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날줄과 씨줄이기도 하다. 김요아킴 시인에게 부산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이며, 때로는 가난한 삶들에게 건네는 돼지국밥 속의 따뜻한 위로이다. 시인에게 기억은 또, 죽은 자를 딛고 사는 잡초 같은 생명력이고 불의의 시대를 향해 내지르는 불온한 함성이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 한 켠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애틋한 그리움, 가슴 저린 회한, 얼핏얼핏 엿보이는 옅은 미소 사이를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이기도 하다. 부산의 마을 여기저기, 산등성이와 기슭, 골목을 끼고 도는 개천과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기억이, 잊지 말자고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