는 범주화하고 분류하는가ㅣ 사람들이 사물을 범주화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동물과 생명체에는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일반화를 하는 타고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라고 알려진 이 경향은 모든 종에서 보인다. 자극 일반화 덕분에 한 생명체는 학습된 하나의 행동 반응을 비슷한 것들의 전체 부류로 확장시킬 수 있다. 갖가지 커피 머그잔을 동일한 방식으로 다룰 때, 여러분은 바로 그렇게 한다. 나도 푸드 트럭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면서 지난주에 샀던 그 샌드위치와 같은 맛이리라고 기대할 때, 바로 그렇게 한다. 여러분의 고양이나 개도 사료 캔 여는 소리에 반응할 때, 바로 그렇게 한다. 이런 종류의 행동은 심지어 생물학적으로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에서도 보인다. 19세기에 심리학의 기틀을 마련한 이론가 중 한 명인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언급했다. ……지적 수준이 지극히 낮은 생물체라도 개념화가 가능할지 모른다. 필요한 것이라고는 동일한 경험을 다시 알아차리는 것뿐이다. 바다에 사는 작은 폴립(polyp)도 만약 ‘어이! 뭔가가 다시 나왔네!’라는 느낌이 마음을 지나가기만 한다면, 개념을 갖춘 사상가인 셈이다. 제임스의 ‘깜찍한’ 표현은 제쳐두고라도, 이 인용문은 개념적으로 행동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기술해준다. 제임스가 ‘폴립’이라고 말할 때, 그는 산호를 구성하는 촉수가 있는 아주 작은 수중 생명체들을 가리킨다. 이는 (벌레, 개미, 달팽이 등의) 다른 사례에도 해당된다. 그리고 제임스가 말하고 있는 ‘개념화conception’는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을 뜻하지, 또 다른 폴립을 잉태하는conceive 능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물론 위에 나온 폴립이 사고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진 않지만,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분명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폴립은 반응을 내놓기 위해 이전 경험과의 연상으로부터 일반화한다. 여기서 짐작되듯이, 일반화 그리고 이를 통해 기억과 경험을 묶어서 집단으로 분류하는 경향은 기능적 인지 구조의 내재적 측면이다. 이런 일반화는 유사성이 이끌어낸다. 새로운 자극에 대한 행동의 반응속도는 새로운 자극이 기존에 겪었던 자극과 얼마나 유사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반복된 연상을 통해 폴립(또는 벌레, 개미, 달팽이)은 마침내 동일한 종류의 자극에 대해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인간을 포함해 생명체들은 행동을 이끌기 위한 인지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물들을 범주화한다. 사물들의 집단에 대한 개념을 형성한다는 것은 해당 집단의 모든 구성원에 관해 알고 있어야 할 정보의 양을 줄인다는 뜻이다. 개념은 많은 경험을 농축시켜 하나의 추상된 표상을 뽑아낸다. 이런 추상화는 행동적 동치류equivalence class(수학 용어로서, 어떤 집합의 특정한 원소와 동치同値 관계에 있는 원소의 집합?옮긴이)라고 볼 수 있다. 무슨 뜻이냐면, 비록 한 집단 또는 부류의 구성원들이 제각각 다르고 수가 많더라도(가령, 갖가지 커피 머그잔), 우리는 그것들 전부에 대해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한다(갖가지 커피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신다). 예를 들어, 내 고양이 페퍼민트는 많은 고양이와 비슷하다. 즉, 기회주의자다. 페퍼민트는 무진장 게으르지만 자기 먹이만큼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사료 캔 뚜껑이 열리는 소리를 안다. 평소처럼 이층에서 침대나 내 책상 의자에서 자고 있다가도 누군가가 주방에서 사료 캔을 열면, 페퍼민트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와 주방으로 종종종 걸어간다. 캔에는 많은 종류가 있고 아마도 일부 캔은 뚜껑을 열 때 나는 소리가 다를 텐데도 페퍼민트는 각각의 소리에 대해 똑같이 행동한다. 각각의 캔 소리의 개별적이고 고유한 특성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페퍼민트는 사료 캔 여는 소리들의 전체 우주를 단일한 행동 반응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도 똑같은 일을 우리 자신의 개념으로 해낸다. 우리는 많은 유사한 것을 하나의 핵심 표상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 이것은 인지적 효율성이다. 개념적 표상에 관한 여러 이론은 이 장의 조금 나중에 논의할 내용인데, 그 이론들이 가정하기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개념적 표상 내에 저장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정보가 사라지는지의 측면에서 보면 차이가 난다. 개념적 표상에 관한 대다수 이론에 따르면 개념이 일반적 정보를 저장하는데, 그러는 편이 고유한 개별적 표상들을 일일이 저장하는 것보다 인지적 효율성이 더 크다고 가정한다. 개념 형성을 통해 얻는 인지적 효율성은 세계의 자연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이 사물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범주화하는 까닭은 사물들의 세계가 어느 정도 자체 범주화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세계에는 물리적 및 기능적인 두 면에서 규칙성이 존재하며, 이 세계의 거주민으로서 우리의 일은 이 규칙성 배우기다. 개념은 이런 규칙성을 추적하고 표현한다. 사물에 자연적 구조가 존재한다는 발상은 적어도 고대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29 플라톤에 따르면, 자연계를 표현할 때 우리는 ‘자연을 접합 부위에서 자른다(carve nature at its joints)’. 어떻게 사냥꾼이나 푸주한이 고기를 먹으려고 준비하는지 플라톤이 언급한 내용이다. 동물을 아무렇게나 자르기보다 접합 부위가 있는 데서 자르면 더 쉽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절반으로 잘린 날개보다는 닭가슴살, 날개, 다리 부위를 즐긴다. 동물을 자르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비록 여러분이 고기를 먹지 않거나 동물을 먹기 좋은 부분으로 자르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도, 이 비유는 유효하다. 오렌지를 껍질 벗기고 조각내는 데도 자연스러운 방법이 있다. 완두콩을 먹거나 호두 껍질을 까는 자연스럽고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런 자연스러운 방법은 인간이 결정하든 말든 존재한다. 접합 부위들이 존재한다. 인간이 만드는 범주는 이미 존재하는 자연적 경계를 바탕으로 삼는다는 이론을 우리는 내놓을 수 있다. 우리가 과일과 닭, 커피 머그잔에 대한 개념을 갖는 까닭은 그런 것들이 이 세계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비슷하다는 것은 비슷한 재료와 비슷한 형태 및 비슷한 크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속성들과 특징들은 인간이 그런 유사성을 식별하기로 결정하든 말든 서로 겹치고 한데 묶인다. 각각의 집단을 식별하기로 우리가 결정하든 말든 나뉘고 분할된다. 자연계에 관여할 때 우리는 그런 노선을 따라 범주화하고 개념화할 수밖에 없다. 메모를 입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