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 하종오 시인이 드디어 노인에 관한 시를 썼다. 한국 현대시에 노인을 시적 주체나 대상으로 하여 인간의 문제로 사유하고 상상하는 시가 있었던가.
하종오 시집 『노인류』에는 그것을 오롯이 담아낸 다양하고 다채로운 주제와 소재로 가득하다. 이 시들은 특히 대도시에서 청장년 시기를 보내고 난 노인들의 모습과 시골에서 삶을 마무리하려는 노인들의 몸짓에 주목한다. 이것이 자기 내부의 시적 감각과 정서가 자기 외부의 현실적 다단함과 변동성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역동적으로 파고들어서 이색적이며 매력적인 시로 씌어졌다. 시인은 “노인류는 지혜롭다고 자긍하고 궁상맞다고 자탄하고 간교하다고 자조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말”(「노인류의 출현」)한다. 작금 고령화하는 인류의 중요한 한 중심체로서 인간의 문제를 내재하거나 노출하는 노인들을 ‘노인류’로 지칭하고는 그 정체성을 그렇게 과감하게 적시하여 표현함으로써 노인들의 순정성과 양면성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그러함에도 자긍과 자탄과 자조라는 내적 시심(詩心)이 외적 현실의 위력에 오래 시달린 삶의 지혜로움과 궁상맞음과 간교함을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한국 현대시문학사는 하종오 시집 『노인류』로 인하여 노인을 시적 주체나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를 적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찍이 한국 현대시문학사에 없었던, 고령사회에 매우 절실한 ‘노인문학’ ‘노인시’라는 특별한 장르, 어쩌면 기존의 문학과 시와는 달리 ‘고령자문학’, ‘고령자시’로 특화된 분류를 해야 할지도 모를 전복적 장르가 한국 현대시에 출현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시들이지 않은가. 지금 노인(혹은 고령자)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세월의 순서대로 노인(혹은 고령자)이 될 전 세대가 하종오 시집 『노인류』를 읽게 되면 오늘날의 자기 삶을 진지하게 직시하고 진정하게 해석하고 진실하게 정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