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아이를 둔 많은 부모님이 토로하는 공통적인 고민은 무엇일까요?
“사춘기가 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하면, 내가 알고 있었던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에 당황하고 불안해집니다. 누구나 겪었던 일인데도 우리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마치 다른 생물인 것처럼 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보다 직접 겪어 내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지 헤아려 줘야 합니다. 사춘기의 뇌는 대격변을 겪습니다. 필요 없는 가지를 쳐 내야 식물이 잘 자라는 것처럼 사춘기의 뇌도 치열한 가지치기 과정을 거칩니다. 마치 이삿짐을 옮길 때처럼 뇌 안에서는 말 그대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죠.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호르몬이 급변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감정 기복을 겪기도 합니다. 나비가 되기 전에 번데기 안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일처럼, 문을 쾅 닫아 버린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내 안의 나》의 주인공 엘르는 좀처럼 알 수 없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마음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엘르는 노란 머리의 자꾸 화를 내는 골드, 초록 머리의 비밀스러운 그린, 갈색 머리의 우울한 브라운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서 스스로 조절하거나 통제하기 힘든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합니다. 청소년들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고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당황스러울 때, 이를 회피하거나 분출해 버리는 방식으로 반응하기 쉽습니다. 이런 청소년기의 특징을 다양한 인격이라는 은유로 표현해서 우리 모두가 겪었던 청소년기를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지요.
“나는 누구일까?”
청소년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고민하는 질문이에요. 청소년기에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빨리 없애기 위해 당장 답을 내고 싶어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단번에 나오는 결론이 아닙니다. 무려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발견의 과정이지요.
하지만 이런 질문은 내가 정말 누구인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거예요. 가령 분노와 두려움, 불안에 휘둘리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과 이런 자신에 대해 불확실한 마음이 큰 것입니다.
인생의 첫 번째 혼란기를 맞은 여러분에게 이 책은 말합니다. 부정하고 피하고 싶은 온갖 불편한 감정들과 이러한 감정에 흔들리는 내 모습도 다 나의 일부가 되어도 괜찮다고 말이죠.
불안하고 우울한 브라운과 장난꾸러기 퍼플, 화가 가득한 골드, 다정한 로즈는 서로 단절되고 독립된 여러 인격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결국 화해하고 통합되어 하나의 엘르라는 입체적인 자아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청소년기는 못난 모습이 아니라 서툰 모습입니다. 서툴지만 치열하게 생의 첫 번째 대혼란기를 등반하는 여러분에게 이 책이 따뜻한 동반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