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섭의 시편들은 기계적 신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인간이 느끼는 비참을 기록한 비망록이다. 우리는 신에게 기도하는 대신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전시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의 상시적 감시 아래 ‘기계적 숭고’를 체험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 견고한 성벽 내부에서도 인간의 균열을 찾아낸다. 공상이라는 비합리적 노이즈, 폐기된 것들이 만드는 별자리,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나누는 비효율적 연대, 그리고 스스로 불행해지기로 선택하는 마지막 자유. 이 장구한 파멸의 기록은, 기술이 신의 권능을 획득한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표정’이 무엇인지를 고통스럽게 되묻는다. 기계적 신성 시대의 시적 증언이자, 인간성의 마지막 기록이다